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펀치에 빠지다>

로맨틱펀치 와의 쉰아홉 번째 만남: 담양 대나무 축제: 19.05.01: 전남도립대학교특설무대

묭롶 2019. 5. 3. 23:00

  로맨틱펀치를 보러 거의 대부분 서울로 올라가다가 집에서 한 시간 거리인 담양과 나주에서 로펀의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행사를 주관한 광주 mbc 난장에 엎드려 절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로펀 공연 보러 새벽에 일어나서

잠깐 공연 보고 내려오면 한밤중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집에서 전날 마신 숙취에 쩔어 있다가 환한 대낮에 차를 몰고

공연을 가다니 참으로 감개무량한 일이었다. 

  하지만 거리가 가깝다고 해서 나에게 시련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 결국 그놈의 운전이 문제였다.  ㅎㅎㅎㅎ 로펀이

출연하는 행사가 대나무축제 개막식 행사였으니,  ㅜ..ㅡ 전국 우수 축제 수상에 빛나는 대나무축제답게 인파가

장난이 아니었고 주차는 그야말로 식은땀 대잔치였다. 

 

  그래도 나는 숙취로 쓰린 속을 부여잡고 어리바리한 운전실력으로 어찌어찌 주차를 하긴 했다.  문제는 공연이 끝난

밤에 벌어졌지만...........  그래도 로펀 출연이 밤 9시인데 오후 1시 20분에 도착을 했으니 나에겐 대략 8시간 가량이

남아 있었고, 일찍 간 보람이 있었던지 일열을 잡을 수 있었다.  물론 네시 삼십분까지는.........

  원래 귀빈석은 별도로 표시를 하거나 일반인이 앉지 못하게 통제를 해놓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한시 조금 넘어서부터

뙤약볕 쬐어가며 기다린 나를 네시 삼십분이 되니 진행요원이 와서 귀빈석이니 비켜달라고 말을 하는 것이었다.......

띠로리......진행요원의 말인즉슨 귀빈들은 개막식이 끝나면 금방 돌아가실테니 그때 자리를 복원해준다고 약속을

했고 나는 그말에 자리를 뒷 줄로 자리를 옮겨줬지만, 그거슨 참으로 내가 순진한 바보임을 인증하는 짓이었다.

  물론 무료공연에 대나무축제를 진행해야 하는 사무처의 애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공연시작 전부터

과히 기분이 좋지는 않았고 결국 원래 앉았던 자리를 계속 신경써야 했으므로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은 생각이 초단위로

드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등짝에 로펀 로고 새겨진 옷 입고 앉아서 내가 불만을 왈가왈부 할수는 없는 일..... 유구무언

입니다.

  참으로 우여곡절 끝에 로펀을 일열에서 볼 수는 있었다.  그리고 보람이 있었다.  난장이 연출하는 무대는 무대장치와

효과 그리고 조명이 정말로 환상적이다.  난장의 공력이 녹아든 무대연출이 셋팅된 무대에 오른 뮤지션은 인지도와

가창력을 떠나 일단 비주얼로 먹고 들어가게 된다.  바로 그런 난장의 무대에 로펀의 가창력과 연주가 더해졌으니

두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런데 결정적으로 안타까운 사실은 그 아름다운 무대에서 단 네 곡을 불렀다는 점이다.  로펀이 등장하고 전주가

흘러나올때 나는 소름이 돋았다.  왜??? 전주곡이 퀸의 Somebody To Love 였으므로......... 사실 이곡은 내가

로펀에 입덕해서 삼 년여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몇 번 듣지 못한 희귀곡이다.  그런데 이날 이곡을 듣다니......

전주만 듣고도 순간 얼이 빠져서 절로 벌어진 입을 다무릴 생각도 못한 채 노래를 계속 듣고 있었다.

  아주머니.....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라고 누가 얘길 한것도 아닌데 혼자 하염없이 입을 벌린 내모습에 화들짝

놀라서 정신을 가까스로 추스려서 노래를 들었다.  그와중에 이곡은 꼭 찍어야되.....일분이라도......이런 생각을 했는지

찍어놓은 영상을 보니 초점이 안드로메다로 가버려서 참으로 볼만했다. 내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영상을 확인하는 순간

이었다.

  사실 이날 공연을 오기 전에 프로그램 표를 보고 과연 몇곡을 한다는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단 네 곡이었으니

벌써 한 곡이 끝나고 두번째로 <파이트클럽>이 시작되었다.  곡 시작 전 보컬 배인혁님은 "여러분 ~~~건배 따라해

주실 수 있죠?"라고 얘기했는데 이제 서당개도 아니고 삼 년여를 쫓아다니다 보니 멘트는 거의 다 외워버린 것 같다.

물론 따라할 수 있다.  그 누구보다도 크게^^  역시 <파이트클럽>의 가장 큰 재미는 레이지님의 기타솔로 부분이다.

새로 말아놓은 펌웨어를 휘날리며 기타를 연주하는 레이지님을 보는 짜릿함을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이건 직접

봐야 알 수가 있다.

