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자료/이상연구

<실험과 해체> 李箱 작품의 원전原典에 관한 끈질긴 추적과 텍스트 확정과 관련된 치밀한 작업의 결과물을 보다.

묭롶 2018. 2. 18. 22:05

  「 왜 미쳤다고들 그리는지 대체 우리는 남보다 수십 년씩 떨어져도 마음놓고

지낼 작정이냐모르는 것은 내 재주도 모자랐겠지만 게을러 빠지게 놀고만

지내던 일도 좀 뉘우쳐보아야 아니 하느냐열아문 개쯤 써보고서 시 만들 줄

 

안다고 잔뜩 믿고 굴러다니는 패들과는 물건이 다르다

  2천 점에서 30점을 고르는 데 땀을 흘렸다.  31 32년 일에서 용대가리를

떡 꺼내어 놓고 하도들 야단에 배암꼬랑지커녕 쥐꼬랑지도 못달고 그만두니

서운하다  -李箱의 오감도 작가의 말

 

   그동안 이상연구와 관련된 저작을 읽으며 나는 李箱의 오감도 연재 중단의

관한 인용을 때마다 李箱이 오감도 연재를 위해 골라놓은 삼십 점의 작품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은 어디로 갔는지 소재가 너무 궁금했었다

 

  김주현교수의 『실험과 해체』를 읽고 나는 그동안의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을 있었다 책은 저자 자신이

전집의 서두에 "이제 이상에게서 벗어나리라" 썼을 정도로 전집의 완성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20여년의

연구) 치열하고 집요한 작업과정이 필요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이상의 작품은 저자의 말처럼 시대를 뛰어넘는 메타포적 성격을 지님으로써 다양한 방법으로의 접근가능성과

무궁무진한 해석의 가능성을 지닌 해解와 같다그런 이유로 이상의 작품은 아직까지도 대부분이 개척되지

않은 미지未知로 남아 각분야 연구자들의 도전 욕구를 불태우게 한다아직까지 풀지 못한 수학공식을 풀어내고

말겠다는 도전욕과 풀리지 않는 부분을 풀기 위해 대입되는 무수한 시도들은 비전문가인 나에게는 흥미진진한

추리소설과도 같은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실험과 해체』에는 그동안 이상연구의 과정과 이상의 미발표 유고에 대한 추적, 그리고 이상연구의 텍스트 확정에

대한 그간 연구의 문제점과 각종 오식의 사례 명기와 이상문학의 주석학의 필요성과 한계를 지적하며 앞으로의 연구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에 대한 모색이 담겨있다이상연구에 평생을 바치는 전문가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인간 이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에 관한 저작을 살피는 나의 입장에서는 김주현교수의 필생의 공력이 담긴 전집이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하기만 하다 치열한 추적과 연구의 결과를 읽는 것만으로도 나는 그저 흡족하다다만,

이상의 일문 저작 원전에 관한 나의 무지(일어 지식 전혀 없음) 텍스트 확정과 관련된 오식 사례에 관한 부분은

지식이 닿지 않는 부분이라 대부분 이해할 없었지만, 유고의 행방에 관한 추적과 체계적으로 정리된 이상연구의

여러 사례와 방향성, 그리고 시기별 특징들은 너무나 흥미진진했다.

 

  「김해경은 아호와 필명을 함께 쓸 수 있게 호의 첫 자는

흔한 성씨姓氏를 따오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기발한 생각이라고 구본웅이 동의했더니 사생상이 나무로 만들어진 상자니

나무목木자가 들어간 성씨 중에서 찾자고 했다

~김해경은 그중에서 다양성과 함축성을 지닌 것이 이씨와 상자를 합친

'李箱이상'이라며 탄성을 질렀다

구본웅도 김해경의 이미지에 딱 맞으면서도 묘한 여운을 남기는

아호의 발견에 감탄했다.

구광모, <'友人像'과 女人像'-구본웅, 이상, 나혜석의 우정과 예술> <<신동아>> 2002 11, 640~641

 

 먼저  『실험과 해체』는 이상이라는 아호가 어떻게 지어졌는지에 대한 추적으로 시작한다그리고 이상과 같은

경성고공 동문인 문종혁의 증언을 통해 이상이 「이미 18살에 시 창작에 열을 올렸으며, 그래서 "1인치가 넘는

두꺼운 무괘지 노우트에는 바늘끝 같은 날카로운 만년필촉으로 쓰인 시들이 활자 같은 正字로 빼곡 들어차 있었다"

