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펀치에 빠지다>

<로맨틱펀치 와의 마흔일곱 번째 만남: 18.09.16: 렛츠락 페스티벌: 한강난지공원>

묭롶 2018. 9. 25. 16:01

  절대로 이땅을 떠날 것 같지 않았던 더위가 지나갔다.  올 여름 모든 걸 고사시켜버릴 것 같았던 태양 아래

시작된 나의 로맨틱펀치 공연 관람은 8월 3일 전주 JUMF를 시작으로 8월 10일 인천펜타포트, 8월 12일 부산락

페스티벌, 8월 25일 구례 자연드림 락페스티벌을 거쳐 드디어 올해 마지막 락페인 렛츠락 페스티벌에 이르렀다.

  날이 추워지면 여름의 작열하는 뜨거움이 그리워지는 것처럼, 올해 뜨거웠던 락페를 경험한 나는 벌써 마지막

락페라는 사실이 안타까워졌다.  나의 안타까움이 하늘에 수심깊은 구름으로 드리웠는지 공연날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이미 입덕했던 첫해 2016년 우중공연을 워낙 자주 경험했던터라 어지간한 비는 우비도 입지 않고

그냥 맞고 마는데, 이건 왠일 갈수록 빗방울이 굵어지는 것이었다.

  로펀의 출연시간은 오후 4시 20분이었는데, 그전 출연자인 갤럭시 익스프레스 때부터 비가 두두두 쏟아지기

시작했다.  무대 위에는 대형 천막이 두개나 쳐졌지만 내리는 비도 마지막 락페를 아쉬워 하는 팬들의 흥겨움을 젖게

할 순 없었다.  갤익부터 관객석은 뜨거워졌고, 다음 순서 로펀이 무대에 오르기 전 무대위 천막이 철거되었다.

  아마도 관객들 시야를 가리기를 원치 않는 로펀측 요청이었으리라. 나는 이날 왼쪽 극사 일열에 자리잡았는데,

내 카메라의 방수기능이 어느정도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비가 주륵주륵 내리는 상황에서도 로펀을 찍고 싶은

마음에 비닐과 슬로건으로 카메라를 감싼 채 로펀의 등장을 기다렸다.  결론을 얘기하자면, 렌즈에 온통 빗물이

흥건해서 영상에 물방울이 어룽더룽 했다는... 그리고 습기에 화질이 어둡고 뿌옇게 나와서 결국 <퍼플레인>은

에펙 보정 후에 업로드가 가능했다는....켁!(에펙...넘나...어려운 것)

  곧 이어 무대 위로 콘치와 트리키, 레이지님이 올라와 음향 점검을 마친 후 나는 올여름 락페를 시작부터

접수해버린 로펀의 락페 첫 곡 <미로틱>의 전주가 흘러나오기를 숨 죽이며 기다렸다.   꺄~~~~ 드디어

나의 마법사 배인혁님이 전주와 함께 스탠딩 마이크 대를 손에 쥐고 무대 위에 등장했다. 

  이날 보컬 배인혁님은 요즘 과중한 공연 스케줄에 컨디션이 안좋아서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헐!!!

왠걸.....컨디션이 안 좋은게 어떤 건가요?  싶게 이날도 로펀은 무대와 관객석을 내리는 비에 말아서 들이 마셨다.

원래 사람이 비가 오면 좀 움츠러들고 좀 소심해지거나 감상적이 되는게 일반적인데, 로펀과 로퍼니스트들은

비 맞으면 자라는 죽순인가요?  아~~~ 죽돌이 ...죽순이 할때 그 죽순이 아니고 우후죽순의 죽순되시겠다.

