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펀치에 빠지다>

로맨틱펀치와의 서른 일곱번째 만남<17.03.03: 홍대 고고스2 : 82th로맨틱파티: 클럽투어>

묭롶 2018. 3. 4. 22:59

 

  사람 일이 참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걸 느낀 82th로파였어요.  올해 초 가뜩이나 업무강도 최극강 부서로 발령이 나서

갈 수 있는 공연의 총량이 줄어든 상황이었는데, 그나마 갈 수 있는 공연마저도 교통사고로 가질 못하게 되었죠. 

  로맨틱펀치만의 특화된 공연인 클럽투어는 연속 삼~사주동안 토요일, 일요일을 연속해서 홍대의 클럽을 순회하며

진행하는 공연인데요.  작년에는 로맨틱펀치 보컬 배인혁님의 복면가왕 출연으로 인해 클럽투어가 진행되지 못했어요. 

  그래서 제가 입덕한 이후로 처음 맞는 클럽투어라 저는 기대가 컸지만, 여러가지 상황 때문에 올콘(여섯번)은 할 수

없어서 2월 24일 첫 공연과 3월3일 공연 이렇게 두번을 가기로 되어 있었지요. 

 

  지난 주 24일 입덕 후 첫 클럽투어라는 부푼 기대를 안고 차를 몰고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교통사고가 났어요. 

 왜 부딛힌건지 인지하는데도 한참이 걸렸을 정도로 황당한 사고였죠.  문제는 상대편 차주가 연락이 안돼서 사고를

수습하고 나니 이미 오후 세시더군요.
  지난 1월 28일 이후로 한달 가까이 이번 공연을 기다렸는데, 사고도 사고지만 정말 너무 속이 상했어요.

  사고난 차를 공업사에 맡기고 일주일 동안 가뜩이나 몇번 가지도 못하는 공연인데 그 소중한 한번을 애꿎게 날려먹은

분함에 병이 날 정도로 맘이 아팠어요.  속상한 맘에 머리도 싹둑 짧게 자르고(엄마는 그 조금 뭐하러 남겨뒀냐고 그

냥 삭발을 하지라고 말씀하심) 일주일 내내 술을 퍼마셨지만 기분을 나아지질 않았죠.  그나마 3월 3일 공연을 보러가는

날이 되니 조금 회복이 되더라구요. 

 

  마음 한편으론 입덕하고 일년이 지나 이년이 가까워가니 저의 희로애락 뿐만 아니라 로맨틱펀치의 희로애락도

저와 함께 하는것 같아서 어떤면에선 유대감이 느껴지기도 해요.  음.. 물론 이건 저 혼자만의 착각이지만요.

  3월3일 공연은 홍대 고고스2에서 있었어요.  보컬님은 고고스2가 입장가능 인원이 다른 클럽보다 큰 곳이라 티켓이

남을까봐 걱정했는데 가득 채워줘서 감사하다고 말했죠.  이날 저는 38번으로 입장했어요.  그동안 영상을 찍던

캠코더를 팔고 카메라로 바꾼 후 로펀 단독공연으로는 첫출사라서 나름 각오를 다졌지만, 인생.........이 그렇죠. 

  앞의 관객분들의 장벽에 가려 담을 수 있는 부분은 얼마 되지 않았어요.  ㅎㅎㅎ 일찌감치 포기하고 카메라 렌즈

커버 홀더에 꽂힌 꺼버가 계속 날아갈 정도로 신나게 놀았답니다. 

  내심 이날 공연 때 트리키님의 고별택시 라이브를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트리키님 대신 요즘 대세인

콘치와콘치즈 활동중인 콘치님의 <나쁜남자> 라이브를 들을 수 있었죠.  콘치님은 녹음 이후 첫 라이브라 가사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얘기하셨지만 그런 콘치님을 위해 드럼을 쳐준 레이지님과 베이스를 맡아준 배인혁님의 끈끈한

브로맨스와 관객분들의 떼창이 어우러져 너무나 감동적인 무대였어요.  로맨틱펀치 활동만으로도 놀라운데,

로펀 멤버들의 유닛활동은 정말 감탄을 거듭하게 돼요. 

  내가 좋아하는 밴드의 멤버들이 비쥬얼 뿐만 아니라 음악적 역량이 출중해서 프로듀싱부터, 작곡, 작사, 믹싱에

보컬, 연주까지 가능하다니 그중 하나만 해도 놀라울 지경인데 그 모든게 가능한 멤버들이 모인 로맨틱펀치를 제가

어찌 사랑안할 수 있을까요?
  이건 알면 알수록 입덕에 입덕하게 되는 마력의 밴드가 로맨틱펀치라고 동네방네 광고해야 할 판이에요.

  이제 곧 6월이면 로펀에서 기타신으로 불리는 레이지님의 음원이 나온데요.  무려 2년동안 심혈을 기울인

레이지님의 음원이라 더욱 기대가 큰데요.  워낙 연주 세션으로서의 역량과 감각이 남다른 레이지님이시라

더 기다려져요.  실제로 레이지님이 작업한 <스페이스 오페라> 음원 중 "코스믹 자이브" 일렉기타 연주는 정말 매번

들을 때마다 몸에 소름이 돋아요.  아마 돌도 레이지님의 기타연주를 들으면 음이 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제가 이렇게 능력있는 멋진 분들을 좋아한다니 이건 불가항력입니다. 