(<<그리운 그 이름, 이상>>, <<문학사상>> 1974 4, 131) 인용함으로써 오감도 연재 중단의 변에 나오는

 2천점이 실제임을 짐작케 한다

 

「오빠가 돌아가신 후 姙이 언니는 오빠가 살던 방에서

藏書와 原稿뭉치, 그리고 그림 등을

손수레로 하나 가득 싣고 나갔다는데 그 행방이 아직도 묘연하며」

  김옥희, <오빠 이상>, <<신동아>>, 1964 12, 319

 

  그렇다면 학창시절부터 무괘지에 빼곡하게 써온 이상의 미발표 유고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이상의 사후

이상유고의 행방을 추적한 임종국에 의하면 미발표 유고는 이상의 처남 변동욱이 변동림을 통해 전달받았고

변동욱이 6.25동란 기간 소재가 불명이 되어 유고도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이상의 동생인 옥희와 친구였던

문종혁의 진술, 그리고 이상의 저작물이 "10 권의 대학 노트" 이른다는 임종국의 진술을 종합해  현재

발표된 이상의 작품은 전체 유고의 100분의 1 해당된다이를 따져볼 , 이상의 <오감도 작가의 >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체작품은 2천여수에 달하며 원고 매수도 4 가량으로 짐작해보게 된다

 

  유고 노트가 발견된 곳은 가구상을 하는 김종선의 집이었으며,

김종선의 맏형이 '어느 고서점'에서 휴지로 얻어 것이라 했다

유고의 전달 과정을 살펴보면,

어느 고서점->김종선의 ->이연복->조연현이 된다

~한편으론 대단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없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찍  발견되었다면 10분의 2, 10분의 3.......10분의 10 되어

남아 있는 원고의 2, 3........10배를 있었을 터인데......

~노트는 이상->변동림->변동욱->?->고서점->김종선->이연복->조연현으로 흘러간 것이다p82

 

  1960년에 이르러 변동욱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고 노트의 일부가 발견되었다.   정말로 휴지로

사용되다 남겨진 유고를 받아든 조연현의 참담함이 그리고 나머지라도 발견된 것에 다행스러워하는 한편

아쉬움을 금치 못하는 저자의 심경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하다이때 발견된 유고 이후 현재까지 이상의 나머지

작품은 소재를 찾을 길이 없지만 저자는 유고에 대한 추적을 포기해선 안된다며 이상연구에 있어서 원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상 문학에 대한 전반적인 주석은

이어령의 전집을 시원으로 잡아야 것이다.

이어령은 임종국의 전집을 수용하면서도 차별점을 두어

새로운 전집을 발간하려고 했다.

~그는 주석의 상당 부분을 원전 확정에 할애하고 있다

~그는 객관적 정보 전달에 치중했고,

주관적 해석은 이상 연구론에서 따로 제시하려고 했다.p212~213

 

「갑인출판사판과 소명출판의 정본이 객관적 정보에 치중했다면

문학사상과 뿔은 주관적 해석에 치중했다. p223

 

「필자는 정본 전집을 발간한 " 전체를 다시 검토할 기회를 마련했으며,

이전의 단견과 이상한 것들을 많이 불식시"키고자 증보판 전집을 마련하였다p225

 

 저자는 <이상 문학의 주석학> 편에 그간 이상문학 연구의 과정과 성과와 한계점을 기록하며 이번 전집의 증보판

발간의 이유를 인용부분을 통해 밝힌다.   

 

  2부의 <분석과 해석>부분에서는 이상의 개별 작품에 대한 분석을 통해 내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해석을 발견할 있었다『날개』에서 사용된 삽화와 아포리즘에서 짐작하게 되는 이상의 다양한 소설적 시도

(텍스트 속에 삽화를 배치함으로써 텍스트를 시각적으로 구조화 시키는 의도와 서두의 아포리즘을 통한 수사학

시도) 발견하게 된다그리고 외출과 귀가의 반복구조를 통해 반복이 이뤄내는 상승과 발전의 양상을 통해

이뤄지는 소설적 절정은 이상의 저작활동이 치밀하게 의도적인 배치와 신중한 언어선택 그리고 다양한 수사학적

시도의 총합으로 이루어졌음을 짐작하게 한다.

 

  모사의 특기는 과연 천재였다.  

