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13

<피터 래빗 전집> 우리에게는 드라마(꿈)가 필요하다.

나의 어린시절은 보통의 기준에 비춰 봤을 때 불행했다. 딸만 내리 셋을 낳은 엄마는 아들을 낳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할머니에게 아들손주가 아닌 손녀들은 필요없는 부록보다 못한 존재였다. 아빠는 운영하던 공장 상황이 나빠질수록 술을 마시고 폭력을 휘두르는 빈도가 잦아졌고, 사..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않다>와 <오직 두 사람>을 통해 세계는 도서관이라는 보르헤스를 떠올리다.

책을 읽을 때 나는 나만의 '보물찾기'를 한다. 한 권의 책을 읽는 과정에서 다른 작가의 다른 책과의 관련성을 찾게 되는 경우를 나는 '보물찾기'라고 이름 지었다. 평소 다니던 길을 벗어나 낯선 골목을 걷다가 길을 잃어 버렸다 싶을 때쯤 낯익은 길을 마주칠 때의 반가움처럼 나는 글읽..

<모든 우주만화> 크프우프크가 들려주는 지구별 이야기.

「오래전부터 예상했던 대변화가 일어난 것이지요. 이제 지구에는 공기와 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방금 탄생한 그 파란 바다 위로 역시 색깔을 지닌 태양이 완전히 다른 색깔, 점점 더 선명해지는 색깔로 지고 있었지요. ~"태양이 얼마나 붉은지 좀 봐, 아일! 정말 빨개!"」p73 만약 문학이..

<힘겨운 사랑> 받아들이기 힘든 실제보다 더 강하게 다가오는 이탈로 칼비노의 세계를 만나다.

2018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의 수상작은 손홍규의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이다. 이 작품 속에서 참혹한 현실은 과거의 경험이 환상처럼 펼쳐지는 서사 속에 한 편의 동화처럼 다가온다. 견딜 수 없는 리얼리티는 과거라는 경계가 불분명한 비현실적 세계의 환상 속에서 실제보다 더 ..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 우리는 모두 내 삶을 기록하는 작가이자, 독자이다.

「~일곱 번째 독자가 당신의 말을 가로막는다. “선생은 모든 이야기에 시작과 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예전에는 이야기를 끝내는 방법이 딱 두 가지뿐이었어요. 남녀 주인공이 모든 시련을 겪은 뒤 결혼하거나 죽는 거였지요. 모든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의미는, 삶의 ..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을 통해 이탈로 칼비노에게 가는 오솔길을 발견하다.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은 이탈로 칼비노가 쓴 첫 소설이다. 독일군과 대치중인 2차 세계대전 시기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부모 없이 밑바닥 삶을 살아가는 소년 핀이 이 책의 화자로 등장한다. 나는 몇 년 전 그의 작품 『반쪼가리 자작』 리뷰를 쓰면서 그의 작품 속에서 공통적으..

<카운슬러> 살육과 피가 난무하는 지옥도에서 피워 낸 하나의 깨달음.

코맥 매카시의 시나리오 『카운슬러』를 읽고 나는 김영하의 단편모음집 『호출』에 실린 「거울에 대한 명상」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거울에 대한 명상」에서 모티브를 따온 영화 &lt;주홍글씨&gt; 와 코맥 매카시의 시나리오가 영화화 된 &lt;카운슬러&gt;는 참 많은 부분에서 닮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