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펀치에 빠지다>

로맨틱펀치와의 스물여덟번째 만남: Smile, Love, Weekend (난지한강공원:17.06.18)

묭롶 2017. 6. 18. 22:44

  로맨틱펀치에 입덕하기 전에 저는 클래식을 들었어요.  가사가 없다는 점이 제가 클래식을 택한 가장 큰 이유였지요.

하루종일 너무나 많은 말을 들으며 지내야 하는 직업 특성상 퇴근 후에까지 말을 듣고 싶진 않았어요.  클래식은 제게

시끄러운 현실을 잠재우는 저의 도피처였죠. 

  그래서인지 상당히 오랜시간을 들어왔지만 아는 곡이라곤 손에 꼽을 정도였어요.  좋아하면 알고 싶어지는 건데,

전 음악을 감상하기보다는 제 시끄러운 정신을 환기하는 도구로 사용했기 때문에 제 마음엔 음악이 머무를 공간이 없었나봐요.

  그런데 그런 제가 로맨틱펀치를 만나 바뀐 점이 있다면 로펀의 음악을 들으며 웃는다는 점이죠.  블루투스 스피커를

머리에 쓰고 저보다 빨리 가는 사람을 기어이 따라잡아야 성에 차던 제가 그냥 실없이 웃고 있는걸 제 자신이

발견했을때의 충격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신기했어요.  이 로맨틱펀치라는 밴드의 정체가 궁금했죠.

그들의 어떠한 면이 나를 웃게 하는지 그들의 음악이 나에게 주는 즐거움의 정체가 뭔지 알수 없었고, 실은 지금도 알지 못해요. 

아무래도 다시 사랑을 하는 것과같은 기분인 것 같아요.  아무것도 웃을 일이 없는데 그냥 실실 웃음이 나고 막 어딘가가

간지러운 기분 아마 딱 그 표현이 맞을 거에요.

  로펀을 처음 만난 작년 9월 4일이 제 첫번째 락페였지만 제가 스스로 참여한 락페는 smile, Love, Weekend가

처음이었기에 기대가 컸어요.  어떻게든 펜스를 잡겠다는 각오로 그전날 거의 날을 새고도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새벽

기차를 타고 한강 난지공원으로 향했죠.


  매번 로펀 공연있을때마다 늦게 와서 공연 보자마자 막차 시간에 쫓겨 다급히 귀가깃을 서둘렀던 저는 오랜만에

여유롭게 공연전 시간을 즐겼어요.  로맨틱펀치의 새로운 락페용 깃발이 설치되어 펄럭이는 모습도 가슴 뿌듯하게 지켜보고

언니들이 정성스레 준비해오신 도시락도 맛있게 먹었죠.  우리 보컬님이 좋아하셔서 다시 동기부여가 된 李箱 논문도 몇줄

읽으며 공연전 시간을 만끽한 후 오후 2시부터 시작되는 공연에 펜스를 잡았죠.

  이날 메인 스테이지는 Smile 쪽에서 진행되서 로펀이 출연하는 Love스테이지는 제겐 생소한 밴드들이었어요.  그래도

로펀을 일열에서 찍겠다는 각오로 낮 두시부터 로펀 출연하는 저녁 8시까지 땡볕에 서있었어요.

   핸드폰으로 폭염주의 문자가 올 정도로 뜨거운 태양 아래 전 새까맣게 타버렸죠. 속으로 내심 로맨틱펀치가 그래도 락페 인

지도가 있는데 왜 하필 무대도 작고 관객도 적은 Love스테이지에서 공연을 진행하는지 이해가 안됐어요. 

  로펀 순서가 되서 스텝이 무대에 건반과 의자를 셋팅하는걸 보고 으잉? 이게 뭐지란 생각이 들었어요. 잠시후 안경도 못쓰고

시커먼 마스크를 쓴 트리키와 여전히 발목이 불편한 콘치님이 무대에 올랐죠. 알고보니 트리키님은 코에 부상을 입었고 콘치님은

다리가 불편해서 스텐딩 공연이 힘든 상황이었어요. 

   이날 밴혁님은 머리를 더 짧게 자르고 염색을 하고 옆이 시원하게 파져서 보기에 참 좋았던 나시티를 입었죠. 과거의 긴머리를

그리워하는 팬분들은 실망하셨겠지만 전 개인적으로 맘에 들었어요.  특히 옆이 푹 파인 나시티 가요.

