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펀치에 빠지다>

로맨틱펀치 와의 오십 번째 만남: 부산: 18.10.20: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NADA FESTIVAL): 부산평화공원(오륙도평화축제)

묭롶 2018. 10. 22. 23:30

  지난 10월 1일 녹화를 한 <불후의 명곡> 로맨틱펀치 출연편이 방송되는 10월 20일, 부산에서 로펀이 출연하는

두 개의 공연이 있었다.  10월 20일 오후 다섯시에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리는 NADA FESTIVAL과 저녁 8시 30분

부산평화공원에서 진행되는 오륙도평화축제 공연에 로펀이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또 갈등하게 되었다.

  부산은 막차가 일찍 끊기는데 저녁 8시 30분 공연이면 도저히 막차를 탈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 차를 몰고 가자니

나의 어리버리한 운전실력이 문제였다.  그리고 서울보다 어렵다는 부산운전(차선 잘못 타면 버스 전용차로로 들어가서

범칙금을 내거나 네비 판독 어려운 길을 잘못 접어들면 먼 거리를 다시 돌아 나와야 한다는)을 이미 올해초 경험했던터라

마구 고민이 되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하루에 로펀 공연을 두 번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인데 무조건 차를

몰고 갈 수 밖에.......

  로펀공연을 보기 위해서라면 내게 불가능은 없다.  그 어떤 문제도 모조리 해결해버리겠다는 불타는 의지로 나는 핸들을

부여잡고 발발 떨면서 부산길에 올랐다.  그나마 출발을 일찍해서 차는 밀리지 않았지만, 공연장인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인근에 주차를 할 곳이 없어서 도보로 십분 거리에 있는 홈플러스에 주차를 했다.  저멀리 해운대 바다가 있을테지만 티켓

교환시간이 다 돼서 나는 해변 대신 청명한 하늘 아래 빛나는 햇빛을 맞으며 가을이 물든 거리를 걸어 공연장에 도착했다. 

   일상을 살아가느라 가을의 정취를 여유롭게 느낄 기회가 없었는데 공연장 앞에서 로퍼니스트들과 모여 공연시간을

기다리고 있노라니 따사로운 가을 햇살에 나까지 가을 풍경 속에 넉넉하게 반죽되는 기분이 들었다. 

우스개말로 머리에 낙엽 좀 꽂고 앉아서(오래 기다렸다는 설정으로) 스타님들 출근길 맞이하자는 얘기도 나눴다.

NADA FESTIVAL은 장애우와 일반인이 함께 문화를 체험하는 열린 공간으로 1층에서는 각종 체험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었고, 2층 공연장에서는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공연을 보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다. 

  드디어 공연시간이 다가오자 중증의 장애를 지닌 분들이 탄 휠체어와 그분들을 도와주시는 분들, 그리고 일반인들이

함께 공연장에 입장했다.  나는 공연신청을 늦게 한 관계로 무대에서 멀리 떨어진 2층 좌석에 자리를 잡고 무대에 오를

로펀을 기다렸다.  이날 공연은 장애우들을 위한 시청각도움기계(프롬프터)와 가사를 수화로 전달해주실 수화통역자분이

무대를 함께 했는데, 수화통역하시는 분께서 로펀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면서 수화를 전달하시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보컬 배인혁님은 공연 도중 프롬프터 쓰시는 분에게 이렇게 좋은 일 하시는 분들은 월급을 두배로 드려야 한다고

멘트를 했는데, 그 말을 따라서 프롬프터로 옮기는 분께서 "고맙습니다"라는 글을 썼다가 이내 벡스페이스로 지우셔서

공연장에 있는 모두의 웃음보가 터졌다.  (공연중 보컬과 콘치님이 주고받는 티격태격도 'ㅋㅋㅋ' ; 'ㅎㅎㅎ' ; '으윽'

이렇게 프롬프터로 옮겨 써주셔서 그걸 보는 스타님들도 빵 터졌고 그 모습에 우린 또 웃고 다들 신나고 흥겹고 웃기고

즐거웠다)

  아마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가장 신나고 재밌는게 뭐였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언컨데 그중 최고는 로펀공연이라고

답하겠다.  세상 행복과 신남이 바로 로펀공연에 있으니 웃음과 활력이 필요하신 분들 모두 다 11월 11일 악스홀에서

열리는 84th로맨틱파티에 오시라~~~~!!!  만약 로펀 공연을 보고도 신이 나지 않는다면 음~~~ 이제 방법은 속세를

떠나 다른 차원에서 즐거움을 찾는 수밖에.........

