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펀치에 빠지다>

로맨틱펀치 와의 쉰여덟 번째 만남: 대청호: 대덕뮤직페스티벌: 19.04.06

묭롶 2019. 4. 8. 23:41

  4월 6일 금강에 있는 대청호에서 대덕뮤직페스티벌이 열렸다.  로펀은 오후 다섯시 출연 예정이었고 나는 주차장이

협소하다는 사전공지 글을 읽고 아침 일곱 시에 광주에서 대청호로 출발했다.  지난 3월 17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평창의 봄행사에 23분 공연하는 로펀을 보겠다고 왕복 열여섯 시간을 이동한 것에 비하면 편도 두시간 반 거리는 일도

아니었다~가 아니라....... 운전을 워낙에 못하는데다 네비를 보고도 길을 못 찾는 길치에 주차 실력 엉망인 나에게 운전은

언제나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으로 대청호를 가는 방법의 난이도가 높아서 차를 가져가는 것에 우선순위를

둘 수 밖에 없었다. 

  역시 신탄진에서 대청호까지 가는 길의 난이도가 상당했다.  구불구불한 험로에 30km 이상 달릴 경우 차 하부가

뚫리거나 튕겨져 나갈 것 같은 높은 과속 방지턱이 오십미터가 멀다싶게 즐비해서 차로 육상 장애물 달리기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좋다.  왜??? 이 험난한 여정이 끝나면 로펀을 볼 수 있으니까.......... 물론 대청호에 오전

열시에 도착해서 로펀이 출연하는 오후 다섯시까지 기다림 또한 힘들었으나 고생 끝에 역시 낙이 있었다.

  대전 대덕구에서 주관하는 대덕뮤직페스티벌은 오전 11시 30분에 청소년 가요제를 시작으로 2시부터 소수빈,

쏜애플, 짙은, 로맨틱펀치, 옥상달빛, 자이언티 순으로 공연이 진행되었다.  이날 나는 굉장히 일찍 도착한 편이었지만

공연 진행 방식이 스텐딩 펜스에 한 번 입장을 하면 매공연이 끝날 때마다 퇴장을 해야 해서 원하는 가수의 공연을

앞에서 보기 위해서는 타가수 공연시간 동안 스텐딩 석이 아닌 공연 입장 대기줄에 서서 대기를 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로펀을 앞에서 보겠다고 첫 순서부터 대기줄에 서서 두시간 반 가량을 대기했다.  스텐딩 맨 앞줄은

정말 아티스트와의 거리가 가까워서 사회자 얘기로는 숨소리가 들릴 정도라고 말했다.  혹시 몰라서 렌즈는 둘 다

챙겨왔지만 평소 찍지 못했던 무대 뒤쪽에 위치한 트리키님이 찍고 싶어서 나는 sel24105g 대신 sel70200g를

카메라에 마운팅해 두었다. 

 

  스텐딩 공연 중간에 렌즈를 바꿔 끼울 수는 없는 일이라 역시나 다른 멤버들은 의도치 않은 얼큰이로 나왔지만

오랜만에 자연광에 빛나는 트리키님을 찍을 수 있어 행복했다.  물론 영상을 찍는 건 사실상 어려운 일이었지만.........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는 법이니까......쩝!!!!

(그나저나 붕붕 날아다니는 로펀을 잡으려면 셔터속도를 몇으로 해야하는지 똥순은 매번 고민하게 된다.  평창에서

ISO 값을 잘못 잡아서 날려먹은 사진을 생각해서 셔속을 350/1으로 맞췄지만 역동적인 로펀을 잡기에는 역부족

이었다는.........)

  드디어 로펀 멤버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악기를 셋팅했고 로펀의 상징과 같은 스카프가 달린 스텐딩 마이크가

무대 위에 놓이자 로퍼니스트들은 흥분에 겨워 환호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행사를 진행하는 사회자는 어떻게

마이크대만 보여도 환호성이 터지냐고 조금은 놀라는 모습이었지만 그건 아마도 사회자가 지금까지 로펀의 공연을

실제로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날 로펀의 공연을 본 인스타 업로드 글의 대부분은 '미쳤다'였다.

