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배인혁님 응원합니다!>

가수 배인혁님과의 일곱 번째 만남(2018.06.09: <사적인 세계> : 폼텍웍스홀)

묭롶 2018. 6. 10. 17:36

  2018년 6월 9일은 내 생애 최고이자 단 한 명의 보컬인 배인혁님의 생일이다.  올해 초 달력을 받고 6월 9일이

토요일이란걸 확인한 순간부터 그날 공연을 하면 참으로 멋지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설마 설마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6월 배인혁님의 <사적인 세계> 6회 공연에 6월 9일 공연도 잡혀 있었다.  무려 세션도 게스트도

없이 혼자 공연을 한단다.  6월 8일 공연을 가기 전날 밤 너무 설레이고 흥분이 돼서 잠을 못 잤다.  물론 일부러 버스에서

체력을 충전하려고 평소 타던 기차 대신 버스를 탄 결과 락페 10시간 서서 뛰어도 될 정도의 체력을 확보했다.

  참으로 우리 보컬님은 언제 뵈어도 멋지고 예쁘시지만, 보는 것만으로 정신과 기억을 동시에 잃어버리는 나는 지난 난지

한강공원 그린플러그드 락페 때 내 온 몸이 화상에 가깝게 익어가는 줄도 모르게 타버려서 회사에서 "이 ~화상아!"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허물이 한 꺼풀 벗겨졌다.   실은 아름다운 나의 보컬님 앞에서 아직 회복되지

못해 벌건 나의 콧잔등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지만 생일 날 공연을 하는 보컬님을 뵌다는 기쁨에 나는 참으로 무모하게

맨 얼굴로 서울길을 상경했다.  물론 버스에서 잠도 쿨쿨 자고..............

 

  그렇게 알콜중독자처럼 벌건 콧잔등을 태연하게 전면배치한 나는 공연장에 도착했다.  나의 빛나는 티켓팅 실력 덕에

제일 뒷 줄의 마지막 자리는 아니고 바로 그 옆자리를 잡았다.  정말 존경한다.  나의 티켓팅 실력!!! 

공연장 폼텍웍스홀에 도착하니 생일을 맞은 보컬님이 준비해주신 장미를 한 송이씩 나눠준다.   우워워 감동이다.

꽃은 내가 드려야 하는데....... 영화도 언제나 19금을 보는 나는 취향대로 빨강 장미를 택했다.  집에 가져와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라고 말하면 알베르 카뮈가 질투하려나.  아무튼 좋아하는 로맹가리 칸에 그전에 받았던 연하장과 함께

보관했다.

  우워엇!!!  언제나 비주얼 최고에 옷 맵시 장난아닌 배인혁님이라 생일날 무슨 옷을 입고 오셨나 궁금했는데, 등장부터

심정지였다.  클래식한 드레스 셔츠라니......... 이건, 사랑을 위해 칼을 뽑아든 로미오의 복장인가요????? 잘생긴 성가대

오빠를 보는 듯한 후광이 내 눈을 멀게 했다.  (BGM:  나는 당신에게 그저 ♬ :개사 내버젼:  나는 당신에게 그저 콧잔등

벌건 오징언가 봐요~)  그래, 이분을 가까이서 보는 건 너무 치명적이므로 나는 맨 뒷자리를 잡은 내 자신을 다시 칭찬하기

시작했다. 

   이날 공연은 공연 전 인라에서 배인혁님이 얘기했던 것처럼 고정된 셋리가 있긴 했지만, 관객들이 원하는 곡을 불러주려고

많이 노력한 무대였다.  배인혁님은 매년 생일을 맞는게 너무 우울했는데, 이렇게 관객들과 함께 공연으로 생일을 함께 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주하는 세션이 없이 혼자 공연을 진행하려니 음이 비는 공간이 느껴진다며

그 부족함을 본인이 채우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공연 즐겁게 관람해달라고 부탁했다.  하긴 로맨틱펀치 공연 때는 목청껏

소리 지르지 않으면 묻혀버릴 정도로 일렉기타 두 대의 선율이 쩌렁쩌렁 했는데, 어쿠스틱 공연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혼자만의 공연을 관객 앞에 선 보이는 모습이 본인 스스로 많이 어색하기도 하고 부족함이 있을까 싶은 염려가 묻어 있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레이지님의 기타 패달보드를 스킵해와서 연결한 기타반주에 맞춰 불러주는 <파이트클럽>은 너무 신선하고

신이나서 나는 어쿠스틱임을 잊고 신이 나서  팔뚝질을 해가며 '파이트'를 외쳤고, 그랜드피아노 선율에 얹어진 보컬님의

음색이 너무 아름다워 여러 번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렇게 멋진 셔츠를 입고 그랜드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면 여럿 죽습니다.  막 눈앞에 장미 꽃잎이 흩날리고 여기가 공연장인지, 중세 시대 성인지 어디서 새와 사슴이

튀어나와 마구 뛰어 놀것 같은 환상 속에 나는 흩어지는 정신줄을 부여잡는데 안간힘을 써야 했다. 


