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16년 9월 5일 로맨틱펀치를 난장에서 처음 만난 후 2017년 8월 6일까지 서른세번을
매달 쉼없이 만났어요. 그러다 8월 중순 보컬 배인혁님이 망막박리로 눈수술을 받으시고
삼개월 넘게 공연이 없었죠.
제겐 공연없는 삼개월이 너무 힘든 시간이었어요. 거의 매주 보던 사람들을 보지 못하고
공연장에서 가쁘게 뛰는 내호흡을 느끼지 못하는 시간동안, 내 심장은 너무나 차고 느리게
뛰었지요.
그러다 11월 24일 컴백공연 소식 듣고 얼마나 기뻤던지, 요즘 인사고과 승진관련 평가가
있어서 상급자들의 심기가 극악한 회사 분위기 속에서 공연가기 일주일 전부터 신이 나서
콧노래 부르고 다녔답니다. (상급자들이 그런 제게 불편한 심기를 담아 레이저를 쏘았지만,
저는 그저 헤벌쭉 웃기만하니 다들 포기하시더군요)
11월 24일 창동플랫폼61에서 열린 공연은 로맨틱펀치와 크라잉넛의 조인트 콘서트였어요.
게스트로는 보이즈인더키친(보컬이 치킨 아니라고 강조하심)이 출연했구요. 오랜만에 보는
로펀이라 특히 아팠던 보컬님을 실제로 보게 되면 울게되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왠걸 여전히 멋지고 예쁜 모습으로 나타나시니 실감이 안나서 멍하기만 하고 눈물이 안나더라구요.
멍 때리고 있다가 보컬 밴혁님이 뛰어라고 외치는 소리에 그때부터 정신줄 놓고 그 구역의
미친자가 되었습니다.
평소 영상을 찍느라 맨 뒷자리를 지켰던 저는 밴혁님이 아직도 회복중이신 상황이라 본인이
만족하는 수준으로 컨디션이 올라올때까지 기다렸다가 영상을 찍어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물론 삼개월 넘게 못본 내 밴드 공연에 오랜만에 가서 영상기 들고 있고 싶지 않았고, 내 밴드를
내 온몸으로 응원하고 싶은(사실 놀고싶은) 마음이 컸지요.
이날 셋리스트는
1. 글램슬램(으로 시작하는 공연은 언제나 정답입니다.)
2. 몽유병 (오랜만에 밴혁님이 돌리시는 스탠딩 마이크대를 보면서 저기에 맞아도 좋겠단 생각이. 쿨럭!)
3. 파이트클럽(아~ 정말 공연없는 시간동안, 차에서 혼자 들으며 혼자서 건배 모션을 얼마나
자주 했던지, 공연장에서 실제로 하니 좋아서 건배 모션 혼자 16배속 반복했습니다)
4.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그렇죠. 밤짧 떼창의 감동은 마멀레이드 급입니다.)
5. 사랑에 빠진 날(노래 시작전에 단체로 음역대 조련 당하는 이 노래 너무 사랑합니다.
단체 군무도 대박 멋진 사빠, 손 하트로 창동플랫폼61 레드박스를 가득 채웠답니다.)
6. 안녕, 잘가!(밴혁님의 목소리가 가슴을 사무치게 만드는 안녕, 잘가! 노래 도중에 기타음
삑사리가 나니 '가지가지'한다라는 말을 노래에 실어서 들려주시는 통에 다들 웃음보
터지고 행복했지요.)
7. 야미볼(안녕, 잘가! 가 마지막 곡이라고 하시니 팬들 앵콜요청에 불러주셨죠. ~안들려요!라는
보컬님의 목소리에 환호성으로 화답하는 관객들의 호응 최고였어요. 로펀과 함께라면 뭐든
야미! 야미!)
8. 토요일 밤이 좋아(나' 올라가도 돼? 라고 물어보신 크라잉넛 캡틴 한경록님이 무대에서 '토밤'을
함께 공연해주셨답니다. 언제봐도 흥과 열정이 넘치는 캡틴님이 콘치님과 함께한 기타연주
콜라보 최고였어요)
공연 멘트하며 보컬 밴혁님이 창동공연 두번째라고 얘기하자마자 콘치님이 세번째라고 하면서
밴혁님이 눈이 아팠지 머리가 아팠던건 아니라고 말해서 다들 엄청 웃었어요. 밴혁님이 망막박리
수술때문에 두달동안 세수를 제대로 못하다가 공연날 아침에 오랜만에 비비크림을 바르는데 엄청
설랬다고 얘길 하실때 가슴이 아팠어요. 그러고선 오랜만에 일렉기타 소릴 들으니 너무 좋다며,
개인적으로 락의 장르는 일렉기타의 유무로 결정짓는다는 얘길했어요.
그랬더니 콘치님이 밴혁님 솔로곡인 '나의 밤으로 와요' 도입부를 부르면서 락을 사랑하는 사람의
솔로곡이라고 맞받아쳐서 다들 웃었고, 밴혁님은 콘치님이 작업하신 '개새끼야 좋아한다고'로
응수하셨죠.
멘트로 멤버들간 티격태격하는 것도 로펀 공연을 보는 큰 즐거움이었음을 오랜만에 다시 발견하는
어제였어요.
실은 공연전에 걱정이 많았어요. 보컬님이 망막박리 수술을 했기 때문에 이제 앞으로의 로펀 공연은
전부 어쿠스틱(좌석제 앉아서)이 되는건 아닌가란 생각을 했지요. 아이고, 왠걸요. 아프기 전보다
점프를 더 높게 뛰고 그 짱짱한 고음이라니, 보는데 좋아서 사람 미치고 환장하겠더라구요.
보컬님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볼 수 있어 행복해요. 제 주변인들을 본의아니게 공연없는 삼개월
동안 저의 우울과 신경질과 짜증과 흉폭함을 감내해야했지요. 공연전날 눈이 많이 내려서 도로상황
걱정하시던 엄마는 그러거나 말거나 아침부터 공연간다고 신이 나서 집안을 돌아다니는 저를
물끄러미 쳐다보셨답니다. 그러고선 "그렇게나 좋으냐? 잘 보고 무사히 다녀와."라고 하셨지요.
만나면 행복하고 즐거운 로맨틱펀치를 이제 또 계속 볼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힘이 납니다.
내 사랑 로맨틱펀치 언제까지나 흥해라~!!! 대박나라~~!!!
PS: 삼개월여의 공연 공백기동안, 허탈함을 극복하지 못한 내가 알콜에 쩔어서 노화를 거듭하며
살이 찌는 동안, 우리 보컬님은 예술혼을 불태우고 꽃피우셨다.
솔로곡 '나의 밤으로 와요' 발표부터 다음달에 음원이 발매될 '딱 죽기 좋은 밤이네'와 MBC드라마
<보그맘>OST 참여까지 아픔과 시련도 예술로 승화시키는 우리 보컬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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