  이날 내 옆자리 의자에 앉으신 로퍼니스트 형부는 오늘은 의자에서 안 일어날거라고 말씀하셨지만, 첫곡이 <글램슬램>

인걸 아는 순간 자리를 박차고 뛰기 시작하셨다.  (나역시 무대막이 올라갈때 글램슬램 전주가 나오면 심장이 튀어나올

듯이 나대는 통에 공연시작과 동시에 쓰러질 것 같은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곤 한다.)  역시 번복의 아이콘인 보컬님에

걸맞게 번복을 쉽게 하는 팬들이다.

공연중 무대 뒷배경이 스타님들 위로 그대로 겹쳐져서 드러난 살들이 하얀색 배경판 역할을 하는 장관이 펼쳐졌다.

  평소 무대에서 조명이 닿지 않아 잘 보이지 않던 베이스 유재인님과 드럼 트리키님이 잘 보여서 무대와의 거리는 멀지만

사진에 잘 담고 싶었던 나는 사진을 1도 모르는데 셔터스피드를 잘못 손대는 바람에 한참을 애를 먹었다.

공포영화를 보면 가지 말라는 길은 꼭 가고 하지 말라는 거 꼭 하는 인물하고 난 참 많이도 닮아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시행착오를 매번 자청해서 겪곤 한다.  음..... 그렇다고 시행착오 끝에 낙이 오지도 않아서 결론은 나는 변치않는

똥손으로 자리매김하나보다.

  매번 로퍼니스트들과 같은 자리에서 뛰어 놀다가 2층에서 공연을 즐기는 1층의 팬들을 지켜보니 참으로 흥미진진

하였다.  나도 분명히 똑같은 모습으로 날고 뛰고 소리를 지르고 환호했을텐데 2층에서 내려다보며 지켜보자니

그모습이 어찌나 신나고 재밌던지 보다가 신이 나서 더 뛰게 되었다는...... 이러니 어느 공연장이나 흥부자 로펀팬들을

반기나보다.  로펀팬들 공연즐기는 모습에 주변 관객들도 신이나서 공연이 더 즐거워지니 공연을 계획하시는 분들

로맨틱펀치 많이 섭외해주세요!  공연의 분위기를 한껏 달굴 흥부자 로펀팬은 보너스랍니다.

<몽유병>

<파이트클럽>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야미볼>

<토요일 밤이 좋아>

  공연중 배인혁님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부르기 전에 "여러분!  셋.둘.하나 하면 '걸어요' 해주실 수 있죠?

잘 모르시는 분은 입모양만 따라 하셔도 돼요.  어차피 목소리 크신 분들이 목소리를 내주실 거에요."라고 말했다.

그렇다.  우리는 일당 백의 성량을 지닌 로펀팬들이다.  ㅎㅎㅎ 보컬님의 얘기처럼 그 어느때보다 더 크게 떼창을 하는

로퍼니스트들이었다.  심지어 찍어놓은 영상을 보니 팬들의 떼창과 익룡소리가 보컬님 마이크 음량에 필적하더라는....

  공연중 NADA FESTIVAL 만의 특별한 <암전무대>가 진행되었다.  공연장의 모든 불이 꺼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속에서 들리는 <안녕, 잘가>의 감동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듣는 그 순간 내 몸이 내 귀가 내 심장이 내 영혼이

느꼈던 그 감동의 떨림을 아마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을 가득 채운 음악에 내 모든 것이

빠져든 것 만 같아서 나는 그 음악 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기분이 들었다.  제게 특별한 추억을 갖게 해 주신

NADA FESTIVAL 관계자분들 너무 고맙습니다.  저는 덕분에 음악을 느끼는데 오감 이외의 다른 무엇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답니다.

