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펀치에 빠지다>

<로맨틱펀치 와의 마흔 세번째 만남>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송도달빛축제공원: 18.08.10

묭롶 2018. 8. 11. 22:20

<다음 관계자분들, 사진 업로드 용량 좀 올려주시면 안되나요.  포샵 보정사진은 용량상 한장도 안 올라가요>


  드디어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내가 왔다.  얼마전 보컬 배인혁님은 오랜만에 펜타포트에 출연한다며 설레이고

기쁜 마음을 팬들에게 드러냈었다.  제작년 겨울 지금은 없어진 연남동 덤앤더머 펍에서 어쿠스틱 공연 때

처음 펜타포트 출연했을 당시의 이야기를 해줬었던 기억이 나는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 배인혁님은 워디시에서 로맨틱펀치로 밴드 이름을 변경하고 활동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펜타포트

섭외가 돼서 감격스런 무대에 올랐는데 무려 앵콜까지 나왔는데 그때 당시에는 발표 곡들이 몇곡 되지 않아서

소녀시대의 <힘을 내>를  앵콜곡으로 불렀지만 갈수록 사람들 반응이 싸늘했다며 지금 생각해도 락 페스티벌에서

<힘을 내>가 왠말이냐며 웃음을 섞어 이야기를 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그 당시 현장의 분위기가 어땠을지 가늠이 되지 않았지만, 몸소 펜타포트 무대를 보고나니

그 상황이 곧바로 이해가 되었다.  일단 무대가 어마어마하게 커서 아마도 국내 공연장 중 가장 크다고 봐도 무방하지

싶다.  무대의 가로 세로 폭이 어마어마하게 넓은데다가 공연을 보러오는 관객층도 매니아 급들이라서 음악이라고는

로펀만 줄창 들은 나에게는 참으로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 

  더군다나 8월10일 금요일 순서의 헤드라이너는 <자우림>이었으니, 내가 사랑하는 밴드가 오랜만에 출연하는

펜타포트에서 조금은 이른 시간 출연이라 팬으로서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로펀을 응원하는 팬 입장에서는 시간이

어떻든 라입업이 어떻든 또 장소가 어디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결론은 정해져있다.  무조건 가는 것이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갈 수 있는 공연은 어떻게든 가겠다는 뜻이다. 


  입덕 이후, 로펀 공연만 있다고 하면 경기도 가평이고 용인이고 밀양에 대구 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라도 못 갈 곳이

없는 나지만 그래도 인천길이 멀긴 멀더라.  서울에서도 영종대교에 인천대교를 거쳐 송도 신도시까지 로펀 덕에

대한민국 방방곡곡 팔도유람을 하게 되었다. 

  송도는 신도시 답게 정말 눈이 휘둥글해지도록 멋있었다. 

  옴마야 이런 동네가 대한민국에 있단 말인가요.  혼자 촌티를 줄줄 흘리면서 공연장에 갔다.  막상 그 멋진 동네에

공연장은 흙먼지 풀풀 날리는 광할한 공터에 있었다는게 반전이라면 반전일까!

  하긴 흙먼지가 날리면 어떠하고, 공터면 어떠할까?  이렇게 엄청나게 큰 무대에 우리 밴드가 출연한다는데, 그저

무대만 보는데도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나저나 참 현란하고 아름답고 첨단적인 물대포, 폭죽 장비들을 보면서

가슴 겁나 설레었는데 그걸 로펀 공연 때 한 방을 안 쏴주더라.   치사빤스 펜타포트....... 그게 유일한 흠이었다.

흥칫뿡~~~!!!!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규모답게 무대도 웅장했지만, 조명이며 장비들이 돈이 많이 들었음을 위태도 당당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열악한 무대도 마다하지 않고 출연하는 최애 밴드를 볼 때마다 무너지던 내마음은 전문장비를 갖추고 전문성이

얼굴에 드러나는 무대 스탭들이 무대 위를 왔다갔다 하는 가운데 흥분으로 고조되었다.  왜캐 내가 이렇게나 긴장이

되는지.......괜히 혼자 주먹을 쥐었다 폈다 식은땀을 흘렸더랬다. 

 

아~~~~~~ 그 큰 무대 뒤로 로맨틱펀치의 프로필 사진이 담긴 대형걸개가 올라 왔을 때의 감격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만리타향에서 태극기를 보는 기분이 그러할까!  로퍼니스트로서의 자부심이 가슴을 찢을 듯이 펄럭이는 순간

이었다.  내마음이 팬부심으로 마구 나부낄 때 아름다운 스카프를 매달은 스탠드 마이크대를 손에 쥔 보컬님이 꽃무늬

로브를 바람에 휘날라며 무대에 올랐다. 

  다행이 이번주 나는 휴가여서 8월 3일 (금) 전주도 8월 10일(금) 인천도 올 수 있는 나의 찬란한 휴가를 찬양할지어다.

내자신 휴가임을 찬양할 정도로 무대 위의 보컬님도 다른 멤버들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미 사전에 올해 락페 첫 곡은

<미로틱>으로 한다는 보컬님의 이야기가 있었기에 '미로틱'전주가 나오기를 백미터 선수가 준비, 탕! 소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나는 팽팽한 활 시위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오마낫~!!!!  첫 곡이 <미로틱>인걸 알면 뭐하겠는가!  난 이미 보컬님의 마법에 걸린 노예인걸.  아~~ 진짜 락페에서

로맨틱펀치의 <미로틱>은 나를 미치게 하는 '주문'이다.  ♬난~네게 빠져~빠져~~~ 헤어날 수 없어~~~~♬라는

노래가사가 정확히 나의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암요. 암요. 얼마든지 로펀의 노예가 되겠습니다요. 