정말 미치고 환장하고 오지고 하얗게 모두 불태워버린 공연이었다.  (조금 추웠다면 내 몸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보였을지도 모른다는) 사회자 분도 로펀의 공연을 곁에서 보셨으니 다음에 다시 로펀 팬들을 만난다면 로펀의

마이크대만 보여도 환호하는 우리를 십분 이해하시게 될 것이다.

  역시 로펀은 페스티벌의 꽃이다.  대청호에 가득 피어난 벚꽃보다 이날 마지막 행사인 불꽃놀이보다 빛나는

로펀이었다.  오후 다섯 시 서서히 저물어가는 햇빛 아래 첫 곡 <글램슬램> 전주가 깔리고 오렌지 빛 점퍼를

입은 보컬 배인혁님이 무대에 오르자 내 심장은 끓다 못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내 목에는 무게 이킬로가 넘는 대포카메라가 걸려 있었지만 첫 곡부터 미치게 뛰기 시작했다.  난 설마 내가

대포를 메고 그렇게 신나게 뛰어놀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갈수록 하향곡선을 그어가는 나의 체력과

일상의 피로가 망가뜨린 내 지친 간과 시원찮은 무릎을 고려해봤을 때 더욱 불가능해 보였지만 결국 로펀 앞에서는

그 무엇도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원래도 팬을 향한 무대매너 갑인 보컬님이시지만 이날은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보여준 배인혁님이었다. 

<눈치채 줄래요>를 부를 때 펜스 앞 줄 관객들 손 한 명이라도 더 잡아주려다 펜스 아래로 발이 미끄러질 뻔 해서

난 또 가슴이 철렁했고, 무대 조명 장비 위로 높이 올라가 매달린 채 마이크에 달린 스카프를 휘날리며 관객들을 향해

노래부를 땐 저무는 햇빛에 물든 찬란한 보컬님 모습이 아름다웠지만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이날 공연의 백미는 바로 마지막 앵콜 곡인 <그대에게>를 부를 때 관객석으로 난입한 보컬님의 무한질주극이었다.

오렌지 빛 점퍼자락을 휘날리며 육상선수처럼 빠르게 관객들과 보안요원들을 몰고서 달리는 그 모습을 보며 누군가는

오렌지자석이라고 말했다. 

  내가 찍은 영상이 아니어서 올릴 수는 없지만 아마도 그 장면을 찍은 영상은 팬들과 그날 공연을 본 사람들 사이에

오래도록 회자될 것이다.  그렇게 관객들 사이를 숨이 끊어지도록 달려서 그 많은 관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한

보컬님은 무대 위로 올라와서 무대에 그대로 드러누웠다. 

  어쩌면 매공연에 그렇게 온 몸을 다 내던질 수 있는지 볼 때마다 놀라운 로펀이다.  내 몸이 힘들고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생업도 대충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삼 년 동안 로펀을 지켜보면서 단 한 번도 로펀에게서 대충이란 걸 느껴본

적이 없다는 점에서 난 그들을 존경한다. 

  아마도 그래서도 로펀의 공연에 '식상함'이 없는지도 모른다.  언제나 처음 하는 무대처럼 새로움을 보여주는

로펀의 무대를 보면서 나의 팬심은 갈수록 더 뜨거워진다.  그래서도  그 무거운 대포카메라를 목에 걸고도

미친듯이 뛰어 놀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올해 로펀과 함께 할 락페들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오랜만에 듣는 <글램슬램>에 특히 RP 메가폰을 들고 나와 더 멋진 로펀이었지만 안쪽에서 들이는 음향이

