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9일 전주돔뮤직페스타 후기에서도 썼던 것처럼, 일열에서 화소가 제대로 담긴 사진을 찍고 싶어하던 나는
바램대로 5월 19일 난지한강공원에서 열린 그린플러그드 2018에서 드뎌 펜스일열을 잡을 수 있었다. 무려 새벽 세시에
일어나서 새벽 네시 첫차로 서울을 가는 강행군이었지만, 일열 중앙을 잡은 나는 기분이 오지게 좋았다.
하지만 우리님 노래 <딱 죽기 좋은 밤이네>가사처럼 '내 맘 알아줄리 없지~들어줄리 없지~생각대로 되어 줄리'가 없다.
그 전날 과음으로 새벽 세시에 일어나면서 나는 모자를 안 가져 왔다. 펜스에서 하루종일 땡볕을 쪼인 결과 나는 거의
화상에 가깝게 특히 코는 수포가 잡힐 정도로 익어 버렸다. (월요일 그 꼴로 출근했더니 직원들이 내 꼬라지를 보고
화상을 입었다며 "이~화상아~"하고 놀려서 때렸더니 죽게 더 웃더라. 켁!)
그러나 어쩌겠는가. 우리 보컬님께서 첫 곡부터 <미로틱>으로 내게 신세계를 열어주시는데, 이성 따위 안드로메다로
안녕이다. 이성 없이 신나게 뛰어논 결과 그 정도로 타고 있다는 걸 의식하지 못했다. 일열의 부작용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LED 무대전광판으로 인해 원본은 깨지지 않던 동영상이 인스타만 올리면 깨지는 바람에 ㅎㅎ 블로그에만 올리게 되었다.
쩝! 이것도 경험이라고 치자.
내 몸이 익는 줄도 모르고 뛰어 논 그린플러그드 2018 로펀의 셋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1. 미로틱
2. 몽유병
3. 미드나잇 신데렐라
4. 파이트 클럽
5.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6. 안녕, 잘가
7. 메이데이 메이데이
8. 어메이징
9. 야미볼
10. 토요일 밤이 좋아
입덕 2년차이지만 락페는 로펀을 처음 만난 2016년 9월4일 난장페스티벌과 2017년 초여름 스마일 러브 앤드 위켄드,
그리고 17년 8월 4일 전주 JUMF가 다였다. 그런데 그런플러그드 2018에서 로펀이 나에게 락페가 뭔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이날 로펀무대는 정말 미친 역대급 무대였다. 무대 셋팅하러 트리키님이 무대에 오르는 순간, 나는 눈이 앞으로 돌출되는 줄
알았다. 우어~~~~ 썬글을 벗은 쌩눈이었다. 거기에 앞머리까지......... 옆 무대 공연 진행중인데, 순간 괴성을 질러서
내 입을 내 스스로 틀어 막을 정도로 드러머 트리키님은 예뻤다.
쌩눈 트리키님과 더불어 무지개 콘치님은 긴팔이 아닌 반팔 무지개 상의를 입고 무대에 올라서 온 무대가 무지개 빛으로
찬란하게 빛났다. 간지 갑에 빛나는 렞간지 레이지님은 두말 하면 입아프다.
이미 그 어느때보다 더 멋진 비주얼로 내 혼을 다 빼놓은 로펀 멤버들을 보며 정신을 못차리고 있던 그때, 첫곡의
전주가 흘러 나왔다. 무려 <미로틱> 이었다. 내가 못 가는 평일 공연 한세대 축제에서 <미로틱>을 불렀다는 소식을
접하고 통곡을 하던 나를 위한 선곡이었을까? (착각은 자유다.) 전주를 듣는 순간 신음이 터져 나왔다. (감격해서
울 뻔했다.)
내가 그동안 갔던 락페는 락페였지만, 스마일 러브 앤 위켄드는 어쿠스틱 공연이었고, 전주 JUMF는 아쉬움이 많았던 무대였다.
그런데, 로펀 무대 시작부터 관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과 역대급 떼창, 그리고 무려 4개가 동시에 펄럭이던 로펀 팬부심의
깃발에 슬램까지 와~~~ 이게 진정 락페구나 싶었다.
금방이라도 폭발하려는 활화산의 용암처럼 일렁이며 튀어오르는 관객들의 폭발적 반응에 우리 보컬님 순간순간 감격하는
모습 보여서 나도 목이 메었다. 이렇게 큰 무대, 많은 관객 앞에서 더 멋진 밴드 로맨틱펀치인데 그 기량을 뽐낼 수 있는
무대가 많지 않아서 너무나 안타까웠다. 보컬님도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락밴드가 설 수 있는 무대가 갈수록 줄어
드는데 그린플러그드 정말 고맙다며' 멘트로 표시했다.
이날 로펀의 공연시간은 오후 다섯시 사십분부터였다. 햇빛이 역광에 일열이라 레이지님을 잡기가 힘들었고, 역시
사진을 찍자니 뛰어놀고 싶고, 뛰어놀자니 너무 예쁜 모습을 안 찍을 수가 없었다. 그 결과 그래도 평소의 두배 분량을
찍고야 말았다.
그나마 이날 다행인 것은 보컬님이 구조물을 타고 안 올라갔다는 사실. 언제나 공연 때면 관객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높은 곳에 올라가고 펜스 위로 올라서는 보컬님이기에 옆에 설치된 조명 구조물에 다가갈 때마다 불안했던
내마음은 모르시겠지............ 이날은 올라가는 대신 옆 무대로 건너 가셨다. 공연이 진행되는 SUN 무대 옆 무대까지
날 듯이 뛰어다니며 활약하는 보컬님은 날면서 지저귀는 한 마리 새와 같았다.
