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펀치에 빠지다>

로맨틱펀치 와의 쉰네 번째 만남: 불후의 명곡 <왕중왕전> : 18.12.10 : KBS

묭롶 2018. 12. 30. 13:48

  12월 10일 kbs 불후의 명곡 왕중왕전에 로맨틱펀치가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불후의 명곡 판정단 사연신청을 했지만

또 떨어졌다.  판정단 당첨이 발표되는 12월 7일 서울병원에서 검사를 받던 나는 혹시나 검사중에 전화가 올까봐 특진

교수님 앞에서도 핸드폰을 꼭 쥐고 있었다.  물론 오후 여섯시가 넘도록 내 핸드폰에 KBS 전화번호가 찍히지는 않았지만

다행이 입석에 당첨되신 지인분이 표를 주셔서 나는 12월 10일 공연을 보러 가게 되었다. 


  연말에 업무는 많고 더욱이 월요일인데다가 그 전날인 금요일도 병원에 가느라 휴가였던 나는 오전내에 모든 일을

다 처리하느라 기차를 타고 난 후 거울을 보니 거의 미치광이가 되어 있더라는......  거울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오늘은 절대로 불후 카메라에 잡히지 않도록 더욱 조심을 해야겠다고..........(물론 그건 나의 생각일뿐.  어제 본방송을

보니 이번에도 여지없이 카메라에 떡허니 잡힌 나를 보고 카톡과 전화가 쇄도했다는.......ㅜ.ㅡ)


  이날 불후의 명곡은 두주 분량을 녹화하는 관계로 오후 여섯시부터 밤 12시가 다 된 시각까지 녹화가 진행되었다.

무려 12팀의 기량이 쟁쟁한 가수들이 펼치는 왕중왕전은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입석인 나에게는 로맨틱펀치에게 좋아요를

누를 수 있는 버튼이 없었다.  입석도 관객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그나마 일찍 입장한 나는 통로 계단에라도 앉을 수 있었지만

뒤에 온 관객들은 맨 뒤에서 서서 관람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1부 녹화를 하는 내내 내가 앉은 계단 옆좌석에 앉아 계신

관객분이 어찌나 열심히 코를 골고 주무시던지 그분의 판정단 버튼을 내가 양보받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나마 1부 공연이 끝난 후 빈 좌석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입석으로 입장한 로퍼니스트들은 판정단 버튼을 확보하기 위해

다들 치열한 각개전투를 치른 끝에 내 주변의 입석 관객들 대부분이 2부 녹화부터는 판정단 석에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계단 통로에서 엉덩이 꼬리뼈가 바닥과 마찰을 일으켜 불이 날 정도였지만 자리에 앉게 되었다는 편안함보다는 로펀에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돼서 감사한 마음이 더 컸다.


  2부 공연은 박기영님의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시작되었다.  역시 왕중왕전 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무대가

이어졌다.  노래를 잘하는 건 기본이고 혼을 쏙 빼놓는 퍼포먼스는 지금 펼쳐지는 무대가 경연프로그램임을 잊게 만들

정도였다.  알리 님이 부르는 '모나리자'는 쨍한 하늘처럼 공연장을 쪼개놓을 만큼 성량이 레이저처럼 쭉쭉 뻗어나갔고

민우혁님이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와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바리케이트를 엮어 만든 무대의 감동은 역대급이었다.

아~~~ 그리고 로펀에게 가장 위협적인 무대를 펼친 정동하님의 더 빅토리는 배경 화면 가득 펼쳐지는 월드컵과 김연아의

우승장면과 어우러져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불후의 명곡 무대에 로맨틱펀치라는 글자가 등장하는 순간 이렇게 최고들만 모인 자리에 로펀이 함께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격스러워서 갑자기 혼자 울컥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로펀이 겪었던 수많은 우여곡절이 주마등처럼

내 눈앞에 펼쳐지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해온 노력에 대해 이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로펀이

자랑스러웠고 또 로펀이 훨훨 날게 돼서 참으로 기뻤다.


