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232

<시민의 불복종> 자연이 길러 낸 아름다운 사람 소로우를 만나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시민의 불복종』은 이 책을 지은 작가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어서가 아니라 순전히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산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이렇게 멋진 책을 나는 왜 이제서야 만나게 된 것일까 싶은 생각에 한탄이 절로 나왔다. 말 한마디, 문장 한 줄로 대번에 피를 ..

<피터 래빗 전집> 우리에게는 드라마(꿈)가 필요하다.

나의 어린시절은 보통의 기준에 비춰 봤을 때 불행했다. 딸만 내리 셋을 낳은 엄마는 아들을 낳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할머니에게 아들손주가 아닌 손녀들은 필요없는 부록보다 못한 존재였다. 아빠는 운영하던 공장 상황이 나빠질수록 술을 마시고 폭력을 휘두르는 빈도가 잦아졌고, 사..

2019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고 '말'(언어)의 죽음을 예견하다.

나는 며칠 전 영화 <어스>를 봤다. <어스>는 인간을 통제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복제인간이 자신의 원본을 찾아가 죽이고 자신들의 실체를 세상에 드러내 보인다는 내용의 스릴러물이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만약 자신들의 목적을 애들레이드에게 들려주는 애들레이드의 복..

윌리엄 포크너, 20세기 초반의 미국을 책으로 담아내다.

한 개의 케이크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밀가루, 계란, 우유, 생크림, 버터, 올리브 기름, 딸기, 초콜렛 등 케이크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재료는 무수히 많다. 그 제각각의 특징을 지닌 재료들을 한데 섞어서 빵틀에 넣어 굽고 그 빵의 사이마다 크림과 과일을 끼워 넣고 바르고 마지막엔 생..

<스토너> 파도가 덮치면 곧 사라져 버릴 모래 위에 그린 그림과 같은 인간의 삶을 소설 속에 담다.

「그는 조교수 이상 올라가지 못했으며,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 중에도 그를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스토너의 동료들은 그가 살아있을 때도 그를 특별히 높이 평가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의 이름을 잘 입에 올리지 않는다. 」p8 책을 읽고 이럴 수는 없는데..

<대성당> 팡팡 터지고 싶지만 대부분 불발탄인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설 명절을 앞둔 금요일 밤에 요즘 흔한 말로 빵빵 터진다는 영화 <극한직업>을 보러갔다. 영화는 말 그대로 수시로 웃음보가 빵빵 터졌다. 실컷 웃으면서 이렇게 제작자가 의도한대로 웃기고 재밌으면 좋은데 안터지는 대부분의 영화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 인생도 안터..

<죽은 자들의 포도주>를 통해 로맹가리가 쓴 작품들의 씨앗이 담긴 비밀의 방을 발견하다.

작년말 마음산책 출판사에서 1992년 경매로 나온 로맹 가리의 첫 소설인 『죽은 자들의 포도주』가 12월경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책을 기다렸다. 그렇게 1938년에 쓴 책을 가장 뒤늦게 만나게 되었다. 이 책에서 나는 이후 쓰인 로맹 가리 작품의 특징을 발견할 수..

<시녀 이야기> 여성은 더 이상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되어야 한다.

a형독감에 걸린 일주일 동안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를 읽었다. 두 책이 <디스토피아>를 대표하는 책이라는 사실은 책을 일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신체 상황이 디스토피아인 상황에서 디스토피아를 다룬 책들을 읽었으니 참 재밌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