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펀치에 빠지다>

로맨틱펀치와의 쉰세 번째 만남: 2018.11.19: KBS 불후의 명곡 (김상희님 편)

묭롶 2018. 12. 22. 11:04

  2018년 11월 19일 불후의 명곡 <김상희 편>에 출연한 로맨틱펀치는 420점을 획득한 몽니를 429점으로

누르고 우승을 했다.  지난 10월 1일 불후 <김중순 편>에 출연했던 로펀은 그날 <부산갈매기>를 불러서 관객과

하나된 무대로 녹화장을 부산사직구장으로 만들었지만 <빗물>을 부른 몽니에게 3점차로 석패를 했었다. 

  나는 불후에 로펀이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사연을 신청했는데 11월 16일 금요일 사무실에서 업무중 꼬인 문제로

열이 잔뜩 받아서 계속 회사전화로 통화중인 상황에서 오전 11시도 안된 시간에 서울 전화번호로 전화가 왔다. 

  순간 전화번호는 보지도 않고 핸드폰을 받자마자  "제가 지금 많이 바쁜데요.  무슨 일이시죠?"라고 말했다.

그랬는데 상대편에서 "여기 불후의 명곡 프로그램인데요...."라고 하는 말을 듣고 갑자기 무릎이라도 꿇듯이

상냥한 목소리로 "아~네.네. 말씀하세요." 목소리가 급변하는 나를 보면서 직원들의 얼굴표정은 거의 사이코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처음으로 불후의 명곡에 사연당첨이 된 나는 불과 일분 전까지 고래고래 악을 지르며

싸우던 싸움닭에서 등불을 든 나이팅게일이 되어 버렸다.  일분도 안 된 시간동안 초단위로 바뀐 내모습은 내가

생각해도 소름이지만 나는 그 어느때보다 기쁜 마음으로 업무를 처리했다는.......

  그동안 로맨틱펀치는 <탑밴드>, <밴드의 시대> 등 여러 경합프로그램에 출연했지만 관객들을 사로잡는 뛰어난

무대에도 불구하고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런 로펀이 불후에서 우승했을 때의 감격은 거의 광복절에 외치는 

대한독립만세 였다.

  로펀에게로 불이 켜지는 순간 의자를 박차고 뛰어오르듯이 일어나 거의 터져나오듯 쏟아지는 눈물로 범벅이 되서는

다들 얼싸안고 환호했다.  그날의 감격을 방송에 스포가 될까봐 SNS에 올리지도 못하고 드디어 12월 15일 본방송이

나간 후에야 이제 뒤늦게 후기를 쓴다. 


이날 전설로 출연한 김상희 님은 영국에 퀸이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로맨틱펀치가 있다며 칭찬의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다.

로펀에 입덕해서 로펀(로맨틱펀치)만의 특화된 공연인 로맨틱파티(로파)를 처음 간 내게 로파는 축제와 같았다.

  그 이후로도 로펀의 공연은 언제나 관객과 함께 였다.  마치 관객이 로펀 멤버의 일부인 것처럼.........

  얼마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면서 퀸의 음악성이 대중과 함께 하는 음악,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는 음악, 대중이

듣고 싶어하는 유행가보다는 대중이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음악으로 들려주는 음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퀸의 음악세계가 가진 정체성이 로펀과 맞닿아 있기에 김상희 님은 로펀의 무대를 보면서 <퀸>을 떠올리셨는지도

모른다. 

  이날 로펀은 김상희 님의 <경상도 총각>을 불렀다.  무대는 풍선과 인형탈, 비치볼 등이 배치되었고 나도 잘 모르는

노래였음에도 이 노래를 아는 세대는 노래를 따라부르며 흥겨워했고 노래를 모르는 세대는 축제에 온것 같은 즐거움에

빠져들어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무대가 되었다.  보컬 배인혁님은 흥겨움에 무대에서 관객석으로 내려와 관객들과

함께 노래를 불러서 녹화장은 온통 축제의 즐거움과 흥분으로 가득 찼다.  나는 뒤에 앉은 관객에게 폐가 될까봐 일어나고 싶은

마음을 엄청나게 억눌렀지만(사실은 지난 방송 때 워낙 광인으로 출연해서 전화가 쇄도했던 탓에 자중)앉아서 워낙 신나게

놀아서 지금 경연프로그램 참여중이라는 사실마저 잊어버렸다.   비로소 무대가 끝나고서야 긴장감이 다시 엄습해왔다.

  보컬 배인혁님은 이날 첫 순서로 420점을 획득해서 몽니가 너무 오래 서있었다며 곧 앉으실 수 있게 해드리겠다는 멘트를

하며 우승에 대한 욕망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후 429점이라는 숫자와 함께 로펀 쪽으로 불이 켜졌다.  그 얼마나

기다려왔던 우승이었나.  이 무대를 위해 엄청난 시간을 연습에 연습, 그리고 리허설을 수십번 반복했을 로펀 멤버들은

우승이 확인된 순간 제자리에서 팔짝팔짝 뛰었다.  팬들은 의자에서 일어나 미쳐서 뛰었다.  마음 같아서는 무대로 난입해서

멤버들을 얼싸안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내 옆자리의 팬(로퍼니스트)을 격하게 껴안을 수밖에.

   불후의 명곡에서 우승을 한다는 건 그들의 음악성과 대중적 지지를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그런 면에서 로펀의 우승

사실 자체가 기쁘기도 했지만 대중의 호응과 감탄을 이끌어낸 로펀의 무대에 대한 자부심이 나를 더 기쁘게 했다. 

  녹화가 끝난 시간은 밤 11시가 다되었지만 팬들은 로펀의 퇴근길에 함께 모여 축하 인사를 전했다.  멤버들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보컬 배인혁님은 경상도총각을 흥얼거리며 걸었다.  밤 12시 버스로 광주에 내려와 잠은 두시간도 못자고

출근해야 했지만 나는 바쁜 연말에 하루종일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로맨틱펀치는 십년 넘게 밴드활동을 해오고 있지만 난 그들이 이번 불후 우승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향한 한 걸음을

내딛었다고 생각한다.  불후의 명곡에서의 첫 우승은 로펀이 가진 음악적 역량을 공중파를 통해 대중에게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로펀의 공연을 함께함으로써 느끼는 환희와 자유 그리고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음악이 지닌 힘을 그냥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 함께 함으로써 더욱 큰 감동을 만들어 내는 

연금술사 같은 로맨틱펀치가 승승장구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