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펀치에 빠지다>

<로맨틱펀치 와의 마흔 두번째 만남>: JUMF 2018 :전주종합경기장: 180803

묭롶 2018. 8. 8. 11:27

  사실 JUMF 2018을 앞두고 나는 불볕더위보다 무대의 음향과 스모그가 걱정되었다.  물론 내가 음향 전문가도

아니고 무대연출에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내가 사랑하는 밴드가 무대에서 자신들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오지랍이 앞섰다.  작년 JUMF 2017 때 로맨틱펀치의 라인업이 FT아일랜드 앞 순서인데다가

어린 친구들이 좋아하는 EDM이 헤드라이너로 잡힌 상황이어서 펜스 분위기도 로펀에 우호적이지 않았고 거기에

더해 음향은 깨지고 과도한 스모그로 무대 위의 멤버들이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등 팬으로서 아쉬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올해도 JUMF 라인업을 보는 순간, 로펀팬들은 펜스 포기를 선언했다.

요즘 유치원부터 초등학생들은 물론 어린 친구들이 팬덤을 이룬 아이돌 아이콘이 로펀의 바로 다음순서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평소 로맨틱펀치의 공연 순서 전에 출연하는 아티스트들의 공연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호응을 해주는게

로펀팬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무대매너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아티스트가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는 중에도 펜스줄에서

자리에 앉아 일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는 무개념 팬덤을 보여준 작년 펜스를 잡았던 일부 어린 친구들이 떠올라 그들과

함께 펜스에 선다는 건 더위를 견디는 것보다 나에게 힘든 일이 될거란 생각에 아에 멀찍이서 공연을 보기로 마음먹고

오후 늦게 공연장을 찾았다.


  공연장은 그야말로 불타는 사막과 같았다.  더위를 대비해 준비한 각종 장비들이 무색하게 정말 공연장에 온 사람들 중

여러 명이 동시에 쓰러진다해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였다.  바람이 간간이 불어오고 하늘도 높고 구름도 예뻤지만,

작열하는 햇빛 아래 그대로 모든 수분은 바짝 증발해버리고 곧 바삭바삭 구어진 과자가 될 판이었다. 

  로맨틱펀치의 공연 예정 시간은 오후 8시 40분이었고, 그야말로 공연전까지 햇빛을 피해 유랑길에 올라야만 했다.


  절대로 저물지 않을 것 같던 태양은 오후 여섯 시가 넘어가자 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내리쬐는 빛이 없는

것만으로도 공연장은 시원해지기 시작했다.  간간이 뿌리는 물대포가 바닥을 적셔서 공연 관람이 즐거워졌다. 


  작년 JUMF  2017은 T자형 돌출무대였는데, 올해는 돌출 없이 일자로 두개의 무대가 교대로 공연관람 대기시간이

거의 없이 진행되었다.  관객들을 향해 온 무대를 활약하는 로펀 멤버들을 생각하면 돌출이 없다는 게 아쉬웠지만,

대기시간이 없이 진행되는 관계로 전 타임 아티스트로 인해 다음 아티스트의 공연시간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없다는

점에서는 좋았다.  그리고 양쪽 무대의 LED 전광판의 화려한 조명과 팡팡 터지는 물대포는 어둠이 짙어져 갈수록

출연하는 아티스트들을 돋보이게 했으니 작년 같은 스모그도 없이 아름다운 무대 위의 로펀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어 올해 JUMF무대 연출은 엄지척을 들어본다.


  드디어 <헤이즈>의 무대가 끝나고 로맨틱펀치가 무대에 올랐다.  로펀이 무대에 오르기 전 로펀의 자부심인

깃발을 든 로퍼니스트 깃발러들은 슬램팀과 로펀 공연 시 진행할 슬램을 상의했다.  우리끼리는 JUMF2018 금요일

순서에서 슬램을 할 수 있는 건 로펀 때가 유일하지 않겠냐고 얘기했을 정도로 이날 공연 출연진이 락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일까?  슬램팀과 로펀팬들은 로펀이 무대에 오르기 무섭게 깃발을 나부끼며 신나게 슬램을 진행했고

그걸 뒤에서 지켜보는 나는(키가 작은 오징어라 슬램이 잘 안 보였다는 ㅜ.ㅡ) 너무나도 신이 났다.

 

< 미로틱>언제나 나를 미치게 하는 '주문'

  이날 공연장 입장하면서 생각보다 사람이 적어서 평일 금요일이라 이렇게 숫자가 적으면 어떡하나 싶게 걱정이 됐는데,

저녁이 되자 관람객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졌다.  로펀이 무대에 오르자 앉아서 공연을 보던 관람객들도 무대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신나게 나부끼는 로펀 깃발과 함께 무대에 오른 로맨틱펀치 멤버들의 모습은 오늘도 아름다웠다.

