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펀치에 빠지다>

로맨틱펀치 와의 쉰일곱 번째 만남: <평창의 봄> :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 19.03.17

묭롶 2019. 3. 20. 21:30

  로맨틱펀치에 입덕한 이후 로펀 공연을 볼 수 있다면 그 어디든 못갈 곳이 없다고 생각해왔지만 강원도

평창에서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솔직히 고민이 되었다.  이미 작년 추석때 강원도에서 교통 체증과

협소하고 구비구비 돌아가는 도로에 무한반복되는 터널까지 겪었던터라 광주에서 차를 몰고가자니

혹시나 싶은 생각에 걱정이 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니 여러 번 갈아타야 할 불편이 걱정이었다.

  하지만 로펀공연 앞에 걱정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미 2017년에 경기도 가평까지도 갔었는데

거기서 조금 더 가면 된다는 마음으로 3월 17일 공연을 보기 위해 새벽 세시에 집에서 나섰다.  로펀 공연을

본다는 셀레임에 괜히 가슴이 벌렁거려서 잠도 못자고 아침 일곱시가 조금 넘어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성수역 공용주차장에서 평창행 꽃가마에 올랐다. 


  평창행 버스에 첫 손님으로 탄 나에게 기사아저씨는 동계올림픽 기간동안 평창구간을 운행했는데 이틀에

한 번씩 눈이 오는 지긋지긋한 동네라고 얘길 건네셨다.  기사님 말씀처럼 공연전날 평창에는 눈이 내렸다고

한다. 

  이미 펜스를 잡기 위해 공연 전날 도착한 인친들의 피드에는 눈 덮인 공연장 사진이 여러 장 올라왔던

터였다.  공연제목은 <평창의 봄>인데 인스타 사진 속 공연장 정경은 여전히 겨울왕국이었다는.............

버스가 공연장에 가까워올수록 도로 주변의 정경은 눈 쌓인 겨울나라가 펼쳐졌다.  오랜만에 미세먼지 없이

쾌청한 하늘 아래 스키를 타도 될 만큼 눈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내가 사는 전라도 광주는 올해 눈 답게 내린 날이 단 하루여서 간만에 보는 눈의 정취가 신기했고 로펀을

보러간다는 기쁨에 소풍길에 오른 것처럼 기분이 오지게 좋았다.  아아아아~서울에서 두시간 반을 이동해서

드디어 오전 11시 30분 강원도 횡계에 있는 공연장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매서운 바람과 눈 쌓인

보도가 나를 반겼다.  이렇게 추워서 밤까지 공연을 보는 사람들은 어떡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강원도의

겨울은 봄에게 자리를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이날 로맨틱펀치는 <평창의 봄> 행사에 첫 번째로 출연했다.  입장줄에 서서 1시 출연하는 로펀을 기다리는데

리허설을 하는지 <몽유병> 전주가 흘러나오자 여기저기서 로퍼니스트들이 함성을 지르며 흥에 겨워 줄을

선 자리에서 음악에 맞춰 뛰! 뛰! 뛰! 뛰었다. 

  지난번 <불후의 명곡>에 김경호님이 출연했을 때 경호님 팬분들이 신나게 헤드뱅 하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팬은

가수님을 따라가기 마련이란 생각을 했는데, 우리도 역시 어디에서도로펀 팬임을 숨길 수 없을 것 같다.  재주 넘치고 신나고 마구 끓어오르는 마성의 밴드 로펀의 팬들이니 오죽하겠는가!


  지난 <최악의 커플> 때 렌즈를 두고 와서 낭패를 본 나는 이날은 렌즈를 두 개 다 들고 갔다.  입장 신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카메라 가방을 짊어진 채로 눈밭을 구르듯이 질주해서(울 남편은 이제 뛰다가 넘어져서 카메라 깨지면 중고차

한대값 날아가는 거니까 절대 뛰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펜스를 확보했다.  로펀 공연 시작이 얼마 안 남은

상황이라 카메라 렌즈를 세 번이나 바꿔 끼워가며 테스트 사진을 찍었는데, 문제는 오랜만에 하는 대낮공연이라

설정값을 잘못 잡아서 사진도 영상도 다 망했다는......... 쩝!!! 인생! 정말 마음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다.


  로맨틱펀치는



<몽유병>을 시작으로

<파이트 클럽>,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야미볼>,

<토요일 밤이 좋아>

이렇게 다섯 곡을 불렀다. 

  로펀에게 낮 1시 공연은 보통 사람들이 새벽 네 시에 출근 한 것과 같은 상황이었을텐데도

로펀은 첫 순서부터 사람들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눈 쌓인 공연장 바닥이 로펀 공연때 뛰어오른 사람들의

발바닥에 다져져서 거의 찰흙이 될 정도였으니 나의 운동화는 횡계에 다녀온 후 바로 세탁소로 가야했다. 

  주변에서 다른 가수님 팬분들도 로펀 공연 잘한다고 연신 감탄하는 바람에 나는 더 신이 났다.  아~정말 로펀공연

26분은 짧아도 너무 짧다.  올림픽 스타디움에 휘몰아치는 봄을 시샘하는 겨울바람에 힘차게 나부끼는 로펀의 자부심

넘치는 깃발이 휘날리는 멋진 공연이 26분이라니...... 너무 아쉬워서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공연은 끝이 났고, 나는 다시 전라도 광주로 내려가야 할 몸인 것을........ 오랜만에

멤버들 퇴근길도 보고 로퍼니스트들과 밥까지 먹고 나니 오후 네시가 넘어 있었다. 

  내 계획은 횡계고속버스터미널에서 서울 남부터미널로 가서 지하철로 고속터미널로 간 다음 광주를 내려오면

된다였는데, 횡계터미널에 도착해보니 버스 배차 간격이 엄청 긴 데다가 남부터미널 행은 이미 떠나버렸고 겨우 다섯 시

동서울 터미널행을 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직행인줄 알았던 버스가 완행인데다가 설상가상 어마어마한 정체에 발이 묶여 집에 도착하니

자정이 넘어버렸다.  ㅎㅎㅎㅎㅎㅎ 새벽 세시에 집을 나서서 꼬박 스물 한시간 만에 집에 돌아왔는데 그중 열네시간을

버스를 탔으니 참으로 파란만장한 하루였다.  자그마치 그 담날은 대망의 월요일...... 그래도 좋다.

로펀을 봤으니 그걸로 된거다.  그럼..... 아무렴..... 그렇게 난 또 다음 번에도 그 어디든 로펀을 향해서 달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