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매서운 한파에 꽁꽁 얼어붙은 일요일 아침, 공연을 보러 갈 준비를 해야 하는데
딸램이 열이 나네요. ㅜ.ㅡ 가뜩이나 공연 한 건 한 건 허락 받는게 살얼음판 같은데 애가
아프니 집을 나서기가 쉽지가 않았어요. 롤링홀 23주년 기념공연 티겟팅을 무려 28번을
잡은 제 자신 칭찬하고 자만했던 탓일까요. 차마 떨어지지 않지는 않은 발걸음을 아이는
애아빠에게 맡기고 서울길을 나섰답니다.
기차는 칙칙폭폭 아니고 쉭쉭 바람처럼 서울을 향해 내달리고 마음도 서울을 향해 달리지만,
마음 한구석이 딸아이 곁에 묶어 놓은 것처럼 팽팽한 아픔이 느껴졌어요. 종착역인 용산역에
내리기 위해 하차 문 앞에서 대기를 하는데 한강이 땡땡 얼어 붙었네요. 추운거 너무 싫어해서
다니던 스키장도 끊은지 몇년째인데 공연을 보겠다고 이 추위에 이불 밖으로 나왔으니
참 대단하단 생각도 들었지요.
그런 사람이 어디 저 뿐일까요? 그 추위에 공연장 들어가는 입장줄 서자마자 겉옷을 벗고
달달 떨면서 공연대기하면서도 공연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들떠 있는 로퍼니스트들을 보면서
이 사랑을 모으면 얼어붙은 한강도 녹일 것 같아요.
정말 아픈 아이만 아니라면 끝까지 봐야할 미친 라인업(피아, 로맨틱펀치, 내귀에 도청장치)인데
로펀 공연 끝나자마자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내려와야 했으니 참 제 현생도 험난하기만 합니다.
바로 일주일 전에 애잔하고 달콤하고 아름다운 솔로가수 배인혁님의 찬란한 모습을 보다가
그 일주일 뒤에는 롹킹한 로맨틱펀치 보컬인 밴혁님을 본다니 기대감에 현생은 하얗게 잊고
심장이 튀어나올것만 같았어요.
그것도 매번 촬영한다고 맨 뒤에 자리잡던 제가 28번 입장해서 무려 2열에서 로펀 멤버들을
본다니 이건 완전 눈멀각에 심멎각이었죠. 그래도 지난번 망한 첫출사를 극복해보자며, 만져봤자
소용없는 소니 카메라 rx10-m4의 메뉴와 fn 버튼만 공연전 만지작 거렸답니다. 지난 <사적인 세계>
공연에서 AF보조광의 빨강불에 기겁해서 촬영을 접었던 저는 보조광을 끄는 방법을 득하고서
이제 나는 무소음셔터에 무광까지 무적이다를 외치며 자신만만했는데, 이게 또 복병을 만났답니다.
보조광을 OFF했더니, 카메라가 화면에 들어오는 조명을 오인지한 결과 노이즈가 발생해서 동영상만
찍으려고 하면 가로줄이 몇십개가 생기네요. ㅎㅎㅎㅎ 결국 이날은 동영상 특히 "치명적 치료"를
못찍는 대참사를 겪고 사진만 건졌지요.
캠코더 찍을 때도 무신놈의 변수가 그리도 많은지 운 없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는 건가
생각했는데, 카메라로 바꾼다고 별 수가 있을까요. 인생은 랜덤이고 허락된 촬영도 변수는 복병이고
상황은 또 랜덤이고 현실은 아노미인걸요. 그냥 웃습니다. 눈 앞에 있는 우리 보컬님이
아름다우니까요.
아래는 한 명 한 명 멤버들의 매력이 아우라처럼 뿜어져 나온 <롤링홀 23주년 기념공연>의 셋리에요.
1. 몽유병
2. 파이트클럽
3. 치명적 치료
4. 화성에서 만나요
5.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6. 안녕, 잘가
7. 메이데이 메이데이
8. 야미볼
9. 토요일 밤이 좋아
무대의 가림막이 올라가고 아직은 불이 들어오지 않은 무대 위에 멤버들이 모습이 보입니다.
심장이 뜁니다. 눈이 튀어 나옵니다. 숨이 안 쉬어집니다. 오오오오~~~~무대 조명이 들어왔습니다.
심장이 멎었습니다. 눈앞이 하얍니다.
역시 우리 보컬님의 배려심은 대단합니다. 뛰어놀고 싶었던 제마음을 눈치챈 걸까요?
비오는 날 먼지나게 아니고 꽁꽁 언 날 몸에서 김나게(막 쪄낸 떡시루처럼 온 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뛰었습니다. 뛰다가 보컬님이 가까이 (아~~~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막 보이고)오시면 순간 멈칫,
이건 현실인가, 꿈인가.. 노래 "몽유병" 가사처럼 눈을 막 부비고 다시 비현실만 같은 그 모습을
현실로 인식하기까지 한참을 감전된 꼴뚜기가 되었답니다.
아~~ 이날 레이지님 등장때부터 반팔 입은 간지 철철 흐르는 황금비율의 신체에 기타를 메고
연주를 할때, 입고 있는 반팔티에 그려진 사슴이 기타선율을 타고 마구 달려 나갈것만 같았죠.
오메! 간간이 보이던 트리키님의 미소는 어떡하구요. 진정 스윗스윗한 스윗키였답니다.
이제 미쿡에 진출해서 글로벌 그룹으로 거듭날 콘치와 콘치즈로 유닛 활동중인 콘치님의
칼라풀한 패션과 열정이 퐉퐉 뿜어져 나오는 기타 연주도 대박이었지요.
카메라로 정녕 잡기 힘들지만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베이스의 정크맨, 언제나
칭찬 백만개쯤(더더더더) 드리고 싶은 유재인님을 제 카메라에 담을 수 있어 행복했어요.
우리 보컬님은 그저 할말이 없답니다. 궁극의 점프를 보여주며 무대를 날아다녔습니다.
아름다운 후광이 빛무리처럼 마구 펼쳐지며 관객들의 떼창과 콜라보를 이뤘을때의 감동은
제 마음 속에 언제까지라도 물결 칠거에요.
정녕 아홉곡은 너무나 짧았어요. 짧은 공연의 애틋함을 안고 저는 잽싸게 집으로 내려오는
기차를 탔지요. 아오~발령난 곳이 너무 빡세서 이제 일상에 여유를 찾기 힘들어진 저는
내려오는 기차에서 미친듯이 인스타용 사진 작업을 했답니다. 그나마 건질게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이제는 촬영을 포기한 대신 미치게 뛰어 놀 수 있으니
기뻐요. 앞으로도 그냥 쭈욱 미친자가 되어 보겠어요.
일상은 그 미쳤던 기억으로 극복해보렵니다. 로맨틱펀치를 만나게 돼서 얼마나 다행일까요?
알콜중독이나 신경쇠약 내지는 여러가지 다양한 상황에 직면했을 제가 로펀을 만나 로퍼니스트로서
꿈꿀 수 있으니 참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사랑하는 로맨틱펀치!!! 2018년도 흥하고 대박나길 기원합니다!!! 흥해라~~로펀!!! 대박나라~~로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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