보컬 사운드가 너무 약했다.  배인혁님도 난감했는지 계속 인이어를 빼서 다시 꼽았지만 관객들 떼창보다 작게

들리는 사운드에 바깥쪽 사운드 음이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로펀은 최선을 다해서 무대를 진행해 나갔고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에서는 흥겨워 하는 관객들 모습을

배인혁님이 본인의 핸드폰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아~~~~ 그 영상이 인스타에 올라왔는데, 난 <불후의 명곡>에

이어 또 광인으로 출연을 했다는..........켁

(세상 그 무엇보다 신나게 뛰어노는 한 마리 영양이 아닌 표효하는 하이에나 한 마리가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더라는....... 나...어쩔.........)

  그래도 평창에서의 23분 공연에 비하면 이날 한 시간 공연은 호강이었다.  두시간 넘게 로펀을 볼 수 있는 로맨틱파티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한 시간 조금 못 미치게 로펀과 함께 뛰어 놀았으니 그나마 흡족한 날이었다.  앵콜곡 <그대에게>를

끝으로 로펀의 공연은 끝이 났고, 공연장 사정으로 인해 퇴근길 없이 차를 타고 떠나는 멤버들을 배웅해야했다. 

  아아아아아~~~ 그렇게 공연이 끝났고 엄청나게 혼잡한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3킬로미터의 지옥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로펀 무대에게 흘렸던 땀에 양 옆으로 이면주차된 차들을 피해 빠져나오느라 삐질삐질 땀을 더해 나는 세 시간이 걸려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읏흥..... 그 와중에도 자꾸만 오렌지 빛 점퍼를 입고 무한 질주하는 보컬님이 떠올라서 혼자

피식피식 웃었다는...... 이 귀여운 분을 어떡하면 좋단 말인가..... 이분을 이달 28일 또 서울에서 볼 수 있으니 그날을

또 손꼽아 기다려야겠다. 


PS1. 이날 렌즈를 바꾸지 않은 보람을 느끼는 트리키님의 사진이다.  팬들에게 일일이 눈맞춰 미소지어주는

스윗한 미소천사 트리키님, 항상 무대 맨 뒤쪽 그것도 조명이 닿지 않을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자연광

아래 미소짓는 트리키님을 보는내내 저절로 벌어지는 내 턱관절을 조절할 수가 없었다.

  PS2. 지난 <불후의 명곡> 방청석에 있는 내 모습이 TV화면에 잡혔을 때 나는 기겁을 했다.

내 턱아래에서 위로 찍어올린 내모습은 정말 볼 만하더라는.......

그런데 역시 우리 가수님은 아래에서 올려 찍어도 굴욕이 일도 없다.  역시 모든 것의

완성은 결국 얼굴(미모)이다.

PS3. 공연후기를 써놓고도 할 말이 남아서 이렇게 주저리주러리 말이 길어지지만 요즘

머리를 기르는 중인 보컬님이 저렇게 손가락으로 머릿칼을 귀 뒤로 쓸어넘길 때면

나는 숨이 넘어간다.. 쓰읍...... 침이나 닦자.

PS4. 정말 마지막 추신이다.  난 우리 보컬님의 쌩눈이 너무 좋다.  왜 이렇게 예쁜 눈을

썬그리로 가리는지 코 앞에서 의도치 않게 퇴근길 주차장에서 뙇 하고 마주친

모습에 난 그대로 돌이 되어버렸다.  이분의 쌩눈은 내 심장에 위험하다.

하지만 자꾸만 가리니 보고 싶어지고 보면 심장이 아프고.....

아몰랑..... 이날 아주 잠깐 썬그리를 잠깐 내리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걸 찍겠다고 서둘다가 사진이 흔들려버렸다.  그래도 딱 한장 뿐인

쌩눈 사진이다.  아~~너무 좋당...


<글램슬램>


<몽유병>

<안녕, 잘가>


<야미볼>


<토요일 밤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