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펀치와의 서른 여덟번째 만남(83th로맨틱파티: 마포아트센터: 18.04.21: 지구의 날 기념공연)

  83th 로맨틱파티:  최악을 최고로 만드는 힘을 지닌 밴드! 로맨틱펀치!!!

이날 공연을 짧게 요약한다면 위의 말로 정리할 수 있겠다.

 

83th 로맨틱파티 셋리스트

 

글램슬램
Right Now
미드나잇 신데렐라
몽유병
파이트 클럽
치명적 치료
드라이브 미스티
I belong to you
창백한 푸른점
마멀레이드
아직은 아냐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메이데이 메이데이
사랑하기 좋은날
Still alive
눈치채 줄래요
안녕 잘가
앵콜
나쁜 남자(콘치와 콘치즈)
야미볼
토요일 밤이 좋아
어메이징

  사실 4월 21일 공연을 본다는 건 내게 미션 임파서블이었다. 

  ※미션1: 21일 새벽0시에 모시는 시댁 제사 참석(음복 후 뒷정리하고 집에 오면 새벽 3시예상)

      미션2: 시어머니 생신 아침 차리기(21일 생신이신 어머니 생신 아침상 차리고 치우기)

      미션3: 전주 결혼식 참석(지점장님 장녀 결혼식 참석)

      미션4: 전주에서 마포까지 늦지 않고 공연장 도착하기

  가족들은 그렇게까지 해서 공연을 꼭 가야하냐고 내게 물었다.  난 곧바로 그렇다고 답했다.  모든 미션을 해결하고

결혼식 하객 복장에 구두를 신은 채 가슴 두근거리는 설레임을 안고 공연을 기다리고 무대 위로 로펀 멤버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을 때 나는 깨달았다.  로맨틱펀치 공연은 그중 특히 로맨틱파티는 이유불문 가야만 한다.   

  내가 입으면 절대 안예쁠 것 같은 화려한 자켓을 입은 보컬과 무지개 상의를 입고 미모가 만개한 콘치, 나시티를

입어 렞간지를 뿜어내는 레이지와 언제나 스윗한 트리키, 그리고 언제나 믿고 듣는 베이스 유재인까지 완전체

로펀은 언제나 감동이다.   

  그런데 공연중 <몽유병> 때부터 음향이 이상하단 걸 느낄 수 있었다.  내 막귀에도 보컬 사운드는 약해서 일렉기타

사운드에 묻히고 있었고, 더 큰 문제는 일렉 사운드가 깨진데다가 사운드가 들쭉날쭉했다.

건반 MR을 틀 때는 박자가 맞지 않아서 맞춰서 노래를 부르는데 보컬이 엄청 애를 먹고 있음이 눈에 훤히 보였다.

  물론 모든 공연에 음향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공연 시작과 동시에 음향이 들리지 않았던 작년 그린플러그드 락페때

만큼이나 음향이 난감한 상황이었다.  급기야 반주에 맞추기 위해 보컬이 <몽유병>, <파이트클럽> 같은 고음이 연속되는

곡을 생목으로 부르는 상황이 되었으니, 보면서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다.  특히 이날 공연은 83번째 로맨틱파티이기도

했지만, 지구의 날 기념 환경단체와 함께 하는 콜라보레이션 공연이었기에 로맨틱펀치를 처음 보는 관객들이 다수 함께

하는 자리여서 더 많이 속상했다.  내가 속상했다면 로펀 멤버들의 마음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이 가능하시리라.

   그렇잖아도 4월 스케줄이 많은 보컬의 목상태가 걱정될 정도로 배인혁 보컬은 투혼을 불살랐다.  나중에 앵콜에

관객들이 또 앵콜을 외쳐서 콘치가 <어메이징>을 하자고 했을 때,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을 정도였지만 고개를

흔들다가고 반주가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무대를 날고 누비는 보컬을 보면서 로맨틱펀치는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서 끝내 최악마저도 최고로 만드는 밴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입덕한 밴드가 이렇게나 멋지고 최고여서

너무 자랑스럽다.  아이가 우리아빠 최고라고 자랑하는 것처럼 나도 동네방네 아무나 붙잡고 우리 밴드 최고라고

자랑하고 싶은 날이었다.

