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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불복종> 자연이 길러 낸 아름다운 사람 소로우를 만나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시민의 불복종』은 이 책을 지은 작가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어서가 아니라 순전히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산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이렇게 멋진 책을 나는 왜 이제서야 만나게 된 것일까 싶은 생각에 한탄이 절로 나왔다. 말 한마디, 문장 한 줄로 대번에 피를 ..

<내 인생의 책을 쓰다> 잘 익은 김장김치 한 통 같은 책을 선물받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lt;작가의 말&gt; p317 &lt;작가의 말&gt;에서 진형순 작가는 정현종 시인의 &lt;방문객&gt; 이라는 시의 한 대목을 인용했다. 위의 시처럼 『내 인생의 책을 쓰다』를 통해 나는 진형순이라는 한 사람의 일생으..

<피터 래빗 전집> 우리에게는 드라마(꿈)가 필요하다.

나의 어린시절은 보통의 기준에 비춰 봤을 때 불행했다. 딸만 내리 셋을 낳은 엄마는 아들을 낳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할머니에게 아들손주가 아닌 손녀들은 필요없는 부록보다 못한 존재였다. 아빠는 운영하던 공장 상황이 나빠질수록 술을 마시고 폭력을 휘두르는 빈도가 잦아졌고, 사..

2019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고 '말'(언어)의 죽음을 예견하다.

나는 며칠 전 영화 &lt;어스&gt;를 봤다. &lt;어스&gt;는 인간을 통제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복제인간이 자신의 원본을 찾아가 죽이고 자신들의 실체를 세상에 드러내 보인다는 내용의 스릴러물이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만약 자신들의 목적을 애들레이드에게 들려주는 애들레이드의 복..

한강의 글쓰기, 감각의 형상화를 넘어 감각의 실체화로 나아가다.

「모든 감정에 육체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후회나 슬픔, 분노는 물론 사소하고 자질구레해 보이는 감정들에까지 구체적인 생김새와 감각이 있었다. 」 &lt;붉은 꽃 속에서&gt; p284 『작가세계』 2000년 봄호 발표 보통 사람들은 감당하기 힘든 고통에 직면할 때 그 고통을 부정하게 된..

독서노트/한강 2019.03.24

윌리엄 포크너, 20세기 초반의 미국을 책으로 담아내다.

한 개의 케이크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밀가루, 계란, 우유, 생크림, 버터, 올리브 기름, 딸기, 초콜렛 등 케이크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재료는 무수히 많다. 그 제각각의 특징을 지닌 재료들을 한데 섞어서 빵틀에 넣어 굽고 그 빵의 사이마다 크림과 과일을 끼워 넣고 바르고 마지막엔 생..

<스토너> 파도가 덮치면 곧 사라져 버릴 모래 위에 그린 그림과 같은 인간의 삶을 소설 속에 담다.

「그는 조교수 이상 올라가지 못했으며,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 중에도 그를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스토너의 동료들은 그가 살아있을 때도 그를 특별히 높이 평가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의 이름을 잘 입에 올리지 않는다. 」p8 책을 읽고 이럴 수는 없는데..

<대성당> 팡팡 터지고 싶지만 대부분 불발탄인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설 명절을 앞둔 금요일 밤에 요즘 흔한 말로 빵빵 터진다는 영화 &lt;극한직업&gt;을 보러갔다. 영화는 말 그대로 수시로 웃음보가 빵빵 터졌다. 실컷 웃으면서 이렇게 제작자가 의도한대로 웃기고 재밌으면 좋은데 안터지는 대부분의 영화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 인생도 안터..

<죽은 자들의 포도주>를 통해 로맹가리가 쓴 작품들의 씨앗이 담긴 비밀의 방을 발견하다.

작년말 마음산책 출판사에서 1992년 경매로 나온 로맹 가리의 첫 소설인 『죽은 자들의 포도주』가 12월경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책을 기다렸다. 그렇게 1938년에 쓴 책을 가장 뒤늦게 만나게 되었다. 이 책에서 나는 이후 쓰인 로맹 가리 작품의 특징을 발견할 수..

<시녀 이야기> 여성은 더 이상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되어야 한다.

a형독감에 걸린 일주일 동안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를 읽었다. 두 책이 &lt;디스토피아&gt;를 대표하는 책이라는 사실은 책을 일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신체 상황이 디스토피아인 상황에서 디스토피아를 다룬 책들을 읽었으니 참 재밌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