   <야미볼>과 <토요일 밤이 좋아>를 끝으로 무대가 끝난 후, 로퍼니스트들은 밀리는 광안대교를 건너 남구평화공원으로

향했다.  밀리는 차량 속에 서행하는 동안 야경에 빛나는 광안대교를 그 어느때보다 오래오래 감상할 수 있었다.  물론

광안대교 앞에 즐비한 해운대의 칠십에서 백억대 아파트들의 휘황찬란한 조명들이 야경에 더해졌지만 나는 그순간

칠십억 아파트 안에 있는 사람들보다 내가 더 행복하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왜냐면 이날은 하루에 로펀공연을 두 번

볼 수 있는 계탄 날이니까...... 

  로펀 공연이 두 번 있는 축제와 같았던 이날 단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면 이날 저녁 7시에 방송된 <불후의 명곡>이

내게 문제가 되었다.  이미 10월 1일 녹화다녀온 후 올린 후기에서 아무래도 그날 나의 모습이 방송에 나올까봐 걱정이란

글을 써놓았는데 아니나다를까 로펀의 두 번째 공연을 기다리는 동안 계속해서 카톡 제보가 들어왔다.  제보의 내용인즉슨

<불후의 명곡>에 내가 광인으로 출연했다는 내용이었다.  켁!

  거의 아이돌에 열광하여 울고불고 하는 소녀팬과 같았다는 내 모습은 방송에 무려 네다섯번이나 나왔다니, KBS 저한테

왜 그러셨나요.  KBS 덕분에 로펀수니인 나의 정체를 모르던 회사사람들이 나의 정체를 여실히 알게 되었으니 강제

덕밍아웃은 이럴때 쓰는 말인가요. 

  열광하는 소녀팬은 예쁘기라도 하지, 로펀이 공연하는 동안  인생사의 희노애락을 모두 보여주는 나의 표정은 정말로

가관이었다는 말에 나는 방송시청을 포기했다.  그럼 뭐하나..... 제 딴에는 숨는다고 머리만 숨기고 보는 타조처럼,

날 볼때마다 킥킥대는 직원들을 어떡하냐고요.... 네?????

    암튼, 로펀의 두번째 공연을 보기 위해 도착한 남구평화공원 위에는 질풍노도 내 속도 모르는 달님이 휘엉청 크고

밝게 떠있었다.  어찌나 밝고 예쁘던지 자동으로 사진에 담게 되었다.  역시 예쁜건 담고 싶은게 사람마음인가보다. 

그래서도 나는 배인혁님만 보면 자동으로 찍고 싶은건지도 모른다. 

    계속되는 광인출몰 카톡 제보 속에 어느덧 로펀공연이 시작되었다.  로펀이 무대에 오르자마자 무대 앞으로 달려가는

관객들 틈에서 행동이 굼뜬 나는 자리를 확보하지 못해 사진은 잘 찍지 못했지만 그 어느때보다 또 신나게 놀았다.

오죽했으면 내 옆자리에 앉아 계시던 YB 팬분이 로펀이 출연하자 돌변해서 뛰어오르고 소리 지르는 내모습에 깜짝

놀랐겠는가.   어차피 광인이 된 몸인지라 내 몸뚱이 다 던져서 이성도 저멀리 던져버리고 뛰어 놀았다.  그동안

락페와 행사의 짧은 공연시간에 허기를 면치 못하던 몸이 하루에 두번 공연을 보게 되니 흥분을 아니할 수 없었다.

