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배인혁님 응원합니다!>

<가수 배인혁님과의 네번째 만남: 사적인 세계: 부산展: 2018.03.25: 해운대 문화회관>

묭롶 2018. 4. 2. 21:23

 봄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나무에 잎이 나고 꽁꽁 싸매어 있던 꽃봉오리가 한 겹 또 한 겹 펼쳐져

활짝 피기까지 그 개화를 지켜보는 마음은 애틋하면서도 한편으로 장한 기분이 든다. 

한 가수의 출발을 지켜보고 또 매달 공개되는 신곡 음원들과 횟수를 더해갈수록 풍성해지는 배인혁님의

공연을 지켜보는 내 마음이 아마 봄 꽃을 바라보는 마음과 같을 것이다. 

  배인혁님은 락밴드 로맨틱펀치의 보컬로서 또 밴드를 이끄는 형으로 살아오는 시간 동안,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음악을 추운 겨울 움을 틔우지 못하는 나무처럼 자신 안에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오랜 시간

담아왔던 것일까?  흡사 자신은 시 몇 수 지었다고 시인이라고 자부하는 당시 문학인들의 작품과

물건이 다르다며 자신의 작품 이천 점 중 <오감도> 연작용 시 삼십삼 수를 고르는데 진땀을 흘렸다고

말하는 李箱을 떠올리게 된다.   

  내 나이 마흔이 넘어 로맨틱펀치를 알게 되어 로펀의 과거는 알 수 없지만, 가수 배인혁님은

솔로 유닛 활동을 선언했던 순간부터 그의 첫 단독공연 <사적인 세계><사적인 세계 앙코르>,

그리고 <사적인 세계 부산>까지 함께 하고 있으니 그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 

  솔로 활동 후 대부분의 공연이 서울에 집중되었기에 광주에서 KTX로 두시간이면 도착하는 서울인지라

그 동안은 왕복이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 <사적인 세계 부산>은 사상 터미널에서도 지하철로 한 시간을

가야 하는 해운대 문화회관에서 열렸다.  공연장소가 어디든 어떻게든 가고야 말겠지만, 부산은 참 멀다. 

공연 끝나자마자 미친듯이 뛰어서 막차를 탔는데도 집에 오니 새벽!!! 곧바로 얼마 안 있어 씻고 출근했지만,  

힘든 줄 몰랐다. 

  3 24일 부산을 가는 날, 대한민국은 미세먼지로 뿌옇게 뒤덮였지만 정작 이날 도착한 부산은 봄볕이라기 엔

땀이 날 정도로 쾌청한 하늘에 햇빛이 내리 쪼이는 가운데, 간간이 부는 바람이 상쾌했다.  공연 전부터 괜히

봄 신학기 대학 캠퍼스에서 첫 미팅을 약속한 새내기처럼 마음이 설렜다.  벚꽃도 좋고 산수유도 좋지만,

역시 꽃놀이는 아름다운 가수님을 보는 공연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로가수 배인혁의 첫 공연 <사적인 세계> 공연 전 떨리는 새내기의 마음처럼 오늘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싶은 마음에 초조하고 떨리고 설레고 흥분되고 혼자 좌석에 앉아 원맨쇼로 영화를 열두어 편은 찍은

기분이 들 때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됐다.

 

  뭘 입어도 예쁠 테지만 얇은 검정색 드레스 셔츠에 발목이 살짝 짧은 바지, 건반을 연주하거나 기타를 연주할

때면 살짝 살짝 드러나는 발목은 정녕 등장부터 내 심장에 과부하를 걸었다.  쏟아지는 코피와 멀어져 가는

이성을 수습도 하기 전에 첫 곡이 연주되었다. 

 <그대와 All Night>

  ~그대와 All Night!  막차는 떠났어요.  오늘의 일은 내일로 미뤄둬요.

