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배인혁님 응원합니다!>

가수 배인혁님과의 여섯번째 만남: <최악의 커플> : 홍대 벨로주 : 2018.04.08

묭롶 2018. 4. 14. 15:34

 

  공연 티켓팅을 놓고 볼 때 나는 완전 똥손이다.  로맨틱펀치의 공연을 처음 보러 간 72회 로맨틱파티 때

내가 뽑은 자리는 268번이었으니, 거의 삼백 명 가량 들어가는 퀸 공연장을 놓고 볼 때 문 닫는 자리라고

볼 수 있겠다.  이후로도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그 은혜롭다는 일 열은 고사하고 가깝게 볼 수 있는 자리도

잡아보지 못했다. 

 

그렇게 티켓팅 못하는 나에게도 한 가닥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왔으니, 우주히피님과 배인혁님의

콜라보레이션 공연인 <최악의 커플>은 좌석추첨제로 공연을 진행한다는 내용의 공지사항이었다.

더불어 가수님들과 이름점도 쳐서 가장 낮게 나오는 사람은 가수님이 일대 일로 앞에 앉혀두고 노래도

불러준다니 나는 잠시 동안 행복한 상상을 해보며 혼자서 좋아 죽었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으니, 티켓팅 운 없는 사람은 뽑기 운도 없다는…………..

되돌이켜보니 지금까지 살면서 가위바위보로도 이겨본 적이 없었다.  결론, 이번에도 망했다.

2018 4 8 <최악의 커플> 공연을 보기 위해 홍대 벨로주에 갔다.  떨리는 마음으로

좌석을 뽑고는 공연스탭분께 , 몇 번이에요?” 라고 물었다.  내 질문에 내 좌석번호를 확인한 스탭은

푸핱(웃음을 찾지 못하고 터져 나온) 하고 웃었다.  제일 끝자리를 뽑았다. 

두둥 “105그래, 될 사람은 뒤로 자빠져도 뭐가 된다는데, <딱 죽기 좋은 밤이네> 가사처럼

‘~내 맘 알아 줄리 없지~들어 줄리 없지~생각대로 되어 줄리 없지였다. 

공연장에 입장해서 보니 무대로부터 정말 멀었다.  거기에 조명도 거의 없어서, 어둠을 옷처럼 입은

가수님의 빛나는 얼굴만 하염없이 바라볼 밖에………..  <나는 당신에게 그저> 노래 가사처럼,

하염없이 바라보네~~~~~~기약 없이 <딱죽밤>을 저 멀리 떨어진 뒷자리에서 하염없이 노래 부르며

공연시작을 기다렸다

<브람스와 요하임>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고 낮지만 울림이 큰 보컬을 지닌 우주히피님과 높은 하늘을 날면서 지저귀는

새소리처럼 경쾌한 고음이 주가 되는 배인혁님의 콜라보레이션을 보면서 나는 브람스의

<Brahms Double Concerto for Violin, Violoncello and Orchestra in A minor Op. 102> 이 떠올랐다. 

브람스가 요하임에게 화해를 위해 헌정한 이 곡처럼, 서로 노래를 주고 받고 함께 부르는 주피님과

배인혁님의 모습은 감동이었다. 

 

 

어두운 조명 속에서 주피님이 노래를 부를 때 배인혁님은 무대 아래로 내려와 뒤쪽에서 주피님이 노래하는

모습을 너무나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말로는 티격태격(주피님이 기타스트랩을 너무 짧게 맨다는 둥),

주피님이 노래를 너무 잘 불러서 긴장된다며 질 수 없으니 본인 마이크 볼륨을 올려달라고 얘기해 놓고는

뒤에서 그렇게나 감탄하며 주피님의 노래를 듣는 모습을 보면서 주피님과 배인혁님이 서로를 얼마나 배려하며

존중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배인혁님은 공연 중간에 우주히피님에게 자신의 첫 인상이 어땠는지를 물었다.  주피님은 첫 만남에서

10cm 권정열님과 배인혁님이 나누는 수 많은 대화 속에 본인은 얘길 꺼낼 수가 없었다고 답했고, 배인혁님은

다음 번 주피님을 만났을 때 조금은 친분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고 말하자 주피님이 말을 두 마디 밖에