  오랜만에 불러주는 <드라이브 미스티> 도 <굿모닝 블루>도 너무나 좋아서, 아 진짜 이분의 매력의 끝은 어디인가

이날도 참으로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려 했으나, 측정이 불가능하므로 이내 곧 포기하고 공연에 빠져 들었다.

너무 빠져 들어서 기억도 없고 셋리도 없다... 캬캬캬캬캬캬~~~~(가끔씩은 FM 클래식 라디오 전문 채널 진행자처럼

내게도 음악적 지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일 정도 들 때도 있지만, 공연만 보면 해석이고 뭣이고 그 무슨

개똥 같은 소린가, 그냥 좋으면 그만이지로 만사 OK가 된다는)

  물론 나는 배인혁님이 본인의 솔로 프로젝트 <사적인 세계> 공연을 통해 보여주는 다양한 시도들이 너무 좋다. 

드라마틱하게 뮤지컬적 요소를 보여줬던 <야미볼>도 좋고, 배인혁님의 음악세계를 진솔하게 보여주는 호소력 깊은

발라드곡들도 좋다.  특히 이날 연주세션 없이 기타와 그랜드피아노의 반주로만 진행된 공연에서는 배인혁님이

가진 보컬로서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 행복했다.   『칼의 노래』와 『남한산성』의 작가 김훈은 그의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에서 시간과 햇빛 그리고 바람의 삼투가 재료에 스며든 맛이 느껴지는 짠지와 나물에 대해 기록한 바

있다.  재료 본연의 태생적 맛과 향취에 스며든 시간의 맛이 느껴지는 오이 짠지를 씹으며 김훈은 그 무엇도 가미되지

않은 슴슴한 맛 속에서 재료에 스민 시간을 공감한다. 

  나는 작가 김훈 선생님처럼 일상의 무언가를 그렇게 깊게 느낄만한 내공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저 좋아하고 멋진

사람 앞에서 그냥 정신줄을 놓을 뿐이다.  바보처럼 내가 입을 벌리지 않도록 그저 내 입을 틀어막고 있으니, 내가 일열 무대

앞으로 진출하는 건 내가 생각해도 이래저래 민폐다.  그걸 보는 가수님은 무슨 죄란 말인가. 

다만 배인혁님의 생일을 맞아 지난 일년 동안의 시간이 공연을 보는 동안 여러 번 파노라마처럼 겹쳐져서 혼자 여러번 울컥

했을 뿐이다.  아마 가수님도 그랬었나보다.  <나는 당신에게 그저>를 부르다가 울컥해서 한참 동안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가수님을 보며 여기저기서 다들 통곡을 했더랬다. 

  아마도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된장에 묻어 둔 오이가 오이지가 되어 가는 과정과 같은지도 모른다.  오이지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그 기억을 함께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팬심인것 같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들을 때마다

그 신곡이 나왔을 때 다함께 거리 홍보를 했던 경험이 떠올라 울컥 하는 팬들도, 다른 곡들을 들으며 그 곡에 얽힌 추억에

기억을 소환하는 팬들도 그리고 나처럼 이날 공연을 보며 작년 힘든 시기를 혼자 견뎌낸 배인혁님을 떠올리며 울컥하는

팬도 모두의 기억이 하나로 모여 이뤄내는 결정체가 바로 배인혁 님의 공연 <사적인 세계>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언제나 그 새로운 기억들이 하나로 뭉쳐 매 공연 공연이 새롭고 또 특별한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나는 6월 진행되는 <사적인 세계> 6회 공연 중 두 번 밖에 갈 수 없지만, 배인혁님과 팬들이 만들어 가는 특별한

시간 <사적인 세계>는 내가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배인혁님의 신곡 <사적인 세계> 처럼 꽃을 피울 것이다.  배인혁님도

그리고 팬들도 꿈꾸는 걸 포기하지 않는 한 <사적인 세계>는 대한민국 방방곡곡 피어날 것이다.  그 앞으로의 이야기들을

나는 또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