  그렇다.  그대가 있는데, 막차는 억지로라도 놓쳐야 하고 그 어떤 일도 그대 앞에 우선순위가 될 수 없음을

이 노래를 들으며 깨달았다.  이제 막차고 뭐고 오늘 이 공연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첫 곡을 듣는 순간

들었다.  너무 맛있어서 아껴먹지만 결국 어느 순간 사라져버릴 과자처럼 첫 곡부터 너무나 달콤해서 나는 이성을

나 대신 막차 태워 보내고 연신 히죽대는 바보가 되고 말았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328일 개봉한 모리미 도미히코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이 노래가 예고편에 삽입 돼서 개봉하면 영화를 꼭 보고 싶었지만 개봉관이 없어서 보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이날

 공연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이날 공연 때 가수님 연이은 스케줄로 체력 면에서 힘들었을 텐데도

 너무나 환하고 예쁘게 웃으며 노래 불러줘서 그 모습을 보는 행복감이 대단했다.  노래 후렴구 관객들이 얼마나 

 신나게 떼창을 했는지 관객들 떼창에 배인혁님이 행복하고 배인혁님이 행복해서 관객들이 더 행복한 사랑의  

 폭발적 연쇄반응이 이날 부산에서 펼쳐졌다.  이 사랑을 모아서 전지를 만든다면, 원전 몇 곳은 대신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긴이런 가수님이기에 사랑을 에너지로 변환시켜서 불을 밝히거나 밥을 할 수는 없지만,

 지구의 날(4 21일 마포아트센터)기념 83th로맨틱파티공연에 수익금 전부를 미세먼지 방지환경단체에 기부하는

 개념 찬 실천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딱 죽기 좋은 밤이네>

~널 보니 날 보는 것 같구나 애야!  나는 딱죽밤에서 이 부분이 참 좋다.  너와 나의 동병상련, 이심전심이

전해지는 것 같아서 들을 때마다 위로 받는 기분이 든다.  아마 듣는 사람들 대부분이 같은 생각인지 이 곡이

멜론 좋아요 꾹 천회가 넘었다고 가수님이 굉장히 좋아하셨다.

 

<아냐>, <나는 당신에게 그저>는 내게는 왠지 한 호흡으로 들리는 곡들이라 이 두 곡을 연이어 배치한

배인혁님의 선곡 센스에 다시금 감탄하게 된다.  공연의 첫 시작은 달콤하게 그리고 딱죽밤을 통해 관객의

손을 잡고 깊은 감동으로 빠져들 준비를 한 다음 처연하게 슬프지만 너무나 아름다워서 눈물 나는

<아냐>, <나는 당신에게 그저>를 들으면 눈 앞에 한 편의 드라마가 펼쳐짐을 느끼게 된다.  그냥 보고 듣는

음악 공연이 아니라 관객들 자신만의 기억을 소재로 펼쳐지는 드라마를 보여주는 배인혁님의 <사적인 세계>

회를 거듭할수록 내용면에서 풍부해지고 곡 간의 구성이 긴밀해짐을 확인할 수 있어 기뻤다. 

그냥 예상했던 대로 각본에 의해 반복되는 공연이 아닌 매 공연마다 기대를 상회하는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사적인 세계>는 공연 브랜드로 고정해서 진화를 거듭하며 더 커지는 확장을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특히 이날 나를 가장 크게 사로잡았던 건 배인혁님의 <사적인 세계>가 지닌 공연의 입체성이다. 

<키스해, My Love> <야미볼>을 부를 때 무대를 온통 누비며 온 몸을 바쳐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도

공연장을 폭발적으로 채우던 그의 보컬은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것 같았다.

가수의 공연을 앉아서 보지만, 단 한번의 공연에서 잘 짜여진 서사와 같은 셋리스트와 제각각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각각의 개성이 넘치는 곡들을 들으며 감동 받고, 가수가 온몸으로 표현해내는 뮤지컬을 보며

감탄하게 되고, 또 선물처럼 들려주는 신곡까지(My Bloody Song)……….

언제나 기대를 넘어서는 감동을 주는 공연이라는 수식어를 <사적인 세계> 앞에 붙이고 싶다.

   배인혁님은 부산展 공연이 음향도 좋고 관객 호응도 좋고 분위기도 너무 좋아서 곧 다시 <사적인 세계>로

 만나고 싶지만 이후 일정이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얘길했다.  이번에 들려준 신곡 My Bloody Song을

 다음 공연때 어떻게 다듬어서 들려줄지 또 다음 공연때는 어떤 신곡을 들려줄지 그의 다음 공연에서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까라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배인혁님의 공연 <사적인 세계>가 있어서 어쩌면

  나는 일년 내내 <신나는 세계>에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