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펀치에 빠지다>

로맨틱펀치 와의 쉰여섯 번째 만남: 라이브 클럽 데이: 하나투어브이홀: 19.02.22

묭롶 2019. 2. 25. 12:39

   작년 11월 건강검진 결과가 재검이 나와서 얼마전 서울 아산병원에 검사를 받으러갔다.  한 번만 가면 될 줄

알았는데 7월에 다시 검사를 해보자고 한다.  찜찜했던 의사와의 면담(개인적으로는 이제 그만와도 되니 귀가하시라고

할 줄 알았다가 검사를 다시 하자니 혼자 벙 쪘다는.....)이 끝나자마자 나는 부리나케 밤 8시에 있을 로펀 공연을

보기 위해 홍대로 향했다.

  건강이 뭔가 미심쩍은 상태가 되어서인지 즐겁게 산다는게 무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뜬금 없지만 로펀을

만나기 전의 삶을 돌이켜보자면 참 재미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2016년 9월 4일 운명처럼 로펀을 만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교통사고를 당했고 잘못하면 영원히 안녕할 수 있었던 순간을 겪으며 앞으로는 재밌게 살아야겠다고 맘을

먹었더랬다.  그래서 그 이후로 로펀 공연을 미친듯이(갈 수 있는 여건의 공연) 쫓아다닌지 삼년 째가 되어간다.

  물론 재미로 따진다면 내가 좋아하는 게임과 책도 재미의 정도만 놓고 본다면 로펀 못지 않아야 하는데 어떻게

된게 로펀 공연은 보고 또 봐도 갈수록 더 재밌고 신이 난다.  공연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음 공연이 언제더라???

또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것이 바로 로펀 공연되시겠다.

  19년 2월 22일 하나투어브이홀에서는 4주년을 맞이하는 라이브클럽데이 공연이 진행됐는데, 로펀은 육중완밴드

다음 순서로 출연했다.  지난 1월 26일 배인혁님의 솔로 프로젝트 <사적인 세계> 공연 때 줌이 아쉬웠던

나는 소니 렌즈 sel24105g 대신 줌이 더 되는 렌즈 sel70200g를 기어이 사서 들고 가고야 말았다. 

캐논의 아빠백통급의 위용에 빛나는 나의 새 렌즈는 위용만큼 무게도 짱짱해서 이걸 목에 걸고 뛸 수 있을까

고민이 됐었는데 다행이 단차가 있는 뒷쪽 좌석에 앉아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로펀의 앞순서였던 육중완 밴드의 육중완님은 이제 활동 시작한 신입밴드라고 본인들을 소개하면서 뒤에서

배인혁선배님이 열심히 노력하면 로펀처럼 불후의 명곡에도 출연할 수 있다고 격려를 해주셨다면서 힘내라고

스카프 달린 마이크도 빌려주실려고 했다고 얘길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이어서 자신들을 찍느라고

배터리를 다 써서 본캐(최애밴드)를 못찍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배터리 안배를 잘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봉숙이' 가사 때문에 미친듯이 웃고, 육중완님 '차차' 부를때 오르골춤 때문에 숨도 못쉬게 웃어서 한달치를

한꺼번에 웃었나보다.  거의 마지막곡 즈음에 가서는 육중완님이 혼잣말처럼 오랜만에 클럽에서 공연하려니

힘들어 죽겄다면서 바닥에 주저앉는 동작을 했는데 어쩜 다들 힘들어하는 모습에 그리도 크게 웃는지 어쩌면

내가 가장 크게 웃었는지도 모르겠다. ㅋㅋㅋㅋ

  엄청난 웃음과 함께 육중완 밴드의 공연이 끝나고 드디어 로펀이 무대에 올랐다.  이날 다른 클럽 공연장에서도

공연이 진행됐는데, 하나투어브이홀이 메인무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관객들이 많았다.  나중에 늦게 오신 분들을

입장을 못할 정도였고 공연장에 남자 관객들이 엄청 많아서 영상에 키큰 남자분들의 손과 머리가 자주 잡혔다.

이날 로펀 공연때 분위기가 얼마나 뜨겁고 떼창이 우렁찼던지 보컬 배인혁님은 로펀 단독공연 때보다 호응이

더 좋다면서 결코 로펀팬을 디스하는 건 아니라고 덧붙여 말했다.

  이날 첫곡은 <화성에서 만나요>로 시작했는데 오랜만에 라이브로 들어서인지 굉장히 반가웠다.  또 간만에

듣는 <굿모닝 블루>는 얼마나 신이 나던지 이곡이 이렇게나 신나고 즐거운 곡이었구나 새삼 느끼게 되었다.

  <창백한 푸른점>을 부를 때는 보컬님의 미칠것 같은 고음과 가창력에 가심팍이 아주 너덜너덜해지고 영혼이

가출하는 상태가 되었다.  <눈치채 줄래요>에서는 보컬님이 관객들의 손을 잡아 주는 걸로도 모자라서 고개를

숙여서 자신이 머리카락을 만지게 해주고 관객의 핸드폰을 들어 폰카에 키스를 해주었는데 나는 평소처럼

그저 부러워만 했다. 

  나는 보컬님이 가까이에 있으면 몸이 굳고 숨이 안쉬어지는 병에 걸렸으므로......

(이날 퇴근길에 팬서비스를 위해 걸어 나오는 보컬님과 눈이 뙇 마주치는 순간 난 뒷걸음질로 도망을 쳤다.

너무 아름다운건 위험하니까.......)

  <몽유병> 레이지님의 기타 솔로와 <파이트클럽> 기타 솔로 연주를 위해 무대 앞으로

레이지님이 박차고 나올때의 멋짐은 눈이 부실 정도였고 <토요일 밤이 좋아> 콘치님의 기타 솔로 부분에서

보컬님이 무대 래로 발이 빠져서 넘어졌는데 다치지 않았는지 걱정을 하고 있는데 이내 일어나서 관객석에

들어가 남자 관객의 자켓을 걸쳐 입고 무대 위로 올라와 잔망을 부리는 것이었다.  관객의 자켓을 걸친 채

엄지 손가락을 담배 파이프처럼 물고 홈즈를 흉내내기도 했다. 

  보컬 배인혁님은 로맨틱펀치 활동 열심히 하고 있으니 단독공연도 많이 와달라며 SNS에 영상이나 사진

올리시면 '좋아요'도 누르겠다고 얘길했다.  ㅎㅎㅎㅎㅎ 그 약속 때문인지 내 피드 게시물도 '좋아요'가

달려있더라는....... (보컬님의 좋아요는 로퍼니스트를 춤추게 합니다... 앗싸~지화자 좋구나~~~!)

역시 로펀공연 한시간은 너무 짧다.  집으로 내려오는 내내 아쉬움을 그림자처럼 질질 끌고 내려왔다.  너무

맛있어서 허겁지겁 대다가 몇 술 먹지도 않았는데 없어져버린 음식처럼..... 한시간 공연의 아쉬움을 로펀의

단독공연때 한꺼번에 풀어보리라 다짐을 했다.  요즘 불후의 명곡 출연과 각종 라디오 매체 출연 등 스케줄이

많은 로펀이라 단공이 언제할지 알 수 없지만 공중파든 오프라인이든 로펀의 더 많은 활동도 기대해본다.

<화성에서 만나요>

<몽유병>

<파이트클럽>

<창백한 푸른점>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굿모닝 블루>

<눈치채 줄래요>

<토요일 밤이 좋아>

<야미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