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펀치에 빠지다>

로맨틱펀치 와의 쉰두 번째 만남: 84th로맨틱파티: yes24라이브홀: 18.11.11

묭롶 2018. 11. 17. 19:06

  무려 7개월 만에 열린 84번째 로맨틱파티였다.  지난 4월 21일 마포아트센터에서 83번째 로파가 열린 후,

84번째 로파까지 로펀공연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거의 매달 두세시간을 로파에서 뛰어놀던 팬들에게 한 시간도

안되는 공연시간은 언 발에 오줌누기였다.  오랜만에 하는 로파라 기다린 팬들만큼 로펀 멤버들도 많이

설레었는지 보컬 배인혁님은 인스타라이브에서 로파때 부를 셋리를 팬들에게 묻기도 했다. 

  물론 번복의 아이콘이신 보컬님 답게 처음과 끝을 '토요일 밤이 좋아'로 하는 수미상관 로파로 하겠다는 계획은 실행되지

않았다.  보컬님의 인라에서 로펀곡에 맞춘 손동작과 떼창 포인트도 다 함께 공유하고 그동안 공연영상을 통해

복습을 하는 등 팬과 로펀 모두 로파에 임하는 마음이 남달랐다.  인스타 피드에는 늦은 새벽까지 열심히 합주를

하는 멤버들의 사진과 공연때 전자드럼을 선보이겠다는 드러머 트리키님의 사진이 올라와서 공연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때보다 큰 로파였다.


  거기에 공연장의 규모도 지금까지 300석 규모로 진행된 로파와는 달리 천 석 규모의 광나루에 위치한 yes24

라이브홀이었고 무려 오프닝 게스트가 YB인 그야말로 그 모든게 역대급이었다.  공연장에 도착해보니 <불후의

명곡>팀에서 보낸 공연 축하화환이 떡허니 자리잡고 있어서 공연장에 도착하자마다 나는 자부심이 끓어올랐다.

공연을 기다리면서 오랜만에 제작한 굿즈(슬로건, 후드티)도 구입하고 로펀의 1집 <미드나잇 신데렐라> LP는

인터넷으로 이미 구입을 했기에 실물만 영접했고, 소량만 준비되어 있어서 못 살까봐 가슴 졸였던 <야미볼

일본판>CD도 구입했다.

  공연장에 입장해서 자리에 앉아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을 보니 또 가슴이 뿌듯해졌다.  300명 규모로 공연할때는

왠지 옹기종기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는 친목도모의 느낌이 났는데, 천석이라니 이건 모르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정말 대형 공연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아~~~ 공연 중 천 명이 함께 하는 떼창의 감동이 엄청나서 예전에

맨 뒷자리에서 캠코더 찍던 시절이 떠올랐다.  (아~~~~ 이 아름다운 광경을 뒤에서 풀샷으로 찍어야 하는데...싶은

캠코더적 아쉬움이 남았다는.......)


  정말 준비를 많이 한 84번째 로파였다.  소문난 잔치 먹을것 없다는 말을 거짓으로 만들만큼 신나고 즐겁고 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간지 모르게 순삭해버렸다.  무대에 타임제로를 시작하는 숫자가 뜨는 순간부터 10.9.8.......1.0를 다함께

외치는 순간 관객들은 로펀행성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그 무대에 파란색 양복을 맞춰 입은 역대급 게스트인 YB가 등장했을 때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YB 보컬님이자 로맨틱펀치의 소속사 대표님이기도 한 윤도현님은 대세밴드 로맨틱펀치 공연에

오프닝게스트를 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게스트가 YB로 정해졌을때, 기타 콘치님은 이건 짜장면 시켰는데

탕수육이 배달온 것과 같다고 표현했는데 YB는 네 곡을 연달아 부르며 공연장을 거의 폭발직전의 에너지로

가득 채웠다.  