올해 락페의 첫 곡은 <미로틱>으로 시작하겠다는 보컬 배인혁님의 얘기처럼 이날도 첫 곡은 <미로틱>으로

시작되었다. 

<미로틱>에 맞춰 나부끼는 로펀의 깃발!

<미로틱> 스탠딩 마이크 대를 돌리는 보컬님 볼 때마다 놀랍고 신기하다.

  첫 곡이 <미로틱>이란 얘기는 다른 말로 첫 곡부터 미치게 달렸다는 뜻이 되겠다. 

지난 그린플러그드  공연 때 <미로틱>에 홀려 미친듯이 영상을 찍었지만, LED에 영상이 다 깨져서 업로드도 못한

나는 이날도 나의 낮은 키 높이에도 불구하고 마구 찍었다.

 

  관람객과 아티스트가 하나 되는 공연, 관람객이 최고 신나고 미치게 흥분되는 공연을 원한다면 로맨틱펀치의

공연을 보시길 강추한다.  물론 보는 순간 뛰고 소리지르는 낯선 자신을 발견하는 즐거움은 보너스되시겠다.

아~~ 정말 이날 금요일 JUMF2018 은 로맨틱펀치가 살렸다고 자부한다.  물론 이날 출연한 다른 아티스트들의

역량이 부족했다는 뜻이 아니라 장르 특성상 뮤직페스티벌의 취지에 부합하는 함께 즐기는 즐거움보다는

피크닉 존에서 맥주 마시며 관람하기에 적당한 내용이었다는 얘기가 되겠다. 

<파이트클럽>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모공이 열리고 그 열린 모공에서 흘러내린 땀으로 온몸을 흠뻑 적셨을 때의 기분은 밋밋한

일상을 깨뜨리는 통쾌함을 선사한다.  <미로틱>으로 시작해서 <몽유병>, <파이트클럽>으로 이어지는 셋리는

나를 폭죽에 태워 저 하늘 끝까지 띄워올린다.  별이 하나 둘 뜨기 시작한 밤하늘에서 흥분에 취해 아름다운 무대를

바라볼 때 이어지는 달콤한 노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차게 보관해서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오는 한잔의

샴페인처럼 내 마음을 내 눈을 내 영혼을 달콤하게 적셨다.  아~~~ 이렇게 눈 뜬채로 눈이 머는가 싶게 저절로

흔들리는 내 몸은 그렇게 사랑이라는 헬륨가스로 가득 채운 풍선처럼 부풀었다.

<화성에서 만나요>

  아~~ 나는 풍선이 되어 <안녕, 잘가>에 맞춰 마구 손을 흔들었다.  안녕, 잘가요~~ 또 만날 수 있겠죠~~~

따라부르다 <화성에서 만나요>를 부르기 전 보컬 배인혁님이 작년에 <스페이스 오페라>음반을 내고 부득이하게

여러 달 활동을 못했단 얘기를 하자 작년 이맘때가 떠올라 마음이 아파왔다.  작년 JUMF 를 보고 강진 <오감통>에서

로펀을 본 후, 구례 자연드림페스티벌에서 만나자고 해놓고 보컬님이 눈 수술을 받느라 여러 달 동안 보지 못했을 때의

슬픔이 떠올라서 다시금 로맨틱펀치를 무대에서 볼 수 있음이 새삼 고맙게 여겨졌다. 

<야미볼>

 이날 보컬님은 로펀 깃발 많아서 너무 좋다고 슬램하시는 분들도 보기에 참 좋다고 멘트를 했다. 

<화성에서 만나요> 곡이 진행되는 동안 LED 무대 뒷 배경이 은하수처럼 아름다웠다.  조명이 별빛처럼 뿜어져

나오는 무대를 보면서 넋을 잃고 바라보다 곧바로 <야미볼>과 <토요일 밤이 좋아>로 이어지며 무대는 앵콜 없이

순식간에 끝이 났다.


<토요일 밤이 좋아>

  보컬님 본인이 스스로 '배여름'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로맨틱펀치 공연이 그 어느때보다 많은 8월이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연달아 무대에 올라야 하는 로펀 멤버들의 건강이 걱정되지만, 그 많은 공연 중 내가 볼 수 있는 공연이 몇 개

되지 않다는 사실이 슬픈게 또 사실이다.  성냥팔이 소녀가 추위에 떨며 남은 성냥개비의 개수를 헤아리는 것처럼,

보는 동안의 행복이 큰 만큼 공연이 끝날 때마다 내 마음은 내가 볼 수 있는 공연을 헤아리게 된다.  지방러에 직장

유부 애엄마의 비애라고나 할까.  그래도 무대 위의 그들을 가늘고 길게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번엔 오랜만에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접수하는 로펀을 만나러 가야겠다.  그 가슴벅찬 현장에 내가 함께

했다는 사실이 나의 삶에 지워지지 않을 흔적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