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문화발전소 개관 기념 공연에 7월 7일 로맨틱펀치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다.
왜냐면 난 뽑기운이라고는 일도 없는 사람인데, 인증과 댓글 이벤트를 통해 티켓을 준다니 내가 될리가 없지 않은가......
당근 떨어졌다. 그리고 신촌문화발전소가 일차로 뽑고 로맨틱펀치 소속사에 이차로 이십명을 뽑는다고 해서 당연히
또 응모는 했다. 역시 또 떨어졌다. 이번처럼 크게 실망하고 크게 자괴감이 든 적이 없었던 것 같다. 7일 공연을 못가게
되면 나는 7월에는 15일에 있는 배인혁님 단독 스케줄인 스마일 러브 위캔드 한 번밖에 못 가는 상황이라, 로펀을 한 번만
보고 7월 한달을 어떻게 버티나 싶어 너무 속이 상했다.
그러나 내게는 천사님이 계셨으니,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나를 건져올리사 로뽕의 축복을 맛보게 해주셨으니
로퍼니스트들에게축복있으라~~!!! 공연 하루 전 그것도 오후 늦게 티켓을 확보한 나는 입이 째지게 웃으며
서울로 올라갔다. 이번주 초 문을 연 신촌문화발전소는 창전동 오르막에 위치해 있었다. 높은 지대에 있어서 공연을
기다리는 내내 멋진 풍광을 구경할 수는 있었지만, 로퍼니스트들과 수다를 떠느라고 풍경을 감상하진 못했다.
이날 티켓을 교부받기 위해 팬들은 아침 여섯 시 삼십분에 숙소를 나선 분도 있고, 대부분 여덟시도 안 된 이른 시간부터
공연장에 도착해서 공연때까지 거의 열두 시간을 대기했다고 한다. 나는 오후 늦게 올라와서 대기시간이 길지 않았지만,
기다리는 관객들을 위해 신촌문화발전소 공연 관계자분들이 시원한 대기실을 제공해주셔서 팬들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공연을 기다릴 수 있었다.
티켓교부와 공연진행 과정에서도 관계자분들의 세심한 배려와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서 공연을 보기 전부터
보고 나서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가슴이 몹시 훈훈했다. 신촌문화발전소는 문화 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까지도
발전시켜줄 것 같다. 공연의 감동도 중요하지만, 공연을 관람하기 전과 관람을 한 이후의 모든 과정까지도
마음써서 배려하는 신촌문화발전소 관계자분들에게 나는 크게 감동받았다. 앞으로 신촌문화발전소에서 진행될
모든 공연과 기획과 이벤트를 응원합니다.
공연을 기다리던 중 원래 공연 시간이 80분이었으나 아티스트의 건강상의 문제로 공연을 50분으로 단축한다는 얘기를
팬분들에게 전해 들었다. 보컬인 배인혁님이 지난 6월 30일 ROCK STAR 공연 때 늑골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해서,
원래 있던 허리디스크에 더해진 통증으로 장시간 공연진행이 어렵다는 얘기였다.
ㅜ.ㅡ 작년에도 부산에서 만나자고 강진에서 헤어진 후로 갑자기 청천벽력 같던 망막박리 기사를 보고 충격이 컸는데,
늑골에 금이 갔다니 ㅜ. ㅡ 정말 얼마나 속이 상하던지.......관객들 위해서라면 목소리가 안나와도 금방 쓰러질 것 같아도
그 모든걸 극복해내고야 마는 보컬님의 성격을 아는지라, 공연볼 때마다 그 모습에 열광하지만 한 편으로 조마조마한
것도 사실이다.
그냥 공연만 즐기고 밴드 멤버들의 몸상태야 그건 개인적인 부분이니 쿨하게 넘겨야 하는데 나는 로펀수니이기에
공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볼때면 팬부심에 가슴이 터질것 같지만 또 한편으론 그 최선을 위해 참고 견디는 부분이
보여서 내 마음 한 편은 무너지게 아플 때가 많다.