   이날 공연 시작이 여섯시였는데, 그것보다 조금 늦게 공연이 시작됐어요.  다섯시 반에 입장해서 공연 시작전까지

너무 오랜만의 공연이어서인지 가슴이 터질것 같더군요.  괜히 혼자 속이 벌렁벌렁해서 주변만 두리번거렸어요. 

  아마 다른 분들이 보시기엔 산소부족 뭍에 나온 물고기로 보였겠죠.  ㅎㅎㅎㅎ 참 옆 사람들 보기 곤란하게 하악대던

중에 게스트인 추승엽님의 무대에 오르셨어요. 

  센스쟁이 추승엽님은 본인이 프로듀싱한 로펀 보컬 배인혁님의 싱글곡을 모창으로 부르고선 지금까진 게스트

배인혁님이었고 곧 본인의 노래를 부르겠다고선 겨울노래 메들리와 불세출의 역작 <설레임>, 그리고 앵콜곡으로 E

DM 까지 들려주셨죠.

  본인의 애견인 추신철군과 함께 무대에 오른 게스트 추승엽 님 덕에 한참을 웃었지만, 또 막상 로펀 멤버들이

무대에 오르기 시작하자 가슴이 막 터질것 같았어요. 아~~~오늘도 너무 멋진 로펀....... 오랜만에 보니 더 멋지네요.

로펀 공연이 있는 토요일 밤은 진정 행복입니다.  공연중 보컬 배인혁님은 아무래도 로펀 노래는 너무 힘들다고

얘길했지만, 사실 그렇게 시종일관 쉼없이 뛰면서 삼옥타브 솔음에 이르는 로펀의 고음을 소화해낸다는건

철인삼종경기보다 힘든 일 같아요.   

  그냥 노래방 가서 두시간 연속 쉼없이 노래만 좋아서 불러도 힘든 일인데, 그렇게 높은 고음을 뛰면서 소화해 내는

보컬님을 보면서 진정 이건 하늘이 내리신 재능이라고 말할 밖에요.   그렇게 은혜롭게 불러주시는 보컬님과 은혜로운

연주 앞에서 음.....그저 저는 열심히 미치는 수 밖에요.  진정 이날도 얼굴이 벌겋게 익도록 뛰어 놀았습니다. 

  제 몸무게가 중력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 도전해가며 뜀뛰기를 한 결과 카메라 렌즈 커버는 계속 이곳저곳으로

날아가고, 제 바지는 중력을 못이겨.... 아니실은 제 몸부림을 못 이겨 줄줄 아래로 내려 갔답니다.   

  사실.. 좀 창피한데요.  작년 3월 밀양 공연때, 실제로 공연중 뛰다가 바지가 내려간적이... 쿨럭~~~ 깜놀해서 얼른

올리긴 했지만 진심 다른 사람들 눈 버릴 광경이어서 민망했답니다.

  오랜만에 만난 로펀도 좋았지만 그동안 듣지 못했던 곡들 "어서가, 어둠이 오기 전에" 와 "레디메리고"를 들려주셔서
가슴이 막 터져버릴것 같았어요.  로펀 노래는 곡들이 많아서 주로 듣는 노래들도 좋지만, 어쩌다 간만에 듣는 노래는
그래서 또 좋은 것 같아요.   

  앵콜곡은 관객들 의견 반영하겠다고 의견 묻고선 "미드나잇 신데렐라" 와 "키스"가 의견박빙이자 두곡 모두

불러주는 보컬님의 멋짐 앞에서 저는 그저 미씬 안무를 거의 신들려 작두타는 수준으로 했다는....... 쿨럭!!!

그 와중에 줄줄 내려가는 내 바지....
우헤헤헤헤 그 모든 것이 좋습니다.  무려 한달 넘게 기다려온 로펀 공연인걸요.   

  로펀이 있어 참 다행입니다. 참 여러가지로 세상은 혼란하고 어렵고 각박하지만 전 그래도 로펀이 있어서 그 힘든

월요일을 견딜 수??? 있을까요??? 견딜 수 있겠지요.  사람이 무언가에 기대(종교든 샤머니즘이든)하게 된다지만

저는 그 기댐이 로펀이어서 좋습니다.  물론 공연을 보고서 이렇게도 아무것도 기억이 안날 정도로 정신이 날아갈

정도로 뛰어놀아서 남은게 없지만, 그래도 제 자신 마음 한구석 든든해져서 기쁩니다.    

  그전까지는 블로그를 쓰기 위해서 뭔가를 기억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내려놓고 놀고 나니, 셋리든 뭐든 그냥 그 모든게 좋습니다.  이제 그냥 로펀이면 됩니다.

  내 사랑하는 밴드 로맨틱펀치 흥하고 대박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