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펀치에 빠지다>

<로맨틱펀치 와의 마흔 네번째 만남>: 부산 락 페스티벌: 삼락생태공원: 18.08.12

묭롶 2018. 8. 15. 15:44

  드디어 부산 락 페스티벌(부락)에 내가 왔다.  작년 이맘 때, 로맨틱펀치 구례와 광주 공연을 보겠다고 부산공연을

접었던 나는 작년 8월 초 강진 오감통 페스티벌 이후로 로펀을 볼 수 없었다.  작년 8월 15일 로맨틱펀치 보컬

배인혁님이 망막박리 판정을 받고 수술 후 여러 달 활동을 쉬게 되었기 때문이다.  8월 중순 경 예정이던 크라잉넛과의

 EBS 공중파 방송이 취소가 됐을 때 오피셜은 공지가 없었고 공중파 펑크라니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몰라 걱정을

하던 중 신문에서 보컬님의 실명위기 기사를 읽고 마음이 어찌나 아팠는지 모른다. 

  작년에 날마다 왕복 100킬로 거리를 근교로 출퇴근하면서 항상 로펀 노래를 들으며 운전을 했는데, 기사를 읽은 후

로펀 노래만 들으면 자동으로 눈물이 나서 몇 달을 울면서 출퇴근을 했다.  작년 8월에도 로펀은 올해처럼 스케줄이

엄청났는데, EBS 크라잉넛과의 조인트 공연 취소를 시작으로 그 다음 구례자연드림페스티벌은 <신현희와 김루트>가

무대에 대신 올랐고, 구례에 이은 광주 MBC난장 숨소리 프로젝트 공연 때는 배인혁님 보컬 파트를 <타카피>의

보컬이 대신 불렀다. 

  작년 광주 MBC난장 공연 때 우리 보컬님의 목소리가 공연장에 홀로 울려퍼져서는 안된다며 배인혁님은 무대에

설 수 없었지만 전국 각지에서 모인 로퍼니스들은 보컬님이 참여한 '숨소리'가 공연진행되는 동안 응원의 마음을 담아

로맨틱펀치 깃발을 들었다. 

  그때 깃발을 들고 있던 사람도 관객석에서 보컬님의 목소리를 듣는 로퍼니스트도 모두 얼싸안고 펑펑 울었더랬다.

그 당시 MBC난장 공연 관계자분들도 보컬 배인혁님의 쾌유를 빈다고 로퍼니스트들을 위로해주었고, 새벽 두시

공연이 다 끝난 후 로펀의 <스페이스 오페라> 음반곡들 중 두 곡을 공연장에 틀어주었다.

  작년 8월 보컬님의 수술 이후로 보지 못하는 여러달 동안 나는 부산락페를 가지 않은 걸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퇴근길 거의 보지 못하는 나지만, 그래도 무대위에 빛나는 그분을 보았더라면 못 보는 시간을 견디는게 조금은 나았을까?

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서 보컬님이 다시 활동을 하게 되면 부산 락페는 무슨 수를 써서든 가리라고

마음 먹었더랬다.

  하지만 사람이 마음먹은 대로 될 것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올해 부산락페는 8월12일(일)이었고, 출연시간은

저녁 8시 10분이었다.  문제는 8월 3일부터 휴가였던 내가 8월13일부터 출근을 해야 하고 출근하자마자 최악의

노동강도가 나를 기다린다는 점+공연시간이 너무 늦다는 점+동거인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점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그래도 부락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가족들 밥 챙기고 차에 과일까지 먹이고

치우고 버스를 타고 부산길에 올랐다. 

  그나마 공연장이 사상에 있는 삼락생태공원이어서 광주에서 세시간 걸린다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공연장에

도착하니 다수의 로퍼니스트들은 펜스에서 대기중이었고, 뒤에서 깃발을 들어야 하는 깃발러 로퍼니스트들은

그늘 아래에서 공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밤 9시 30분 막차를 무조건 타야 새벽 1시에는 귀가가 가능한

상황이어서, 공연장 앞쪽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공연이 끝나자마자 튀어가서 택시를 탈 수 있도록 공연장 가장 후미에

자리를 잡았다.

  공연장에 도착해서 공연장이 참 넓다고 생각했는데, 해가 저물고 로펀의 순서가 다가올수록 인파가 많아져서

거의 광화문 촛불집회에 모인 수만의 인파에 맞먹는 관객들이 무대앞으로 모여들었다.  그렇게 많은 관객은

처음 봤다.  바로 며칠전 우리나라 공연장 중 가장 큰 무대를 자랑한다는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도 다녀왔지만

이건 공연관객수로 보면 공연중 최다를 차지할 것 같았다.  그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무대에 로펀이 오른다니

공연 시작전부터 팬부심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부산락페는 수만의 인파도 장관이었지만, 물대포가 엄청났다.  JUMF나 펜타포트에서 터지던 물대포는 물의

입자가 곱고 골고루 퍼지는 반면, 부산락페의 물대포는 그야말로 시위 진압용 물대포 같았다.  한참 노동판에

시위를 다닐 때 물대포의 위력을 확인하곤 했지만, 부락의 물대포는 진압용 물대포를 십분의 일로 압력을 줄여놓은

축소판이었다.  십분의 일이라지만 거의 물벼락 수준이어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막상 물줄기가

날아오자 기겁하게 되었다.  (으헤헷. 물대포 맞는 순간, 삽시간에 그지꼴을 못 면합니다.)