오른손에 2킬로 가량 되는 카메라를 손에 든 나조차도 우비를 입고 미친듯이 뛰어댔으니, 손에 아무것도 안 들은

관객석의 관객분들은 빗속에서 중력에 저항하여 사방에 빗방울을 <매트릭스> 총알처럼 튀기며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

  관객석의 반응이 이 정도였으니, 우리 보컬님은 어땠겠는가?  이날 무대의 높이가 지상에서 2미터 정도 되었는데,

설마 저렇게 높고 이렇게 비가 와서 미끄럽기까지 한데 뛰어내리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을 잠깐 하는 동안 배인혁님이

무대에서 붕 ~~~ 날아서 관객석 앞으로 뛰어내렸다.  2016년 JUMF 우중공연 때 무대위에서 퍼포먼스를 하다가

미끄러져서 왼쪽 허리와 엉치 쪽을 강하게 부딪히는 영상을 봤던 나는, 지난 8월 12일 부산락페에서 예기치 않게

무대에서 떨어진 보컬님 덕에 이날도 뛰어내리는 순간 심장이 쿠구국? 하고 잠깐 멈췄지만 정말 낙법을 배우셨는지

좋아라 관객들 손 있는대로 다 잡아주는 분이 배인혁님이었다.  지난 9월 3일 <불후의 명곡> 녹화가 끝나고

우리 가수님 어머님께서는 가수님께 담배를 끊으라고 하셨다는데, 나는 팬들 심장에 무리가 가니 낙하를 끊으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진다.   아이고....모르겠다.  그래도 나비처럼 날아다니는 그분은 너무 멋있다. 

  렛츠락의 공연시간은 40분이었고,

<미로틱>->

<몽유병>

<파이트클럽>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퍼플레인>-><야미볼>->

<토요일 밤이 좋아>

아~~~순서가 맞는지 모르겠다. 후기를 바로 올렸어야 하는데,

16일 공연 다녀와서 바로 18일 평일에 <콘서트 7080>다녀오고 명절 쇤다고 장보고 어쩌고 했더니 기억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16일 공연 전날인 15일 경주 그린플러그드에서 보컬님은 셋리를 바꿔서 <홀릭>을 불러줬다고

한다.  렛츠락 무대에 오른 배인혁님이 오늘은 비가 오니까 셋리를 바꾸겠다고 했을 때, 내가 설마 하는 순간

<퍼플레인>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으아아앙~~~비 내리는 날 듣는 <퍼플레인>은 내가 팬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오열각이다.  보컬님이 <퍼플레인>을

부르는 동안 나는 비에 젖고, 보컬님의 고음에 젖고, 아름다운 연주에 젖어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 푹 젖어 형체를 

잃어버렸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그러다가 잉?  보컬님이 <야미볼>을 부르자 영혼 없는 나의 입은 자동반사로

♬맛있겠군~맛있겠어♪ 를 외치며 뛰어오르고 있었다는.......... 안타까운 마지막 곡 <토요일 밤이 좋아>까지

끝나고 팬들은 로펀 퇴근길을 보겠다고 무대 뒷편으로 갔는데, 정작 보컬님은 그 다음 순서인 <몽니>와 갑작스런

콜라보 무대를 꾸몄다는...... 팬들은 무대 뒤에서 들려오는 보컬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망연자실했다는 후문이.......

  로펀의 공연이 끝날때마다 아쉬움이 내 발밑에 짙고 무겁게 깔려서 나는 그걸 질질 끌고 집으로 내려올때마다

로펀을 날마다 볼 수 있다면 이런 미련이 남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런 면에서는 그분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가까이에서 꾸밀 수 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분이 참으로 부러워지고, 로펀과 함께 하는 사장님이 참으로

부러워지지만 난 내 얼굴에 비비크림도 잘 못바르고 내 옷 꼬라지도 수습을 못하는 사람이니 그저 미련을 질질

끌고 집으로 갈 수 밖에 없다.  공연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 지하철 유리에 비친 내 꼬라지는 참으로 볼만 하였다.

비에 젖은 상거지가 그곳에 떡하고 비춰졌으니 손에는 집에 가기 싫어하는 내 정신줄의 끄트머리를 힘들게 움켜쥐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괜찮다.  내가 입덕하는 그 순간부터 내가 소원했던대로 로펀이 방송도 자주 나오고 스케줄도

엄청 많아졌으니, 이제 곧 대중의 인지도를 크게 높일 일만 남은 것이다.  그렇게 지하철 유리에 비친 나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여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