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펀치에 빠지다>

< 로맨틱펀치 와의 마흔여섯 번째 만남 > 광주MBC난장 공개방송 : 18.09.07

묭롶 2018. 9. 8. 21:57

  나는 로맨틱펀치를 2016년 9월 4일 난장 뮤직 페스타에서 처음 만났다.  나에게 광주문화방송난장은 내게 로펀을

소개시켜준 은인과도 같다.  그런 이유로 나는 로펀(로맨틱펀치의 줄인 말)이 난장에 출연할 때면 다른 공연과는 남다른

더 특별한 감동을 받곤 했다.  왠지 시집간 딸이 오랜만에 나선 친정나들이와도 같달까!!!  그렇게 친정같던 난장이

수익성의 문제로 폐지가 되어 육개월 넘게 방송이 되지 않는 시간동안 마음이 참으로 안타깝고 속이 헛헛했다.

로펀을 더이상 난장무대에서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가장 컸지만, 또 한편으로는 뮤지션들에게도 친정집과 같은

편안함과 넘치는 배려를 주던 보금자리 같던 난장이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난장이 폐지된 작년 봄 이후 로펀은 작년 7월에 <스페이스 오페라>앨범을 발매한 후 보컬 배인혁님의 눈수술로 인해서

활동을 11월초까지 쉬게 되었다.  18년 9월 7일 난장 무대에 출연한 로펀의 보컬 배인혁님은 본인은 <스페이스 오페라>

앨범을 발매한 후 아파서 앨범 수록곡들을 부르지 못했는데, 다시 무대에 섰을 때는 난장이 폐지된 기간이어서 신곡을

선보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작년 봄 폐지되었던 난장이 다시 부활하던 그 첫 공연, 첫 무대에 난장은 솔로가수 배인혁님을

세웠다.  눈수술 이후 솔로가수 배인혁으로 첫 발을 내딛은 그를 다시 부활한 난장이 출연자로 초대를 했다는 점에서 나는

난장의 첫 공연(18년 4월 6일)에 큰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난장의 첫 공연, 첫 순서로 무대에 오른 솔로가수 배인혁님을 보면서 나는 다음 난장의 무대에서는 완전체 로펀을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마음을 눈치라도 챈 것처럼 난장은 9월 7일 공연에 로펀을 초청했다.  난장에 로펀이

출연한다는 공지글을 보자마자 나는 좋아서 죽었다.  공연 당일에 나는 하루종일 업무가 폭주여서 몸은 올여름 폭염에

녹아버린 채소 꼴이었지만 마음은 거의 조증의 끝에 다다라 있었다.  미친듯이 업무를 마무리하고 택시를 타고

광주MBC로 가는데 택시아저씨는 내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차를 어찌나 빠르게 모는지 나는 로펀 공연도 못보고 이대로

안녕하나 싶었지만 살아서 MBC에 도착했다.

  그렇지.....이렇게 아름다운 분을 두고 벌써 간다면 참 억울할 일이다.  이날 난장 공연은 <우리 같은 사람들>,

<헤이맨>, <라이프 앤 타임>, <신현희와 김루트>, <로맨틱펀치> 순으로 공연이 진행되었고 로펀은 끝 순서로

이날의 헤드라이너였다.  이날 녹화는 두주 분량의 녹화로 오후 여섯시 삼십분부터 밤 열한시가 넘어 녹화가 끝날

예정이어서 로퍼니스트들은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공연시작을 기다렸다. 

  로펀의 출연까지 대기시간이 길었지만 이날 공연을 하는 뮤지션들의 음악적 역량이 뛰어나서 시간은 금새 지나가

버렸다. 

  이미 여러 번 난장에 방청객으로 참여한 후, TV에서 나의 기괴한 모습을 발견하고 기겁을 할때마다 아~~다음번에

가면 좀 조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이날도 로펀이 나오자마자 괴성과 함께 미친듯이 펄럭이는 치마와 솟구치는

몸부림의 점프를 동시진행하는 그 구역의 제일 광인이 바로 나였다.  그래서 또 이번 녹화방송이 방영될 날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설마~~~너 아니지? 라는 전화를 이번에는 또 얼마나 받게 될런지.......... 이성을 탈탈 털린 광인의 모습도 바로

제가 맞습니다만......... 쩝......