분부만 내려주십쇼.  나의 마법사님!!!  이미 나의 이성은 로펀의 등장과 동시에 폭죽처럼 하얗게 산화되어 버렸다.

  로맨틱펀치의 공연을 볼 때마다 나는 갈등에 휩싸인다.  이미 작년 12월 로파를 마지막으로 풀영상을 포기한 나지만

너무 예쁜 그들을 볼 때면 이걸 정말 드럽게 못 찍는 똥손이지만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느끼게 된다.

그런데, 또 한편으론 너무 신이나서 막 뛰어놀고 싶고 노래도 따라불러야 하고 아~~~~ 정말 두 마리 토끼를 쫓는

기분이랄까!  결국 둘 다 망하고 만다는 걸 알면서도 공연을 볼 때마다 또 고민을 하는 걸 보면 나는 미련한 짐승인가보다.

  물론 이날도 예외는 아니어서, 고민하다 찍은 영상과 사진들로 블로그 후기를 쓰고 있는 나는, 내일 부산 락 페스티벌에서

이번에야말로 더 잘 찍어보자고 맘을 먹었다가 아니다.  이번에야말로 휴가 마지막 날인데 미치게 놀아버리자 맘을

먹었다가 완전히 심각한 결정장애의 극치를 반복하는 중이다.  결론은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는 걸로......... ㅎㅎㅎㅎ

  나의 이 모든 결정장애는 로펀 때문이다.  아`~~ 정말 안 찍을 수 없는 비주얼 아닌가.  특히 이날 공연은 바람이

한몫을 했다.  지독했던 올 여름 더위도 이제 꺾이려는지 송도 인천 앞바다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스탠드 마이크 대에

매여진 스카프와 보컬님의 로브를 마구 흩날렸다. 

  진정 광고의 한 장면 같은 바람의 연출이었으니..... 그 바람을 타고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는 보컬님은 용맹한 매와

같았다가 나풀거리는 나비와도 같았다.  연일 계속되는 8월의 스케줄 탓인지 멤버들 모두 살이 훌쩍 빠져서 바람이

조금만 세차게 불면 공중부양할 상황이었는데, 보컬님은 살이 빠져서 흘러내리는 바지를 여러번 추켜 올려야

했다는.............

  나의 밴드는 살이 빠지는데 나는 몸무게 자릿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으니, 락페 기간에 이킬로를 빼리라는 나의

다짐은 락페 날이 아닌 날들의 음주로 이킬로가 불어나는 작금의 상황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로퍼니스트에게 40분 공연은 너무도 가혹한 것이었다.  작년 전주 JUMF 2017에서도 펜스 잡고 하루종일

뛰어 논 나의 체력에 락페 40분이 왠말인가.  난 더 놀고 싶고 더 놀 수 있다고요.  하지만 로펀 외에는 심장이

뛰지 않으니 로펀 노래 <ZZZ> 가사처럼 ♬잘 있어요~나는 집에 갈거에요♬를 외칠 밖에........

<미로틱>->

<몽유병>->

<파이트클럽: 이날 생일을 맞은 레이지님의 폭발적인 기타솔로!!! 대박!!!>->

<밤은 짧아걸어 아가씨야>->

<안녕, 잘가>->

<화성에서 만나요>->

<야미볼>->

<토요일 밤이 좋아>

로 이어지는 셋리는 그야말로 순삭이었고 앵콜을 미친듯이 외쳤지만 다음 순서 라인업 때문인지 앵콜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도 로퍼니스트의 자부심 넘치는 깃발이 힘차게 바람에 나부끼며 슬램을 진행했으니, 얼떨결에 펜스를 잡게 된

나는 그 모습을 직접 찍지는 못했지만 영상으로 보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그래도 로맨틱펀치 덕분에 올 여름 휴가는 참으로 보람차다.  집이나 카페에서 책이나 줄창 읽고 낮밤이 바뀌어서

헤롱대가가 두통과 함께 끝나는 휴가를 보내오다 로펀덕에 전주, 인천, 부산을 다녀오게 되었으니 나의 활동반경은

로펀입덕과 함께 전국구가 되었다.  나같은 은둔자도 빛나는 세상으로 이끌어 낸 로펀의 놀라운 능력과 그들의

엄청난 공연을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보게 되길 희망한다. 

  그나저나 이날 공연시간이 짧아서인지 두시간 넘게 온전히 로펀을 즐길 수 있는 로맨틱파티가 절실하게 기다려진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10월까지도 일정이 빈 구석이 안보이는게 로파는 언제할런지.... 로퍼니스트들 모두

타는 목마름으로 기다리는 로파 공지를 기다려본다.

  그리고 내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는 더 좋은 시간대 더 긴 시간으로 무대에 올랐으면 좋겠다.  로펀이 하는

공연이라면 십분을 하더라도 어디든 못 갈 곳이 없겠지만 그래도 작년보다 더 좋은 무대에 오르는 그들을 보길

바라는 팬심으로 로펀의 마음껏 활약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