  이날 보컬 배인혁은 지구의 나이가 46억년인데 지구의 생일을 챙긴게 이제 오십번째라며, 로맨틱펀치 멤버들이

금연을 하지는 못하지만 우리보다는 오래 계속될 지구를 위해 실천할 수 있는 행동들을 하자고 말했다.  로맨틱펀치는

이날 공연의 수익금을 전액 미세먼지 방지를 위한 환경단체에 기부했다. 

  물론 다른 밴드나 가수들도 공연수익금을 기부하는 경우는 많지만 월급의 대부분을 공연수입에 의지하는 재정상태가

열악한 로펀이 그 소중한 금액을 기부했다고 해서 더 큰 감동이었다.   지구의 날을 맞아 공연 중 마시는 생수도 텀블러에

담아서 마시는 로펀의 지구사랑 최고로 멋지다.

  음향문제로 인해 생목으로 고음을 소화해내던 보컬은 공연 중 자신은 이런 상황에서도 스스로 해낼 수 있다고 계속

자기자신에게 주문을 외우고 있다며, 부족한 부분은 자신이 채우겠으니 공연 즐겁게 봐달라고 말했다.  무대에서

떨어진 공연장 내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 모니터링이 안되는 상황에서 귀가 예민한 아티스트가

그 상황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심했을 텐데, 노래를 듣는 관객들이 불편할까봐 배인혁은

계속 맘이 쓰였나보다.  관객을 배려하는 그의 마음 덕분일까.  사운드의 이상과는 상관없이 그가 불러주는 노래,

그리고 로펀멤버들의 연주가 공연장의 분위기를 달궜다.  금새 로펀을 알던 사람이든 처음 보는 사람이든 상관없이

신나게 뛰고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83th로맨틱파티가 내게 특히 좋았던 건, 그간 공연에서 듣지 못했던 곡들을 라이브로 들었다는 점이다. 

롹앤롤 에너지가 폭발하는 <Right Now>, 들으면 비 내리는 날 차 안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드라이브 미스티>,

끝도 없이 지속되는 고음과 계속되는 감성에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로 압도적인 <I belong to you>,

처음 듣는 관객들도 쉽게 떼창할 수 있어 더 즐거운 <아직은 아냐> 등 이날 공연은 로펀 공연 역사에서 또 최고를

경신하는 무대였다.

  이날 공연의 반전은 앵콜에 있었다.  관객들이 앵콜을 외치자 콘치가 <콘치와 콘치즈>의 곡 <나쁜 남자>를 부르기

시작했고 로펀을 아는 관객들은 순간 빵 터졌다.  조금 더워 보이지만 동안인 콘치의 외모를 더 돋보이게 하는

무지개 상의를 입고 콘치가 불러주는 <나쁜 남자>는 로펀곡들을 부를 때 코러스를 담당하던 콘치님의 가창력과

쏘울 넘치는 감성을 온전히 드러낸 곡이다. 

  노래부르는 콘치를 위해 건반을 쳐준 보컬과 드럼 대신 베이스를 맨 트리키와 기타 대신 드럼을 쳐준 레이지까지

로펀멤버들의 끈끈한 우애와 관객들이 함께 하는 '비나 와라~~~' 떼창이 하모니가 되어 공연장 마포아트센터는

감동과 환희의 도가니탕이 되었다. 

   공연장에 들어와 제일 먼저 눈에 띤 것이 바로 'RP조형물'이었다.  락페나 큰 공연에서 볼 수 있던 RP조형물을

오랜만에 보는 순간 로맨틱펀치를 처음 만난 2016년 9월 4일 난장 페스티벌이 떠올랐다.

 

  폭우 속에 빛나던 RP조형물을 보면서 어떤 가수이길래 저렇게 특이한 조형물을 무대장치로 썼을까라는 궁금증을 느꼈다. 