  실은 로펀이 무대에 오르기 전에 아티스트가 싸인한 CD앨범을 추첨으로 뽑는 행사가 진행됐는데, 나는 워낙 뽑기운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지도 않고 있다가 막상 내좌석 번호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앞으로 나갔는데 무려 그 CD가 로펀의

앨범임을 발견하는 순간 다들 앉아있는데 혼자 미쳐서 꺅~~~~로펀 시디다~~~라고 날뛴 건 안비밀.......

  요즘 로맨틱펀치는 얼마전 EBS와 이달 3일 <불후의 명곡> 출연에 이어 이날 <난장>, 그리고 9월18일 녹화예정인

<콘서트 7080>까지 방송 스케줄이 작년에 비해 많이 늘었다.  물론 그 어느 공연장에서도 멋진 로펀이지만,

방송국 카메라 앞에 서는 로펀의 모습은 정말 눈부심 그 자체다.  이날도 흰색 라이더 재킷을 입은 보컬 배인혁님은

약간 긴 머리를 곱슬하게 웨이브로 만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고, 기타리스트 콘치님은 시선을 강탈하는 노랑 반바지를

그리고 기타신 레이지님은 애정하는 회색티를 입었다.  언제나 팬들에게 다정한 눈인사 보내는 스윗스윗한 드러머

트리키님은 썬글라스로 가리지 않은 예쁜 눈으로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난장의 작가님과 촬영감독님 이하 모든 스텝분들이 아티스트들을 좋아하고 그 누구보다 그들의 음악을 응원하며

공연하는 모습을 담는데 최선을 다하지만, 로펀에 대한 난장팀의 애정은 팬심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로펀에 대한 난장의 각별한 애정에 답하는 로펀의 보컬 배인혁님의 멘트는 때론 장난기 넘치지만, 그 안에 난장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겨 있다.  이날도 스텐바이가 안 들어온 상황에서 보컬은 그냥 이대로 시작해도 되죠~~

기타!!!를 외치며 난장팀을 긴장시켰다가 '진짜로 들어가는 건 아니구요~~!'라고 말해서 촬영감독님을 웃게 만들었다.

  공연시작 전 기타의 콘치님은 라이더 재킷이 너무 짧은거 아니냐고 보컬에게 말했고 보컬은 살이 쪄서 옷이 쫄았다고

답했다.  그런후 보컬은 공연 끝나는 시간이 너무 늦어졌다며 관객들 귀가길을 걱정하자 관객들이 괜찮다고 답했다.

이에 보컬님은 그럼 난장 관계자들 퇴근시키고 이 자리에서 공연을 계속하자고 말했다.  

  ㅎㅎㅎㅎ 이날 공연이 끝나고 앵콜을 외쳐서 <토요일 밤이 좋아>를 부른 후 관객들이 또 앵콜을 외치자 보컬은

난장팀을 바라봤는데, 스텝분이 웃는 얼굴로 과감히 손으로 X를 표시하는 상황이라 이날 공연은 밤 11시가 조금 넘어

끝이 났다는..........

  물론 공연이 끝났다고 로퍼니스트의 밤이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공연 후 로퍼니스트들은 감자탕 집에서 뒷풀이를

했다는.......내가 감자탕에 쏘주 마신 건 안비밀)

  이날의 셋리는 <몽유병>, <파이트클럽>, <화성에서 만나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화성에서 만나요>,

<메이데이메이데이>, <토요일 밤이 좋아>였다.   음???? 맞나??? 요즘 기억력이... 붕어수준인 관계로 ........ㅜ..ㅡ

  보컬 배인혁님은 <스페이스 오페라>앨범 발매 후 곡 활동을 못했는데, 관객들이 매일 듣는 사람들처럼 따라 하는게

신기하다고 말했다(사실 보컬님이 아파서 로펀을 못보는 기간내내 날마다 울면서 <스페이스 오페라> 들은 건 안 비밀)

로맨틱펀치가 무대에 오른 순간 의자에 앉아 있던 관객들은 자동으로 일어섰다.  첫 곡 <몽유병>이 나오자마자 관객들은

뛰기 시작했다.  일반 관객들이 뛰었다면 나는 거의 날았다고 봐야할까(무대를 찍기 위해 카메라를 이동하는 촬영감독

님께 손을 들고 광적으로 뛰어오르는 나는 분명 위해 요인이었을 것이다. 촬영감독님 죄송해요.  제가 이성을 잃었어요.)