안 나눴는데 어떻게 친해지냐고 얘길 해서 모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웃다가도 배인혁님은 진지하게

우주히피님을 만나고 집에 돌아가서 자신은 가제<사적인 세계>를 작곡했노라고 말해서 두 뮤지션이 서로에게

음악적 영감을 주는 뮤즈임을 알게 되었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에게 영감을 받는 이 아름다운 커플이

 콜라보레이션을 했으니 그 모습은 공연을 안 보신 분이라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주피님은 배인혁님이 자신을 찾아올 때마다 손수 원두를 갈아 드립 커피를 내려준다고 한다…….

커피 내리는 주피님께 축복을……)

 주피님은 공연 중 배인혁님을 고음가수라고 칭하며(배인혁님은 그 명칭 오랜만에 듣는다며 한참을 박장대소

했지만) 배인혁님처럼 밝고 경쾌하게 노래를 부르고 싶지만, 자신의 음악세계가 슬픈 노래가 많다면서, 여사친이

외롭다고 말했을 때 작곡한 노래를 들려주었다.  그런데 위로해주려고 쓴 노래가 슬퍼서 차마 전해주진 못했다고

얘기해주었다

드디어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 이름점이벤트가 시작됐다.  주피님, 배인혁님과 이름점 1%인 분들이 주인공이

되었는데(진심 부럽습니다.  하긴 난 당첨이 되었어도 그 곁에 앉기도 전에 눈 뜬 채로 기절했겠지만), 배인혁님은

피아노 의자에 그 주인공과 함께 앉아 노래를 불러주었고, 주피님도 1%의 주인공(제가 아는 언니.. 이날 주피님께

큰 위로와 감동을 선물로 받으셨답니다.)을 앞에 두고 기타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러주었다. 

 앞에서 주피님과 배인혁님의 공연이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협주곡과 같다고 얘길 했는데,

낮은 음으로 울리는 첼로와 같은 주피님의 음색과 경쾌하고 빠른 바이올린 같은 배인혁님의 공연은 첼로가 좋다.

바이올린이 좋다. 이런 으로 고를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그 악기 각각의 특색을 한 무대에서 듣고 보고 감상할 수

있어서 좋은 공연이었다.  파블로 카잘스가 연주하는 첼로처럼 낮고 묵직하게 깔리는 주피님의 목소리가 공연장에

온통 울려 퍼질 때의 큰 감동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배인혁님을 좋아해서 다니던 공연에서 알게 된

주피님이지만, 이렇게 넓고 아름다운 음악의 신세계를 만나게 해 준 계기를 만들어줘서 한편으론 배인혁님께

고마운 마음이 든. 

<왼쪽: 파블로 카잘스, 오른쪽: 야사 하이패츠>

주피님이 파블로 카잘스라면 배인혁님은 야사 하이패츠가 연주하는 바이올린처럼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동과 환희를 안겨준다.  낮은 음과 높은 음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영화 <왕의 남자>에서 휘몰이로 장구춤을

추는 공길처럼 아름다운 퍼포먼스를 안겨주다가도 정색을 하듯 감정을 잡아 불러주는 <나는 당신에게 그저>,

<아냐>, <내 곁에 머물러요> 등은 보컬리스트로서의 배인혁님의 강점을 강하게 드러낸다. 

 배인혁님의 솔로가수로서의 공연이 거듭될수록 그 공연을 통해 느껴지는 다양성과 가능성 그리고 앞으로의

확장성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기쁘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님이 정체된 반복이 아닌 그 음악세계가 계속해서 진화하고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으니,

앞으로의 내일을 계속 응원하고 또 지켜보는 마음이 참으로 뿌듯하다.   

<그대와 all night> 가사처럼 어쩌면 이렇게도 달콤한 건가요? 가 아니라 어쩌면 이렇게도 기억이 안 날까요?

후기이지만, 그날의 셋리스트를 기억해내려 애쓰기보다는 그날의 전체적인 느낌과 인상을 그려보고 싶다는

비겁한 변명을 해본다. 

결론은 주피님과 배인혁님의 멋진 <최악의 커플> 공연 또 해주세요!  다음 번엔 더 잘 기억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