  로펀은 이날 공연의 헤드라이너 답게 미지근 잔잔했던 공연장의 분위기를 단숨에 팔팔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의자에

착석해서 공연을 보시던 어르신 포함, 남녀노소의 피가 일순간에 끓어올랐으니 바로 로펀의 마법되시겠다.  로펀이

등장하자마자 우르르 무대앞으로 달려가는 관객들에게 처음에는 당황하다가 로펀 공연이 진행될수록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님, 아버님, 어머님 할 것 없이 무대 앞으로 모여들고 신이 나서 공연 즐기는 관객의 일부에 자연스럽게 섞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이날도 팬으로서의 자부심이 마구 끓어 올랐다.

  부산갈매기 한 소절 만으로 관객들을 대동단결시켰다는 <불후의 명곡> 작가의 글(막간 MC딩동은 부산갈매기를 따라

부르는 관객들 보며 사직구장인줄 알았다고 말했다)처럼 사람들을 한마음으로 모으는데

음악은 큰 힘을 발휘하지만 그 음악을 하는 사람중에서 특히 로펀은 관객과 함께 하는 무대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대동단결 밴드라는 특별한 매력을 갖는다.  그런 이유로 매력있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끌리는 것처럼

로펀을 처음 보는 관객일지라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들의 무대에 함께하고 또 함께 즐길 수 있는지도 모른다. 

  NADA FESTIVAL 에서 <안녕, 잘가> 암전 무대로 큰 감동을 주었던 보컬 배인혁님은 역시 공원에 오니 동심이 끓어

넘치는지 장난기가 발동해서 카메라맨 기사님의 카메라 앞에 얼굴을 들이미는 것으로 부족했는지 카메라를

본인이 몸소 대신 받아들고 관객들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민소매티를 입고 카메라를 어깨에 얹은 보컬님의 모습은

밴드 보컬이 아닌 독립영화 막내 촬영기사님 같았다는.....쿨럭....... 

   아이고 촬영기사님 대역에서 장난기가 그치지 않았으니, 관객의 모자를 벗겨서 본인이 쓰고 노래를 부르다가(모자 쓴

모습이 너무 잘어울렸다는)돌려주고 관객석의 어린이를 번쩍 들어올려서 콘치님 어깨 위에 얹어 놓아 콘치님을 당황시키

는건 보너스였다.  계속해서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며 뛰어다니는 보컬님의 모습은 팔랑팔랑 날아오르는 나비같았다.

어쩜 그렇게 가볍게 뛸 수 있는지....... 볼 때마다 신기하다.

  요즘 방송출연이 많은 로펀인지라 이날은 바쁜 일정탓에 메이크업을 하지 못해다고 보컬님은 걱정을 했다지만, 내눈에는

언제나 꿈결처럼 아름답기만 했다.  너무 행복하고 아름다워서 깨기 싫은 꿈처럼 두 번째 공연이 끝이 났다. 

  벌써 입덕 이후 로펀과의 만남이 오십 번이 되었지만 참으로 놀랍게도 매번의 만남마다 로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감동받게 되니 로펀은 참으로 마력의 밴드다.  멤버들 제각각이 지닌 매력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그 멤버들이 모여 펼치는

공연을 보는 즐거움은 같은 날, 같은 곡을 듣는다 해도 또 다른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그러한 틀에 갖히지 않는

매력이 로펀의 강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차피 정해진 틀이 없기에 언제든 그 영역을 넘어서서 자유롭게 날 수

있는 밴드, 관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언제든 그어놓은 금을 넘을 수 있는 밴드, 그들이 바로 로맨틱펀치다.

   지금까지 화제성을 위해 금기를 넘은 뮤지션은 많았지만, 관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함께 하기 위해 감전의 위험을

무릎쓰고 쏟아지는 빗줄기 앞에 주저없이 나서고 그 미끄러운 무대 위에서 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뮤지션이 얼마나

있었을까? 

  최선을 다하는 무대가 끝나고 팬들 앞에 서서 순수한 민낯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로펀을 나는 사랑한다.

비록 그런 나의 팬심이 방송에서는 광인으로 비출지언정 나는 그 사랑을 포기하지 않으련다. 

로펀사랑~~~ FOREVER!!!

<토요일 밤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