곧바로 올라온 너무 예쁜 남정네를 보고 입덕의 종소리를 듣고 말았던 그날부터 이 조형물만 보면 입덕의 첫 날이 떠올라

가슴이 설레인다.  이 조형물은 불이 들어와야 멋진데 이날 공연에선 불이 오락가락해서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조형물이 설치된 건반대에 올라서거나 기댄 보컬의 모습은 언제나 바람직하다.  올해 남은 공연에서도 부디 이 장면

자주 볼 수 있기를 혼자 김칫국 퍼마시며 기대해본다. 

   이날 공연에서 기술적인 문제가 음향이었다면, 내게 실제적인 문제는 공연장에 온 나의 복장이었다.  몸에 딱 맞는

(살을 빼면 해결될 문제지만) 원피스 정장과 오랜만에 신는 구두는 공연 시작 전부터 나를 불편하게 했다.  

그럼 어쩌겠는가.  로펀 공연인데 몸을 사릴 수는 없었다. 

  목을 혹사시켜서 목소리가 안나오는 상황에서도 반주만 나오면 투혼을 불태우는 보컬처럼 공연을 즐기는 나는

이미 공연과 물아일체가 되어 있었다.  쉽게 말해 옷이야 찢어지거나 말거나 마구 팔을 휘두르며 미친듯이 뛰고

있었단 설명 되시겠다.  구두 그까이꺼 방해되면 맨발로라도 뛰려고 했는데, 그걸 신고 두시간을 뛰고 구른 결과

공연장을 나와 집에 가는 내내 나는 절뚝거렸다. 

  <쉿!  그날 그 모습 안 본 눈 삽니다.ㅜ.ㅡ>

  실은 공연에 몰두하느라 그 복장에 구두를 신고 뛰는 내 모습이 어떤지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가 보컬이

<눈치채 줄래요>를 부르며 관객석으로 올라와서 내 옆을 지나가는 순간 나는 흠칫했다.  그리고 서둘러

옷이 찢어진 곳이 없는지를 미친듯이 더듬고 있었으니 그 모습을 본 보컬도 그 순간 내모습에 흠칫했다가 나를

지나쳐갔다는.......... 아... 나.... 어떡하지.....  

  정장차림에 절뚝거려며 걷는 나를 길가던 행인들은 참으로 집요하게 쳐다보았다.  (하긴 절뚝이면서도 세상 행복하게

중간중간 웃기까지 했으니 그 상황 상상해보시라)  그 절뚝이는 와중에도 공연장 주변에 즐비하던 칼국수 집이 눈에

들어와서 절뚝이다가 침흘리고 침흘리다가 절뚝였다.  집에 와서 보니 발가락이 죄다 물집으로 터져 있었고 역시 일주일

내내 절뚝발이가 되었지만, 공연에 대한 기억은 언제나 나를 히죽히죽 웃게 만든다.

  락페가 있는 달은 단독공연을 못 잡는데 5월에는 로파가 없을까봐 미리부터 걱정이 된다.  완전체 로펀을 보는 행복

금방 또 누리고 싶다.  물론 락페때 모습도 멋지지만 누가 작명했는지 참 잘지었다 싶은 로맨틱파니 공연가면 언제나

파티에 온 것 같아서 돌부처도 뛰게 만들겠단 생각을 매번 하게 된다.  파티의 흥겨움과 최고의 연주, 그리고 한계가

없는 보컬의 놀라운 가창력까지 맛볼 수 있는 로맨틱펀치 보러 더 많은 분들이 왔으면 좋겠다. 

  솜사탕처럼 아껴먹어도 금방 없어져버리는 즐거움, 그래서 마냥 보고 또 보고 싶은 로펀 갈수록 많아지는 스케줄 

홍수 속에서 멤버들 모두의 건강도 기도해 본다.

 

ps: 그렇게 쳐다보면 사람 죽어유!  녹여 죽이시구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