하긴 로펀 공연을 맨정신으로 본다는 건 힘든 일이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가 끝난 후 무대 위로 키보드가 올라왔다.  키보드를 셋팅하는 시간 동안 보컬님은 기타

레이지님에게 "레이지!  설마 옷도 안 갈아입고 무대 올라온거야?"라고 레이지님을 놀렸다.  이 말에 "이거 회색이지만

아까랑 다른 옷"이라며 레이지님은 어이없어 했지만 보컬님은 회색덕후 레이지님을 놀린게 재밌는지 한참을 웃었다.

키보드가 셋팅 되는 동안, 보컬님은 지난번 방송에서 <창백한 푸른점>을 부르는데 완전 못했다며, 이 곡이 너무

어렵다는 말을 했다.  아닌게 아니라 삼옥솔까지 올라가는 고음들의 퍼레이드도 퍼포먼스와 동시에 소화해 내는

보컬님이 어렵다고 읍소를 할 정도로 <창백한 푸른점>은 어마어마한 고음들이 즐비한 곡이다. 


  그렇게 어려운 곡을 너무나 쉽게 부르는 우리의 보컬님은 이날 공연에서도 <창백한 푸른점>을 부르기 위해 키보드를

셋팅하고 있다고 관객들에게 설명했고, 이에 콘치님은 그게 아니고 본인 멋있어보일려고 이렇게 시간걸려서 악기를

셋팅하는 거라고 보컬님을 놀려댔다.  로펀공연에서 이러한 멤버간 서로서로에 대한 디스도 공연을 보는 재미중의

하나 되시겠다.

  팬들끼리 하는 말로 로펀 공연은 펜스 열시간 잡고 쓰러졌던 펜을 다시 일어나 뛰고 소리지르게 하고 앉은뱅이를 서게

하는 예수님의 기적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거의 비슷하게 공연불감증 관객을 광팬으로 만드는 마력을 지닌 거의

마약류에 버금가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오죽하면 팬들끼리 로뽕이라고 하겠는가.... 로펀공연을 볼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의 효과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지속기간은 일주일이다.  주말에 로펀공연을 보면

월요일 웃는 얼굴로 출근해서 행복한 기분으로 목요일까지 보낼 수 있다.  그러다 금요일이 지나 그 주말에 공연을 

못 가게 되면 그 다음주 월요일엔 무표정으로 출근하게 된다.  이제 우리 직원들은 월요일에 내 표정만 보고도 주말

공연의 유무를 판단할 지경이 되었다.  (ㅎㅎㅎㅎ 담주 월욜에 나는 아주 해맑은 모습으로 출근하게 되겠지.....)

  내가 로펀을 처음 만난 날 진행자는 로펀을 소개할 때 "로펀을 못 본 사람은 있지만 로펀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9월 3일 녹화가 진행된 <불후의 명곡> 사회자는 로펀을 "가수들이 좋아하는 가수"라고 소개했다. 

실로 로펀의 공연이 가진 힘은 대단하다.  전혀 모르는 관객석의 타인들도 한 무리의 열광하는 팬으로 만들고, 그런

모습에 더 신이나서 관객을 향해 손을 내미는 보컬과 멤버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이미 그들에게 입덕했지만

매번 새롭게 반하게 된다.  매 공연마다 첫 무대에 오른 밴드처럼 관객에게 다가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정직한

열정을 발견한다.  바로 그 관객을 향한 변치않는 뜨거운 마음이 로펀이라는 밴드가 지닌 가장 큰 강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보컬님이 관객들에게 손을 내밀때 나도 정말로 간절하게 손을 내밀고 싶었으나 공연중 몸부림의 결과로 손이

거의 아메바의 진액처럼 찐득찐득해진 상태였다.  아아아아~~오늘도 마음만 가서 닿았다....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