<<셋리스트>>

1.글램슬램

2.몽유병

3. 파이트클럽

4. 화성에서 만나요

5.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6. 쌩

  무대에 빨강기타가 배치되었을 때 다른 세션이 한 명 더 올라오나보다 생각했는데 빨강기타를 배인혁님이

메고 땀에 젖은 곱슬머리를 흔들며 '쌩'을 불러줄 때 내 눈앞에서는 찬란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7. 치명적치료

8. Holic

  트리키님의 전자드럼에 맞춰 보컬님이 Holic을 부를 때 나는 줄줄 녹아내리고 말았다.

9. 이밤이 지나면



10. I belong to you

   노래를 듣는 내내 가슴이 너무 아파서 심장이 너덜너덜해졌다.  후렴구에서 감정이 북받쳐 터져버린 눈물에 한참동안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보컬님을 보면서 나도 순간 울컥해져버렸다. 

11. Dirve Misty

  차에서 라면을 먹으면 차에 습기가 차고 그래서 시야가 흐려지니까 반짝이던 머리띠도 잃고버리고 그러는

것이겠지요.  우린 순수하니까 더 상상하면 안되는거죠?

12. Catch me (레이지)

13. 나쁜 남자 (콘치)

14. 창백한 푸른점

15. 굿모닝블루

16. 눈치채줄래요

17. 메이데이메이데이

18. 사랑에 빠진 날

19. 마멀레이드

20. Still Alive

21. 안녕, 잘가

22. 야미볼


23. 토요일 밤이 좋아

ㅎㅎㅎㅎ 토밤 물뿜을 위해 던진 생수병을 받으려다 놓쳤을 때 깜짝 놀라는 보컬님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는데, 물을

입에 쏟아부으려다 밑둥이 터져서 물이 없자 냉큼 쫄쫄 떨어지는 물을 받아마시는 보컬님의 모습에 완전 기절했다.

24. 어메이징

  아아아아아~드디어 로펀이 등장했다.  인스타에서 공언한 것처럼 수미상관 로파가 되지는 않았지만 '글램슬램'으로

시작되는 로파는 언제나 정답이다.  이날 로펀곡을 모르는 관객들이 다수이니 대중적인 곡을 부르겠다는 보컬님의

말과는 달리 그동안 로파에서 자주 듣지 못했던 곡('이밤이 지나면', I belong to you', '쌩', '굿모닝 블루')을 들을 수

있어서 세상 행복했다.  공연중 배인혁님은 오늘 오신 분들에게 자신의 수명까지 드리고 싶다며 감사를 전하자 옆에 있던

기타 레이지님이 '나도 주라'라고 말해서 다들 엄청 웃었다. 

  이날 로펀 공연에서는 유닛활동을 겸하고 있는 로펀 멤버들의 유닛 활동곡도 불러줬는데 콘치님은 콘치와 콘치즈로

활동중인 '나쁜 남자'를 불렀다.  분홍색 셔츠에 검은머리를 한 콘치님은 이날도 최강동안을 선보였고 '비나 와라'

떼창으로 관객들은 태풍과 같은 환호를 보냈다.  콘치님은 배인혁님에게 곡을 쓸 때는 안이한 마음으로 쓰지 않고

본인처럼 많은 것을 염두에 둬서 곡을 써야 한다며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준비하는 자세로 곡을 써야 본인처럼

관객들의 호응을 얻는 좋은 곡을 쓸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기타 레이지님은 솔로 유닛활동곡인 'Catch Me'를 선보였다.  이곡은 Idle Side로 활동하는 레이지님의 대표곡으로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멋진 기타연주와 후렴구의 'somebody catch me'부분이 강한 중독성을 가진 곡이다.

비주얼이 최고인 레이지님이 흰색 기타를 메고 연주하는 기타는 그야말로 전율 그 자체였다. 

레이지님의 곡이 끝난 후 배인혁님은 레이지 Idle Side음반이 연습실에 잔뜩 쌓여 있어서 통행에 불편이 많다며

오늘 같은 날 가져와서 판매를 했어야 하는거 아니냐는 말을 했는데, 그때 난감해하던 레이지님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참으로 짓굳은 형이다.


