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5

<피터 래빗 전집> 우리에게는 드라마(꿈)가 필요하다.

나의 어린시절은 보통의 기준에 비춰 봤을 때 불행했다. 딸만 내리 셋을 낳은 엄마는 아들을 낳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할머니에게 아들손주가 아닌 손녀들은 필요없는 부록보다 못한 존재였다. 아빠는 운영하던 공장 상황이 나빠질수록 술을 마시고 폭력을 휘두르는 빈도가 잦아졌고, 사..

2019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고 '말'(언어)의 죽음을 예견하다.

나는 며칠 전 영화 <어스>를 봤다. <어스>는 인간을 통제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복제인간이 자신의 원본을 찾아가 죽이고 자신들의 실체를 세상에 드러내 보인다는 내용의 스릴러물이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만약 자신들의 목적을 애들레이드에게 들려주는 애들레이드의 복..

윌리엄 포크너, 20세기 초반의 미국을 책으로 담아내다.

한 개의 케이크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밀가루, 계란, 우유, 생크림, 버터, 올리브 기름, 딸기, 초콜렛 등 케이크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재료는 무수히 많다. 그 제각각의 특징을 지닌 재료들을 한데 섞어서 빵틀에 넣어 굽고 그 빵의 사이마다 크림과 과일을 끼워 넣고 바르고 마지막엔 생..

<스토너> 파도가 덮치면 곧 사라져 버릴 모래 위에 그린 그림과 같은 인간의 삶을 소설 속에 담다.

「그는 조교수 이상 올라가지 못했으며,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 중에도 그를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스토너의 동료들은 그가 살아있을 때도 그를 특별히 높이 평가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의 이름을 잘 입에 올리지 않는다. 」p8 책을 읽고 이럴 수는 없는데..

<죽은 자들의 포도주>를 통해 로맹가리가 쓴 작품들의 씨앗이 담긴 비밀의 방을 발견하다.

작년말 마음산책 출판사에서 1992년 경매로 나온 로맹 가리의 첫 소설인 『죽은 자들의 포도주』가 12월경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책을 기다렸다. 그렇게 1938년에 쓴 책을 가장 뒤늦게 만나게 되었다. 이 책에서 나는 이후 쓰인 로맹 가리 작품의 특징을 발견할 수..

<시녀 이야기> 여성은 더 이상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되어야 한다.

a형독감에 걸린 일주일 동안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를 읽었다. 두 책이 <디스토피아>를 대표하는 책이라는 사실은 책을 일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신체 상황이 디스토피아인 상황에서 디스토피아를 다룬 책들을 읽었으니 참 재밌는 ..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인간의 삶이라는 거짓말을 소설로 담아내다.

내 나이 스무살 초반 때 할머니는 대장암으로 병원에 입원을 했고 엄마는 눈길 오토바이 사고로 사무실 근처 동아병원에 입원을 했다. 내 밑으로는 철 없는 동생이 세 명이었다.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고 혼자 사무실에 있는데 내 상황이 너무 기막히고 앞날이 보이지 않아서 눈물이 났다..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않다>와 <오직 두 사람>을 통해 세계는 도서관이라는 보르헤스를 떠올리다.

책을 읽을 때 나는 나만의 '보물찾기'를 한다. 한 권의 책을 읽는 과정에서 다른 작가의 다른 책과의 관련성을 찾게 되는 경우를 나는 '보물찾기'라고 이름 지었다. 평소 다니던 길을 벗어나 낯선 골목을 걷다가 길을 잃어 버렸다 싶을 때쯤 낯익은 길을 마주칠 때의 반가움처럼 나는 글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