<출처: 배인혁님 인스타그램>
아마 나의 이런 양가감정은 로맨틱펀치를 처음 만난 2016년 9월 4일부터 시작되었나보다. 사방이 국텐팬으로 가득한
가운데, 장대비를 뚫고 올라온 로펀 멤버들을 보며 의아하고 신기함을 느꼈던 내가 그 밴드의 에너지 넘치는 공연에 홀딱
반해서 로펀이라는 밴드를 더 많이 알고야 말겠다고 난생처음 인스타라는 것에 가입했다. 난 그날 보컬 배인혁님 인스타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온 몸 여기저기 생채기가 잔뜩 난 채 비에 흠뻑 젖어서 고개를 숙인 배인혁님의
모습을 보고 로펀 공연을 본 흥분에 취해있던 나는 한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것도 버스 안에서....
무대 위에서 후광이 넘치게 날고 뛰고 소리지르며 빛나던 나의 보컬님이 무대 뒤에서 탈진한 상태로 상처 가득한 채
숨을 고르고 있는 모습이 그 순간 그대로 내 가슴에 각인되어 버렸다. 그 뒤로도 로펀 멤버들을 볼 때면 무대에서
공연할 때는 못 느끼지만 무대가 끝나고 관객에게 손을 흔들 때면 그때의 모습이 자꾸만 겹쳐 보여서 나는 매번 공연이 끝
날 때마다 마음이 울컥거린다.
보컬님이 늑골부상이라니 공연 전부터 참 마음이 많이 복잡했지만 그런 내마음과는 달리 배인혁님은 뛰지만 못했을 뿐,
끝도 없이 올라가는 가창력 쩌는 고음에 틈만 나면 관객석으로 와서 관객들 손을 최대한 잡아 주었다. (나는 당신에게
그저 부끄러움에 손도 내밀지 못하는 오징어랍니다.) 하지만 생수병을 집기 위해 상체를 살짝 숙이는 동작만으로도
느껴지는 통증에 순간순간 아픔이 느껴지는 표정과 다친 부위에 저절로 가는 손이 수니는 마음 찢어지게 아팠다.
그 와중에도 오늘 무료공연인데 기타리스트 레이지님이 오늘 공연비 얼마냐고 물어봤다가 무료라고 해서 실망했다고
레이지님 디스하고 역시 락의 고향 신촌에서 락밴드 부흥의 신호탄을 올리는 것 같아 오늘 기분이 좋다고 멘트도 했다.
ㅎㅎㅎㅎ 락밴드 부흥의 역사적인 의의를 보컬님이 얘기할 때 기타리스트 콘치는 딱 맞춰 배인혁 솔로프로젝트 곡
(어쿠스틱) <좋아요 꾹>반주를 하기 시작했고, 관객들은 신이 나서 <좋아요 꾹> 노래를 부르자 배인혁님은 말문이
막힌다는 듯 한참을 웃었다. 그러고선 레이지 솔로 프로젝트 idleside를 idle moment라고 말하고는 아참~~거긴
cafe이름이지라며 idleside 수록곡인 <돌고돌아> 가사를 한 소절 불러서 레이지님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셋리는 평소처럼 나의 머릿속에 기억으로 머물지 못한 채 사라졌지만, 이날 <글램슬램>으로 시작해서 오랜만에
듣는 <스페이스 오페라>음반 수록곡들은 참으로 반가웠다. 오랜만에 듣는 <화성에서 만나요> 시작부분의
~이건 위대한 발견이야~누구도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세상일거야~라는 부분에서 그럼그럼, 로맨틱펀치는
만나본 사람만 아는 전무후무한 새로운 세상이지라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혼자 마구 끄덕이다가 후렴부분
~만약에 말야~~~내가 어딘가 사라진다면~그때엔 말야 그대 맘 속에 살아날거야~~~에서는 신이 나서 따라부르고
<창백한 푸른 점>의 아름다운 전주 부분에선 잠시 영혼이 저 먼 우주 안드로메다로 여행을 떠나는 몽상에 빠지기도
했다.
이날 예정된 변경 공연 시간은 50분이었지만 50분만 듣고 일어날 팬들이 아닌지라 연이어 앵콜을 외쳐서 앵콜에
앵콜까지 듣고도 끝끝내 앵콜을 외쳐서 배인혁님이 기겁을 했더랬다. 참으로 알차게 앵콜로 <스틸 얼라이브>까지
들었으니 참으로 마음이 오지게 흡족했다.
<스틸 얼라이브> 부를 때 관객들 떼창으로 ~눈을 감지 않을거야~ 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