  잠시후 QUEEN X ROMANTIC PUNCH라른 글씨가 무대에 뜨는 순간 나는 소름이 쫙~돋았다.  평소에도 QUEEN을

동경해온 로맨틱펀치가 퀸의 노래를 부른다니....과연 무슨 곡을 부를까.......... 가슴을 졸이게 되었다.  로파 공연때

Somebody to Love를 들으며 로펀이 부르는 퀸 노래에 큰 감동을 받았던 나는 조심스레 로펀이 우승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나는 로펀에게 퀸은 롤모델인만큼 퀸의 곡을 공연하는데 있어 로펀은 독보적인 밴드라고 자부한다.  아~~ 무대에

멤버들이 오르고 폭스사에서 협찬해준 퀸의 의상을 입은 멤버들이 무대에 등장했을 때 난 숨이 막혀왔다.  잠시후

보컬이 We are the Champions의 가사를 부르기 시작하자 관객석에선 감탄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을 올 한해도 저마다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낸 우리 모두에게 들려주는 위아더 챔피언은 그자체로

감동이었다.  무대 위의 로펀과 관객석의 모두가 챔피언이 되어 한 목소리로 떼창을 했다.  위~아더 챔피언~마이 프랜~

위 아더 챔피언 ~위 아더 챔피언 노래 가사를 몰라도 그냥 막 따라 불렀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이 곡을

듣는 관객들이 서로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따라부르는 장면이 마구 오버랩되면서 나는 울지

않으려 참고 또 참아야했다.  아~~~ 로펀의 무대가 끝나고 녹화방송이라는 것도 잊고 관객들은 한참동안 감동에 겨워

앵콜을 외쳤다.  로펀 멤버들도 감동에 겨워 무대에서 한참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판정단의 결과가 나오기 전 보컬 배인혁님이 오늘 왕중왕전에 출연한 가수분들 중에서 로펀이 가장 무명에 가깝다는

멘트를 할 때 나는 가슴팍이 막 찢어질 것 같았다.  로펀의 무대를 공중파에서 보신 우리 시어머님은 "아가.. 저렇게

멋진 무대를 보여주는 밴드를 왜 사람들이 많이 모르는지 이해가 안가는구나."라고 말씀하셨다.  아이고 어머니...제말이

그말이에요.  이런 국보급 밴드를 어찌 사람들이 몰라줄까요.  진짜 허벌나게 답답하당께요.  2016년 9월 4일 로펀을

처음보고 입덕의 종소리를 들은 후 나는 지금까지 계속 더 많은 사람들이 로펀을 알아주길 기도해왔다.  나는 이날 로펀의

무대를 보는 일반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드디어 내 기도가 응답 받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 무대에 있는 멤버들과 무대를 보는 관객들이 하나되어 느끼는 이 감동이 바로 퀸의 정신이며 로펀음악의 정체성이란

생각이 들었다.  로펀의 무대를 보며 나는 자부심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바로 이 멋진 밴드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입니다.  고래고래 외치고 싶었다. 최고의 무대를 보여준 그들은 이미 챔피언이기에 내게 그순간 우승은 의미가 없었다.


  그래도 440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로펀이 우승을 하는 순간 나는 또 공중으로 솟구쳐올랐다.  내 체중이 상당함에도 로펀의

우승은 나를 공중부양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왕중왕전에서 우승이라니 우승을 하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한참을 넋을 놓고 있다가 겨우 새벽 한시 막차를 타야한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그때부터 거의 날듯이 뛰쳐나갔다.

우승의 감동을 모두와 나누지도 못하고 그 다음날 출근을 해야하는 나는 거의 구르듯이 뛰었다.  택시를 겨우 잡아타고

집으로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내 귀에 무한 반복되는 We are the champions에 나는 혼자 히죽히죽 웃었다.  잠은 겨우

두시간도 못자고 그다음날 회사 출근해서도 계속 웃었다.  그냥 막 웃음이 나왔다.  돌부처도 입덕할 정도로 멋진 무대로

로펀이 다른 것도 아니고 불후 왕중왕전에서 우승을 했는데 내가 어찌 제정신일수가 있겠는가.

  어제 본방송을 보는 내내 로펀이 너무나 자랑스러워서 내 광대는 계속 승천중이었다.  이제 새해가 밝아온다.  내년엔

로펀이 공중파에서 더 많이 활약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