  또 한 가지 부산락페에서 기겁한건 바로 모기였다.  이미 전일 공연 때 모기 테러를 당한 관객들의 후기를 접했기에

모기 패치에 모기 기피제로 중무장을 하고 모기가 뚫지 못할 긴 청바지 차람으로 부락을 갔는데, 그걸 모기들이

뚫었다.  역시 부락의 모기는 모기도 클라스가 달랐다.  락페 공연장에 서식하는 모기 개체군은 불굴의 락 스피릿으로

진화된 종인가보다.  곤충학자들의 박사 논문감이다.  논문 제목은: '락페 공연장내 서식하는 변종 모기의 진화양상'

지금도 잠을 자다가도 회사에서 일을 하는 중에도 모기 물린 곳을 벅벅 긁으며 자연스레 부락을 떠올리게 된다는..........

  암튼 엄청난 물대포와 모기에 더불어 인파도 많고 무대도 굉장히 멀고 온통 관객으로 가려져서 사진도 영상도

제대로 찍힌게 없지만, 로펀이 무대에 올라 보컬님이 가창력을 뽐내고 멋진 퍼포먼스를 진행할 때마다 감탄하고

환호하던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나는 로퍼니스트로서의 자긍심을 느꼈다.  아무나 붙잡고, 이렇게 멋진 분들이

'로맨틱펀치'라고 사방팔방 외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올해 락페의 첫 곡은 <미로틱>이라는 보컬님의 얘기처럼 수만의 인파가 흥분으로 들끓는 가운데 <미로틱>의

전주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로브를 휘감은 나의 마법사님이 로브와 스카프를 휘날리며 무대에 등장했고, 수만의

인파가 로펀의 마법에 사로잡혔다.  이날도 나는 공연 시작과 동시에 이성과 기억을 잃었다. 

<미로틱>


<미로틱>


<파이트클럽>


<메이데이메이데이>


<토요일 밤이 좋아>

  무대가 크고 관객이 많을수록 더 빛이나는 나의 보컬님은 이날도 종횡무진 무대를 활약했다.  나는 공연을 볼 때마다

관객들에게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보컬님이 멋지고 자랑스럽지만 그 과정에 다치게 될까봐

걱정을 하게 되는 이중사고를 느끼게 된다.  이날 부락에서도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부르던 도중에 보컬님이

발을 헛디뎌서 무대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크게 다쳤으면 어쩌나 아파서 어떡하나 걱정하는 내 맘과는 다르게 보컬님은 곧바로

무대 위로 다시 올라와서 아무렇지 않게 노래를 이어 불렀고 콘치님은 저렇게 괜찮다고 하고선 대기실가면 아프다고

말한다고 얘길했다.  그래도 보컬님은 본인이 착지를 잘해서 괜찮다고 걱정말라고 얘길하며 계속 공연을 진행했다.

정말 관객들 대다수가 떨어졌다는 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매끄럽게 다시 무대 위를 누비는 보컬님을 보면서

나는 다시 공연에 빠져 들었다. 

  부산락페는 수만의 인파가 함께 하는 <메이데이메이데이> 떼창도 멋졌지만, 락페에서 불러준 <창백한 푸른점>이

대박이었다. 

전주가 흘러나올 때 설마...... 했는데 곡이 진행되며 고음 ♬사람일 뿐이야~~~~~♬를 보컬님이 부르자 주변 사람들은

그 가창력에 소름이 돋는 표정이었다.  아~~~ 이거슨 '불후의 명곡'에 나올 클라스 아닌가!!! 사방에서 숨죽인채

보컬님의 가창력에 압도당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관객들의 감동이 환호로 물들 때의 표정을 지켜보며 우리 보컬님이

최고임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나한테만 최고가 아니라 수만의 인파가 인정하는 최고가 바로 나의 보컬님되시겠다.

  8시 10분에 시작된 공연은 40분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아름답고 애틋한 꿈결같은 40분이 끝나고, 보컬님은

펜스 앞열을 사수하며 로펀을 응원한 로퍼니스트들을 향해 손인사와 눈인사를 건넸다.  나는 그 모습을 마저 지켜보지

못하고 택시를 타기 위해 뛰어야했다.  공연장이 택시가 잘 안다니는 곳에 있어서 터미널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이

막연했다.  하지만 다행이 빈 택시를 발견해서 나는 9시 30분 막차를 탈 수 있었다. 

  나는 막차를 타자마자 공연장에 남아있는 로퍼니스트들에게 보컬님의 안위를 물었다.  보컬님은 고양이처럼 가볍게

착지를 했다며 괜찮다고 팬들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하긴 워낙에 공기저항 없이 가볍게 무대를 훨훨 나비처럼

날아다니는 분이라 나처럼 지구 중력을 충실하게 적용받는 일반인과는 다르지 않을까........ 음... 내가 발을 헛디뎠다면

내 무게에 의한 낙하 충격에 어디가 부러졌을것 같은데.... 참 다행이다.  보컬님이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8월 3일 JUMF를 시작으로 8월 10일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8월 12일 부산 락 페스티벌까지 세 개의 락페를

다녀온 것으로 나의 휴가는 끝이 났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집안일과 회사일을 하고 잊지 못할 추억을 후기로

남긴다.  이제 내게 허락된 락페는 8월 25일 구례자연드림페스티벌과 9월에 있는 렛츠락페스티벌이 남아있다.

큰 무대에서 활약하는 로펀을 보는 즐거움이 있어 나의 여름은 날씨보다 더 뜨겁다.  마음이 춥고 외로운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 어떤 힐링보다 강한 힐링을 로펀을 통해 맛 볼 수 있다고...... 연탄은 한 번 타버리면 재가 되버리지만

인간은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든지 다시 삶에 불을 지필 수 있노라고..... 바로 그런 사실을 나의 밴드 로맨틱펀치가

게 알려주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