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배인혁님 응원합니다!>

배인혁 님과의 열두 번째 만남: <최악의 커플>: 상상마당: 19.03.02

묭롶 2019. 3. 4. 21:35

  배인혁님이 우주히피님을 알게 된 건 몇 년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두 분을 언뜻 보기에는 감정표현에 솔직한

배인혁님과  말보다는 그저 빙긋이 웃고 마는 주피(우주히피)님은 정반대로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서로가 알고보니 놀랄 정도로 음악세계가 닮아 있었다는 배인혁님의 얘기처럼 주피님과의 교류를 통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음악적 영감을 얻게 되고 도움을 주고 받는 모습은 참으로 훈훈하다.  작년 4월 <최악의 커플> 첫 공연을 보러

갔을 때는 두 분의 음악에 큰 감동을 받았다.  야샤 하이패츠의 현란한 바이올린 고음 연주 같던 배인혁님의

음악세계와 파블로 카잘스의 첼로처럼 깊은 울림이 있는 주피님의 목소리를 한 무대에서 함께 듣는 즐거움이

컸다. 

 < 좋아요, 꾹>

 작년 <최악의 커플>에서 느꼈던 감동이 컸던 탓에 이제나 저제나 두 분 언제 공연하나 기다렸는데, 드디어

지난 3월 2일 <최악의 커플> 공연이 열렸다.  이 공연은 다른 공연과는 다르게 좌석을 랜덤으로 뽑아서 앉는데,

작년에 나는 맨 뒷줄 세 번째 자리를 뽑아서 이번엔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왠걸 내 똥손이 일열을 뽑은 것이었다.

문제는 내가 이날 들고간 렌즈가 망원이라서 앞좌석에서는 찍히질 않아서 다른 팬분과 자리를 바꿔 앉아야 했다는.

인생....... 내 맘대로 되는게 없다... 켁!

<안녕, 잘가>

  드디어 무대 가림막이 올라갔다.  무대 위에는 깜찍한 산타 망토를 두르고 머리에는 왕관을 쓴 배인혁님이 있었고,

그 옆에는 박스가 있었는데 주피님은 그 박스 안에서 짜잔하고 등장했다.  오프닝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공연 포스터처럼 박스가 하나 있고 그곳에서 짠하고 나타나면 좋겠다는 배인혁님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공연전날

새벽에 사장님은 박스를 주으러 돌아다녔다고 했다.  그런데 박스가 너무 작아서 주피님은 허리가 아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공연이 지연된건 주피님이 공연전에 배가 아파서 그랬다며 시작부터 국인형을 장난스럽게 몰아부치는

배인혁님었다.  주피님은 얼마전 <사적인 세계> 공연 때 기타를 빌려주려고 갔는데, 그 전날까지 공연중 우는 뮤지션은

별로라고 하던 인혁이가 공연중에 오열을 해서 순간 핸드폰을 들고 찍고 있었다는 얘길하자 배인혁님은 난처한지 괜히

딴 곳을 쳐다보며 말을 얼버무렸다.

  이날 첫 곡은 배인혁님의 <마멀레이드> 와 주피님의 <나와 있어줘요>를 합쳐서 편곡한 <마멀레이드와 있어줘요>

였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이 두곡의 느낌이 비슷한데 합쳐서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준비했는데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는 배인혁님의 얘기처럼 두 분이 함께 불러주니 노래가 달콤한 고구마로 만든 라떼처럼 감미로웠다.

  이후 서로 한 곡씩 돌아가면서 노래를 들려주었는데 배인혁님이 고음으로 소화해내는 발라드와 주피님이 나직하지만

묵직한 저음으로 들려주는 노래는 달콤한 후르츠 산도에 마시는 커피처럼 너무 잘어울렸다. 

  국인 형(주피님))이 사람들에게 너무 잘해줘서 자신이 찾아가면 매번 손수 원두를 갈아서 커피를 내려주고 다른

보컬이 놀러올 때면 의자도 빼서 권해준다며 자신이 지난 번 여행을 갈때도 경비와 홍삼을 챙겨준 좋은 형이라고

배인혁님은 얘길하고서도 그런데 국인 형이 사실은 그렇게 자기걸 다 주면서 아까워 한다며 사람들이 아까워 하면서

주는 나무라고 부른다고 짖굳은 농을 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윤딴딴하고 공연을 할 때 그렇게 자주 웃는 거 처음

봤다며 질투의 기색을 내비치는 배인혁님이었다.   인혁님의 말에 주피님은 그래도 인혁이를 만난 후 웃음이

많아졌다며 자신의 팬클럽인 주피터들도 그 부분을 인정한다고 얘기했다.

    <최악의 커플>은 보컬의 특성이 서로 다른 두 분의 무대를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지만 <톰과 제리>처럼

형에게 사근사근하게 굴다가도 이내 짖굳은 장난을 치는 동생과 그 동생을 코끼리가 재간을 부리는 고양이를

보듯이 너그럽게 웃어보이는 형을 보는 재미도 크다.  지난번 이지형님과 주피님 그리고 배인혁님 이렇게

세 명이 라디오에 출연했는데 배인혁님이 너무 얘길 많이 해서 주피님 분량을 빼았은 것 같다며 형.... 오늘은

얘기 좀 해봐요.  라고 말하자 수줍게 '그래'라고 답하는 주피님이었다. 