역광 속에서도 빛나는 레이지님 기타연주할때마다 내 눈에는 기타음이 폭죽처럼 터져나와 퍼퍼펑 하고 화려하게 장식하는
불꽃이 보이는 듯 하다. 로펀 멤버들은 언제봐도 어메이징하다. 그래서일까 락페에서 잘 부르지 않던 '어메이징' 불러줘서
무대와 관객석 모두 엄청나게 환호(미쳤다는 뜻이다)했다.
LED 전광판이 내 영상을 깨먹었지만, 그래도 '안녕, 잘가' 부를 때, 뒷 배경에 로펀 깃발이 나부낄 때의 감격을 뭐라 말할 수
있을까?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건 느꼈는데, 왜 내 코가 익는거는 못 느꼈을까? 다시 생각해보니
로펀 앞 무대를 섰던 고고스타 보컬이 내게 생수병을 던져준 이유가 벌겋게 익은 내 얼굴 때문이었던것 같다.
요즘 매력게이지 맥스 찍은 유재인님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깔끔하게 이발한 머리에 썬그리를 쓰고 저음의
베이스 줄을 퉁길 때면 내 마음 깊은 곳에서도 뭔가가 울리는 것 같다.
그플 공연을 통해 내가 느낀 건 자부심이다. 팬부심이라고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을 '팬'이 아닌 일반 관객이
좋아하고 열광적으로 호응할 때의 자부심이 나를 더 기쁘게 했던 공연이었다. 팬들이 아는 포인트를 몰라도 함께 따라해
주고 공연을 신나게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지.... 내가 좋아하는 밴드가 이렇게나 멋지고 능력있는 밴드지.... 라는
생각에 내 마음 가득 자부심이 넘치게 된다. 그러니 우리 보컬님 너무 속상해마시라. 우리 밴드는 무대에 올랐을 때
가장 멋지고 최고시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누가봐도 심지어 처음 보는 사람도 그렇단 얘기가 되겠다.
나는 로맨틱펀치 멤버들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해 본다. 만약 내가 저 정도 비주얼에 작곡, 작사 되고 연주까지 잘 한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참 나이 마흔 넘어 헛소리 같지만,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로펀이 가진 능력을 마음껏 펼치지 못한 것
같다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멤버 한 명 한 명이 솔로로 활동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역량을 지니고 있고, 그 뛰어난
사람들이 모여 밴드를 하고 있는데, 인디계에서는 엑소지만 아직은 대중에게 인지도가 낮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프다.
그런 이유로 로펀을 만나는 건 항상 기쁘고 신나지만, 한편으로 내가 할 수 있는게 무얼까 싶어 마음이 무거워진다. 물론
공연을 보는 순간에는 그 모든 걸 잊고 공연에 미쳐버리니 아무 잡생각이 안드는데, 꼭 공연후기를 쓸 때면 한쪽 구석에서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 오곤 한다.
그래도 나는 믿는다. 내가 로펀을 좋아하고 이들을 응원하는 한, 분명 내가 할 수 있는 뭔가가 있을거라고, 이날도 공연하는
무대 건너편에 있는 관객들에게도 다가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 양쪽 무대를 뛰어 넘나드는 보컬님을 보면서 가슴 뜨겁게
감동 받았다. 내가 뭔가를 주지 않아도 나에게 감동과 기쁨, 환희를 안겨주는 선물같은 나의 밴드 로맨틱펀치를 만나게
돼서 정말 다행이다.
블라~블라, 혼자 잡생각에 헛소리가 길었지만, 결론은 아`~ 진짜, 로펀 공연 열곡은 너무 짧다. 순식간에 휘몰아쳐 사라져
버리는 태풍처럼, 내 모든 것을 송두리째 쓸어가고 심지어 정신줄마저 쓸어가버려서 마지막곡 '토요일밤이 좋아' 끝난 뒤
미친듯이 '앵콜'을 외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앵콜이 안되는 그플 무대여서 보컬님은 앵콜을 못해주는 안타까움을 두 손 모아 관객에게 전하는 인사로 대신했다.
그 진심이 담긴 손동작, 눈동자, 그리고 전하는 인사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어쩌면 매 공연마다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치열한 진심을 담을 수 있을까? 역시 아티스트는 다르다.
5월은 평일 대학축제가 많았고, 6월도 스케줄 탓에 오랫동안 로맨틱펀치로는 만나기가 힘들 것 같다. 봐도 봐도 또 보고픈
로맨틱펀치인데, 다음 스케줄까지 어떻게 기다릴지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그플에서 '미로틱'을 들은 것도 기쁘지만, 밝은 햇살 아래서 '토요일밤이 좋아' 물쇼를 보는 것도 너무 좋았다. 평소의
어두운 조명이 아닌 밝은 햇살 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멤버들의 모습을 보은 것도 큰 기쁨이었다. 역시 볼때다다 다른 매력과
새로운 기쁨 주는 로맨틱펀치 더 자주 더 오래 보고 싶다.
로맨틱펀치 노래 '마멀레이드' 가사처럼 로펀 곂에 언제나 '내'가 있고픈 그플의 시간이었다. 관객들이 기뻐할 때
본인이 더 기뻐하고 관객들이 호응해 줄 때면 나오지 않는 목소리도 쥐어짜고, 관객들이 원하면 주저 앉을 것 같을 때도
뛰어오르는 어메이징한 나의 보컬님! 내 오지랖이지만 좋아해서 안타깝고 마음이 짠할 때도 많지만, 언제나 무대 위에선
최고를 보여줘서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나의 밴드 로맨틱펀치!!! 언제까지나 사랑하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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