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펀치에 빠지다>

<로맨틱펀치 와의 마흔아홉 번째 만남: KBS: 불후의 명곡: 18.10.01>

묭롶 2018. 10. 6. 18:22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떨렸던 날이 언제였을까?  열아홉의 나이로 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전 입사 면접시험을

보러갔는데 의자가 높아서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아 당황했던 그때였을까?  연체고객 관리를 하다가 쫓아온 고객님이

몸에 그림을 많이 그린 어두운 세계의 분이였던 그때였을까?  얼마전 딸아이가 수영대회에 출전해서 출발 대기선에

섰을때였을까?  그 모든게 다 아니었던것 같다.  나는 10월 1일 <불후의 명곡>판정단 석에 앉아 로맨틱펀치가

무대에 오르기까지 기다리는 순간이 가장 떨렸다.  우리 직원들은 내가 떨었다고 하면 안 믿겠지만,

나는 긴장으로 축축해진 내 손바닥을 계속 바지에 문질러 닦아야 했다.  그 정도로 떨렸다. 


  출연자 중 그 누가 우승을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지닌 가수님들이 출연하는

<불후의 명곡>에 로펀이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흥분과 동시에 긴장되었다.  지난 9월 15일 <YB>편에

출연한 로펀이 TV에  나왔을때 나는 내가 아는 사람은 다 붙잡고 자랑을 했더랬다.  내가 좋아하는 밴드가 이렇게나

어마무시한 매력과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역시 공중파의 파급력은 강해서 나의 자랑에 호응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나는 더 신이 나서 홈쇼핑 쇼퍼급의 자동발화로 칭찬을 했다.


  그런데 로펀이 <불후의 명곡>에 또 출연을 한다니 나는 이번에는 무조건 꼭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물론 내가

마음먹는다고 갈 수 있는 호락호락한 방송이 아님을 방청 신청 탈락으로 뼈저리게 느끼고 말았지만, 나에게는 천사님이

계셨으니 그분 덕에 난 <불후의 명곡>에 명곡판정단으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가장 큰 문제는 나의

몸상태였으니 추석내내 편도염으로 몸져 누워있던 상태라 로펀을 응원하는데 사력을 기울여야 할 상황에서 체력이

바닥을 기고 있었다. 

 역시 로펀의 능력은 대단했다.  기존에 공연후기를 쓰면서 로펀의 에너지는 여름 락페 펜스에서 실신했던 팬들을

일으켜 뛰게 만들고 공연에 감흥이 없는 돌심장마저도 뛰게 한다고 적었는데, 이날 사무실에서 목소리도 잘 안나오던

내가 엄청나게 큰 괴성을 지르며 뛰고 날았으니 그 모든 것이 로펀의 기적되시겠다.  물론 이날 무리를 해서 겨우

나아가던 편도염이 다시 도지고 말았지만......켁!!!


  <불후의 명곡> 녹화는 오후 일곱시 경 시작되어 보통의 경우 밤 12시가 다 되어 끝이 나는데 이날은 녹화가 순조롭게

진행되어 밤 11시가 조금 넘어서 끝이 났다.  이날 공연을 보며 신기했던 건 한 가수의 경연곡에 맞는 무대장치를 정말

많은 스텝들이 동시에 들고 들어와서 순식간에 셋팅을 한 후 그 무대에서 가수가 공연이 끝나면 곧바로 그 모든 것을

동시에 철거한 후 다시 다음 가수의 무대장치를 셋팅한다는 점이었다.  변신로봇 트랜스포머도 아니고 무대장치에

해당하는 각 부속들을 동시에 일제히 들고 무대에 올라온 스텝들이 기가막히게 빠른 속도로 그걸 조립하고 해체하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왠지 요리장인이 한꺼번에 여러개의 요리를 눈깜짝할새 만들어 내는 것처럼 무대를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스텝들의 능력은 <불후의 명곡> 의 깊은 내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물론 빠른 속도로 무대장치를 설치하고 철거했지만 그 시간은 대략 삼십분 가량 소요되어서 그 시간동안 관객들이

지루할까봐 그동안 개그맨 띵동이 무대에 올라와서 여러가지 게임과 이벤트를 진행했다.  나야 이벤트나 뽑기에는 워낙

인연이 없는 사람이니 즐겁게 보기만 했다.  그나마 띵동님 덕에 중간중간 웃어서 긴장감에 떨었다가 웃다가,

또 잠시후엔 긴장하다가 웃고 이건 뭐 울다가 웃으면 어디에 털이 난다는데 참으로 나의 정신상태가 걱정되는

대략난감의 상황이었다. 



 아~~~<불후의 명곡> 출연자분들 정말 편곡능력도 대단하지만 가창력은 전 출연자분들 모두 일어서서 박수치고

싶을 정도였다.  선곡을 하고 본인의 해석대로 편곡을 하고 거기에 맞는 무대연출까지 하자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까 나로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무대들이 이어졌고, 너무 멋진 무대 보여주는 출연자분들을 보면서

이렇게나 수준 높은 무대에 로펀이 당당하게 나란히 무대에 선다는 생각에 자부심이 넘치면서도 경연프로라는 생각에

가슴이 떨렸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본인이 좋아하는 가수님이 우승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다 같겠지만, 대중의 인지도가 약한

로펀이 <불후의 명곡> 우승을 계기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나를 더 떨리게 만들었다.

긴장으로 마음이 터질 것 같은 상태에서 무대 위로 <로맨틱펀치>라는 글씨가 올라왔을때, 외국에서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이 태극기를 볼 때의 심정이 그 순간 나의 심정이었다.  나는 그순간 가슴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북받쳐올라왔다. 



  곧이어 로맨틱펀치가 무대에 올랐고 팬으로서 그들이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를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절절하게


느껴질 정도로 열심을 다한 무대를 로펀은 우리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물론 나는 로펀이 무대에 오르는 그 순간부터

모든 이성을 상실한채 내 모든 것을 다 쏟아 불태웠다.  곡이 끝나고도 한참을 박수를 멈출 수 없었고 박수와 함께

터져나온 눈물도 멈출 수가 없었다.  우리 딸이 수영대회에서 자신의 기량보다 더 멋진 활약을 보여주는 모습을 본 것과

같은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이 감동과 흥분에 범벅되어 눈물로 쏟아져 나왔다. 


  탑밴드 준우승 이후 2000석이 넘는 공연장을 매진시킬 정도의 팬덤을 형성한 로펀이었지만 그들은 편하고 안정적인

준비된 공연대신 열악하고 힘들고 여러모로 제약도 많지만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매달 관객과 만날 수 있는

로맨틱파티를 선택했다.  이날도 로펀은 보다 많은 관객이 따라 부를 수 있고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편곡을 지향함으로써

로펀음악의 정체성이 관객과의 함께 하는 소통과 화합에 있음을 다시 한 번 우리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가창력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어마어마한 보컬의 능력과 자유자재로 편곡이 가능한 능력자가 있음에도 로펀은 무대를 자신들만의

것으로 채우지 않았다.  관객의 손을 잡고 관객이 함께 즐겁고 함께 노래를 호흡하고 공연을 즐기기를 바라는 로펀의

진심이 방송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  내가 로펀의 공연에 매번 감동받고 그들을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이유를 많은 사람들이 방송을 통해 공감할 수 있기를 두손 모아 간절히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