추사의 선면을 삽시간에 진필과 구별하지 못하도록 내었고,

희룽 삼아 그린 10 지폐가 서너 거리에서는

쉽사리 진짜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모델 없이는 얼굴 하나, 하나도 그리지 못했다

김소운, <李箱異常>, <<하늘 끝에 살아도>>, 동화출판공사, 1968, 291~292

 

~그렇다면 이상에게 자신과 동생을 모델로 그림을 그리거나

자신과 아내들을 모델로 소설화하는 것은 같은 미메시스의 영역이 된다.

그에게는 자체가 하나의 재현 대상으로 자리했던 것이다. p296

 

  위의 인용을 통해 나는 이상이 세상은 도서관이라는 보르헤스 식의 사상을 지니고 있었던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무리한 상상일 있지만 이상은 자신의 삶을 권의 책으로 인식했던 것은 아닐까

앞으로의 삶은 아직 읽지 못한 페이지이며 과거의 삶은 그의 시와 소설을 통해 기록되어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반추했던 것은 아닐까 짐작해본다.

  자신의 앞으로의 삶을 설계하기 위한 설계도로써 그의 시와 소설이 쓰였다고 가정해본다면, 어쩌면 실제

삶에서는 시도해볼 없는 작품 여러가지 다양한 시도 속에서 답을 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이상에게 권태는 자의식의 과잉을 낳고 자의식의 과잉은 글쓰기를 추동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호텍스트적 글쓰기가 진행된다

이것은 바로 글쓰기 자체를 놀이화하는 메타언어적 글쓰기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측면을 충분히 검토할 ,

이상의 글쓰기 본질이 더욱 확인히 드러날 것이다.p394

 

  그러한 시도의 방법으로 이상문학 작품에 드러나는 다른 작가의 텍스트와의 상호텍스트적 관계를

살펴볼 있겠다이상의 처녀작인 12 12일』은 괴테의 작품과 관련이 있으며, 이상의 작품 <황의 >

계열의 시에 등장하는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메피스토펠레스(삽살개) 관련되어 있다

  저자는 메피스토펠레스가 이상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 통해 어떻게 형상화되는지에 주목함으로써

이상 작품의 해석에 있어 선행 텍스트와의 관련성을 통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그의 시는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 그의 작품으로,

그의 소설에서 시로, 시에서 다른 시로

전환되는가 하면, 심지어 작품 안에서도 전반부가 후반부로 변형된다.

그는 작가와 작가, 작품과 작품이라는 거시적인 차원에서 패러디, 인유 등의

상호텍스트적 글쓰기 뿐만 아니라 작품 안에서 번형하는

미시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글쓰기를 감행하였던 것이다.p396

   앞에 언급된 『날개』의 삽화와 아포리즘의 배치를 통해 나는 이상이 자신의 작품을 단순한 텍스트를

뛰어 넘는 단위의 유닛(메타포)으로써 구조적으로 배치 활용하고 있음을 확인 있었다

  저자인 김주현교수도 이상 작품이 지닌 메타텍스트성에 주목한 것으로 보여진다그는 이러한 방법론이

가장 드러난 작품인 <최저낙원> 전문을 4개의 부분으로 구분하여 인용함으로써 이를 1.2.3.4=1.2.1'.2'

형태로 반복과 변형 확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상의 다양한 언어는 메타언어의 형성으로 이어진다

메타언어야말로 번역의 다른 양상이 아니겠는가.

그것은 모방이면서 창조이기 때문이다이상은 다른 텍스트의

언어를 빌려 새로운 텍스트를 만들어 낸다

기성의 언어, 다시 말해 이미 만들어진 언어를 작품 속에 끌어온 것이다.

이상의 텍스트는 다른 텍스트의 언어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더욱 다양화된다.p441

 

  또한 이상의 시편에 인용된 각종 고사(논어, 장자 ) 들어 이상의 작품이 지닌 다양한 확장성의 기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밝히고 있다.  (: 장자의 산목편에 나오는 고사를 인용한 일문시 <이십이년> 한글시 < 5>)

이상은 순간 포착되는 시각을 시로 표현함에 있어 각종 기능어, 구조어, 신조어, 외래어 등을 활용함으로써

작품에 메타포적 성격과 확장 가능성을 부여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저자는 이상의 초기 연구가 이상의 일문 저작에 대한 번역의 오류로 인해 의미와 해석에 오류가 많은 점을

지적하며, 이상의 원전 연구에 있어서 번역가와 연구자의 협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또한 그는 그동안의 이상연구의

성과물들이 데이터베이스화 되지 못해서 발생하는 중복 연구의 문제와 발표되는 논문의 수에 못미치는

논문의 수준에 대한 문제제기와 더불어 이상연구가 연구가들간의 협업을 통해 이뤄져야한다는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