  그러면서 주피님은 작년에 배인혁님에게 자신이 쓴 소설 이야기를 했는데, 그걸 그날밤에 바로 곡으로 써가지고

온 걸 보고 놀랐다고 얘길했고 배인혁님은 <사적인 세계> 노래 가사 중 '꽁꽁 얼어붙은 장미가 가득한 나라'라는

부분을 주피님 소설에서 가져온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형에게서 영감을 받아서 쓴 곡이라 형을 드릴려고

했는데 안 받는다고 극구 사양을 하셨다고 얘기했다.  그러자 주피님은 '너가 한 번만 물어봤잖아'라고 말해서

다들 웃음이 터졌다.  배인혁님은 "형, 지난번에 정열이가 <아메리카노> 드린다고 했을 때도 거절했잖아요."

라고 말했고 주피님은 "그러게 그때 천 만원 주면 부르겠다고 했는데, 천 만원을 내가 주고 그 곡을 불렀어야 했다."

고 얘기해서 다들 한참을 웃었다. 

  이날 두 분 보컬님들과 친한 이지형님이 생일이었는데, 지형님이 주말엔 가족과 함께 하는 분이셔서 함께 하지

못했다며 생일 축하곡을 불렀다.  어디 멀리가신 분 아니라고 부연을 하면서 노래를 하는데, 지형님 사진이

흑백사진이어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무언가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다들 또 배꼽이 빠지게 웃어댔다.  문제는

축하 케이크를 받고 싶다는 팬에게 주기로 했는데 배인혁님이 물을 마시다가 흘려서 케익이 몽땅 젖어버렸다는.

그 난감한 표정은 또 어떡하면 좋은가요.

  이날 공연에는 특별 게스트가 두 분이 있었다.  데미안 라이스와 프레디 머큐리였는데, 영상에 맞춰서 주피님이

데미안 라이스의 <Volcano>를 불렀고 배인혁님이 <We are the Champions>를 불렀다.  아~~ 주피님의

통기타 연주는 최고였다.  거의 넋을 잃을 정도였다.  배인혁님은 <불후의 명곡>에서 우승 후 위아더 챔피언을

불러달라는 요청이 쇄도하는데 곡이 너무 고음이라서 힘이 든다며 노래 중간에 '허리야~~', '다같이'를 영어로

했어야 하는데 정신이 없어서 한국말로 해버렸다고 말했다.  주피님은 의상까지 영상과 똑같이 따라 했으면

큰일날 뻔 했다고 말했으니, 퀸 영상물 속 프레디 머큐리가 빤스만 입고 노래를 불렀다는............ㅋㅋㅋㅋ

   이날 공연에서 주피님은 자신의 소설 <우주히피>를 모티브로 쓴 곡 <우주히피>를 들려주었다.  길도 모르고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모르는 채 살아가는 지구별 여행자와 같은 고독한 우리 모두를 위로하는 메세지가 담긴

<우주히피>를 듣는 동안 나는 주피님의 음악의 선율을 타고 굉장히 많은 곳을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노래를

듣는 그순간 한 세기가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고 하면 과장이지만 그동안의 내 삶이 별똥별처럼 내 눈앞을 스쳐가는

것 같았다.  노래에 너무 심취해서 심지어는 노래가 끝이 났는데도 박수를 치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배인혁님은 이날 자신이 곡 <좋아요, 꾹>을 할 때 관객 한 분을 초청해서 함께 건반을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데

이날은 자원자가 있다고 관객분께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자원자가 누구일까 궁금해 하는 찰나,

주피님이 건반 앞에 앉은 배인혁님 옆자리에 앉아서 다들 또 웃음보가 터졌다.  배인혁님은 평소 관객분들이

건반 연주를 하면 떨려서 실수하고 그러셔서 본인이 실수해도 티가 나질 않는데, 주피님이 옆에서 워낙 연주를

잘맞춰주니 막상 본인이 떨린다고 말했다. 

  <좋아요, 꾹>에서 건반을 쳐준 주피님처럼 배인혁님은 주피님 노래할때 코러스를 넣어주고 싶었나보다.

공연시작하고 주피님 노래를 부를 때 화음을 넣는데 가사를 틀려서 주피님이 노래 중간에 웃음이 터져서 한참

애를 먹었다.  형이 웃는 모습에 무안했던지 그 다음 곡부터는 코러스 넣을 때 미리 핸드폰으로 가사를 검색해서

코러스를 넣는 배인혁님이었다.  이건 뭐 알콩달콩 사랑싸움도 아니고 이 두 분을 지켜보는 내내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하지만 두 분 멘트하면서 티격태격할 때는 웃다가도 막상 노래를 들을 때는 또 슬퍼서 가슴이 막 찢어질것 처럼

아팠다.  눈물이 글썽글썽해서 슬퍼하다가 멘트할 때는 앝핱핱핱 괴성지르며 웃다가 그야말로 공연내내 울다 웃다

웃다 울다를 반복했다.  인생사 생로병사 희노애락이라는데 공연 하나에 이렇게 순식간에 희비를 반복하다니

<최악의 커플>은 참 대단한 공연이다.  이날도 정말 순식간에 공연이 끝나버렸다.  아이고~ 이제 또 <최악의 커플>

언제 하나요.  또 별 수 없이 기다릴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