  콘치님과 레이지님의 유닛활동곡이 끝난 후 배인혁님이 키보드로 가서 자리하자 관객들은 모두 배인혁님의

솔로곡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창백한 푸른점>이 연주되어 나오자 관객석에서 안타까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배인혁님은 <창백한 푸른점>이 나름 로펀의 인기곡인데 이런 반응은 처음이라고 말했지만,

이내 '나는 당신에게 그저'를 무반주로 한 소절 불러줬다.


  이날 천장에 있는 모니터 스피커가 나오지 않았고 초반에 키보드가 음향이 출력이 나오지 않는 등 무대장치의

이상이 있었다.  키보드 소리가 나오지 않자 표정이 굳는 배인혁님을 보며 콘치님은 '보컬이 화가 많다'고

말했고 배인혁님은 '윤도현 형님이 화를 가라앉히는 호흡법'도 알려줬다고 얘기하면서 그래도 오늘은 화를 내지

않았다며 본인 입꼬리를 손가락으로 위로 끌어올렸다.  그러면서 잔잔한 곡을 할때는 관객분들이 자리에 앉아서

공연 보실 줄 알았는데 계속 선채로 함께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배인혁님은 이제 간간이 앉을 수도 있는

좌석공연을 지향하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스탠딩할 걸 그랬다는 말도 했다. 

  인라에서 보컬님이 강조했던 Still Alive 관객들이 부르는 후렴구가 시작되었을때 로퍼니스트들의 얼굴엔 비장한

결의가 떠올랐다.  모두 공연전 인라에서 '눈을 감지 않을거야~절벽 끝에서라도~ I'm alive ~I'm ok~

먼지투성이지만' 를 목소리를 잃게 되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목소리를 높여 부르겠다고 서로 다짐을 했더랬다.

심지어 Still Alive 떼창하느라 이 곡은 사진도 영상도 없다.  로펀과 함께 우리는 이날 득음을 했다. 

  그야말로 오랜만에 세시간 가까이 뛰어 놀았더니 얼굴에 땀이 나서 안경이 계속 흘러내렸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안경을 벗엇더니 또 보이는게 없고 에라 모르겠다 다시 안경을 쓰고 미친듯이 뛰었다.  어떤 관객의 얘기처럼 세시간

동안 얼마나 뛰었던지 의자들이 모두 앞으로 전진해있더라는........... ㅋㅋㅋㅋㅋㅋㅋ 

 새로 구입한 로펀 후드티를 입고 공연을 본 로퍼니스트 동생은 너무 더워서 후드티의 목을 부지불식간에 잡아당겨서

사자마자 목이 늘어났다는.....혼신을 다바친 공연으로 땀에 젖은 보컬님의 땀방울이 보석처럼 튀어 올랐다는.......


  이날 내자리는 왼쪽 극사여서 보컬님 사진이 죄다 옆모습 뿐이다.  트리키님은 전혀 보이질 않았고 콘치님과

레이지님도 조명이 닿지 않아서 사진에 담을 수가 없었다.  그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로펀은 찍지 않을 수가

없다.  인스타용으로 겨우 1분만 영상으로 담고 미치광이처럼 놀아서 그나마 찍은 사진도 죄다 흔들렸지만

간만에 원없이 놀아서 후회가 없다.   문제는 막차를 타기 위해 공연 끝난 후 악수회도 함께 하지 못하고 뛰쳐

나가다 신데렐라도 아닌데 새로 산 슬로건을 잃어버렸다.  신데렐라는 왕자님이 벗겨진 유리구두를 찾아줬는데

나는 수소문을 해봤지만 내 슬로건은 사라지고 말았다.  꾸엥. 

  그렇게 꿈결처럼 아름다웠던 84번째 로파는 끝이 났다.  나는 현실로 돌아와서 그날의 로파를 떠올리며 눈을

뜬 채 다음 로파를 꿈꾼다.  로파여~~~어서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