  <여행을 떠나요>를 부를 때 여행을 떠나야 하는데 높은 곳으로 떠난 보컬님이었다.  물론 무대로 이어진 계단이

있으니 당연히 내려올거라 예상은 했지만, 계단을 내려와서 조명기구가 설치된 구조물로 다가갈 때는  아~~설마 또???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열심히 올라가서 제법 높은 높이까지 올라가 관객들 모두를 본인의 눈으로 확인하는

보컬님이었다.  1920년대를 살았던 작가 李箱은 미쓰꼬시 백화점 옥상정원에 올라 한낮의 내리쬐는 햇살아래 꿈틀대는

회탁 위의 닭들 같은 군중을 바라보며 '날자, 다시 또 날자'라고 썼다는데 우리 보컬님은 높은 곳에 올라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물론 그건 본인만 알 수 있는 일이다.

  벌써 세곡이 끝이 났고 마지막 곡으로 <토요일 밤이 좋아> 전주가 흘러나오자 보컬님은 물뿜쇼를 위해 생수병을

들고 무대 앞으로 걸어나왔다.  난 맨 처음 이 물뿜쇼를 보면서 참 신기했던게 위에서 물을 쏟아 붓는데 어떻게 그게

넘치지 않게 입안에 가득 머금고 있는것도 신기하지만 입을 벗어난 다른 부위에 쏟지 않고 입으로만 뻘려 들어가는

물이 참으로 신기했다.  사실 나도 집에서 따라해봤는데 코로 들어가고 눈으로 들어가고 이런 바보짓이 또 있을까

싶게 혼자 사래 들려서 콜록거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설마.....나처럼 보컬님 물뿜쇼 따라한 사람이 또 있지는 않겠지????  아무튼... 이날도 참으로 아름답게 입안에

물을 잘 따라부어서 갈무리한 다음.....빈 생수병을 퐉 던졌으니.....그 생수병이 바로 내 발밑으로 굴러왔다는......

순간..... 이 병에 남은 물을 병을 주워들어서 입을 대고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으나..... 그나마 남아있던

이성이 나에게 정신을 차리라고 뺨따귀를 날리는 통에 참았다. ㅜ..ㅡ

  그러니까 그냥... 대충 예뻐야지 왜 그리 예뻐가지고 사람 가슴을 진창+곤죽을 만드는지...... 제정신을 지키느라

안간힘을 쓰게 되니...참 나이 헛먹었다.  아이고 로펀만 보면 정신줄을 놓고 마니 이제 그냥 불치병이려니 한다.

  이날 한 가지 아쉬운게 있었으니, 바로 미소천사 트리키님이 무대에서 뒷쪽으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사진에

담을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멤버들 모두를 골고루 담고싶은 마음은 내 욕심이고 로펀이 워낙 움직임이 많은 밴드라서

그 역동적인 움직임을 포착해낸다는게 쉬운 일도 아니다.   아니다.....이건 핑계다.   내 사진 실력이 미천한 탓이다. 

  이날 사진은 지난 대청호 뮤직페스티벌에 다녀온 후 보호렌즈가 박살났지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렌즈 sel70200g로

찍었다.  박살난 보호렌즈를 교체하기 위해 일찍 주문한 렌즈가 이날 점심 때서야 도착하는 바람에 그걸 찾아서 가느라고

공연장에 애초 계획보다 늦게 도착했다.  그래도 일반인이 보기에도 엉성한 실력이나마 내가 좋아하는 밴드를 내가 직접

찍어서 기록으로 남기는 즐거움을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핸드폰 셀카도 사진도 찍지 않던 내가 처음에는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구하기 위해서(타인의 사진을 허락을 구해

올린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으므로) 핸드폰을 최신형으로 바꾸고 영상 일자무식이 캠코더를 사고 또 카메라로

바꾸기까지 로펀을 만나 새로 접해본 일이 얼마나 많은지 나로서도 놀랄 지경이다.

  기계를 좋은 걸로 바꾼다고 해서 로맨틱펀치의 아름다운 모습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실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절감하면서도 이 번은 아니지만 다음 번에는 더 잘 담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내 욕심일까?

  그래도 부족한 실력이지만 로펀을 더 아름답게 담기 위해 나는 또 얼마나 많이 넘어지게 될지 모르지만 계속

멈추지않고 나아갈 것이다.  뭔가 로펀에게 큰 도움을 줄 수는 없지만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지 않을까.......

  그렇게 로펀의 공연은 내가 벌린 입을 다물기도 전에 빛의 속도로 끝이났다.  입을 헤 벌린채 얼이 빠져서 미친듯이

앵콜을 외치는 나를 의식하는 순간 공연이 끝났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휴게소마다 들리는 미덕을 몸소 실천해

보인 나의 밴드는 그렇게 타고왔던 리무진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그리고 나는 먼길을 온 롶 들과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주차장에 갔는데, 허거거거......주차장에

조명이 하나도 없어서 사위가 칠흙처럼 어두웠다.  앞에 턱이 있다고 해도 모를 상황에서 봉사 문고리 더듬듯 앞으로

직진해서 주차장을 빠져나가는데 주차장 입구가 너무 협소해서 겨우 돌았다 싶더니 높은 턱에서 그대로 떨어지는

소리가 쿵하고 나는 것이었다.  아... 내 심장도 와지끈 무너지는 것 같았다.......다행히 집에 와서 보니.. 범퍼는

안깨졌다는...... 참... 항상 공연다녀오면 우여곡절이 구비구비 스무고개다.  그래도 그 어떤 난관이 있어도 나는

아마도 또 공연을 가겠지!  다음 공연은 바로 삼일뒤인 나주다..앗싸!!!  또 차몰고 간당. 켁!

<퀸: Somebody to Love>


<파이트클럽>

<토요일 밤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