  솔직히 카이스트와 광주 충장로 난장 공연때 일몰 후의 조명의 문제점을 경험한 뒤로 조명이 걱정이었는데, 역시 이날도 지속광이

없는 상태로 공연이 진행됐는데 메인 조명이 파랑에다가 스모그까지 쏘아대서 롤링스톤스의 악몽이 떠오르더군요. 아무리 미친듯이

설정을 변경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화면을 보며 락페라서 삼각대로 없이 캠코더만 가져온 저는 좌절을 몇곱절로 느끼고 또

느끼게 되었어요.  문제는 어쿠스틱 공연을 위해 설치된 키보드에 가린 콘치님과 재인님은 정말 하나도 보이질 않았고 트리키님은

드럼에 얼굴이 가린 상황이라 풀뷰는 이날도 포기해야했어요.  그럼에도 꾸역꾸역 찍은 제 영상은 유튜브 

 https://youtu.be/9J4nZSNfx7o에 있답니다.


  이날 공연 셋리스트에요.


1. 메이데이 메이데이

2. 눈치채 줄래요.

3.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4. 치명적치료

5. 안녕, 잘가!

6. 파이트클럽

7. 야미볼

8. 토요일 밤이 좋아

  시작은 '메이데이 메이데이' 였어요.  이 곡 후렴구에 관객분들이 따라하는 'All Things are Possible'이라는

가사가 있는데 올디사 파서블이라는 발음을 공연 처음 보시는 분이 '어딧어, 박서방'으로 들으셨다고 트위터에 올리셔서

정말 빵터지게 웃었어요.  그 글을 읽고나니 정말 그렇게 들려서 그 부분이 나올때마다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공연 시작 전에는 걱정이 많았어요.  보컬은 발치를 해서 컨디션이 좋지 않고, 콘치는 발목 부상에 트리키님까지 코가

부러졌으니 정상적으로 공연이 될 수 있을까 싶은 우려가 컸죠.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로맨틱펀치는 그런 변수에 강하고

지지 않는 밴드에요.  보컬 밴혁은 공연 중 멘트때 로펀이 락페를 출연하면 제약사항이 많다며, 무대에서 너무 뛰지

말아라, 공연 구조물에 올라가지 말라 등등 하지말라는게 많은데 오늘 너무 얌전히 공연한다고 말했죠. 

그러면서 트리키가 아파서 오늘은 트리키 대신 트리키가 세션으로 대신 왔다며 너스레를 떨었어요. 

  공연전 저의 걱정은 공연이 진행되가며 기우였음이 드러났죠.  아픈 멤버들의 몫을 채우기기라도 하듯 보컬 밴혁이

'치명적치료'를 정말 날아다니는 모기들도 꽂은 빨대를 빼는 것을 잊을 정도로 치명적으로 연주하며 불러줬고, 무대 끝에서

끝을 종횡무진 누비며 날아다녔죠.

회색을 사랑하는 레이지님도 이날은 유색셔츠를 입고 멋진 기타 솔로 연주해주셔서 황홀했는데, 자세히 보니 셔츠안에

회색티가 받쳐 입어서 회색덕후임을 다시금 인정하게 됐어요.

  다치고 아픈 멤버가 많아서 걱정도 많은 공연이었지만 또 그때문에 로펀의 빛나는 브로멘스를 볼 수 있어 기쁜 공연

이었어요.  '토요일 밤이 좋아' 콘치 기타 솔로때 발목부상으로 절뚝이는 콘치님 부축하는 밴혁님의 훈훈한 모습과 '눈치채

줄래요' 부를때 댄스를 추는 맏형 뒤에서 목청껏 코러스 부르던 콘치님, 그리고 그 아픈 몸으로 통증이 심할텐데도 멋진

드럼 솔로 보여준 트리키, 언제나 멋지고 간지 철철이지만 이날따라 더 의젓하게 멋졌던 레이지님과 베이스 열심히

쳐주신 재인님까지 로맨틱펀치는 어쩜 이다지도 멋질수가 있을까요.

  락페 특성상 셋리를 한달 전에 제출해야해서 신곡 '판타지익스프레스'는 들을 수 없었지만 평소 볼 수 없었던

건반치는 밴혁님을 볼 수 있었던 꿈만 같았던 공연은 뒤이은 공연 시간관계상 앵콜없이 마무리가 됐어요.

  제가 오랜시간 들었지만 제 생에 기억의 흔적도 남기지 못했던 클래식과 달리 제 생을 송두리째 흔들고도 아직까지

앞으로와 그 앞으로의 내일을 응원하게 만드는 어메이징 밴드 로맨틱펀치는 놀랍게도 매달 한곡씩 신곡을 발표하고 있어요.

3월에 'Zzz'가 4월에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가 5월에 '판타지 익스프레스'가 나왔고 6월 20일에'코스믹 자이브'가

음원이 공개되죠.  락이 대중문화의 주류에서 밀려난 음반업체의 현실에서 계속해서 매달 신곡을 내는 로맨틱펀치의

역량과 내공을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어디에 있을까요?  이들이 마음편히 음악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불과 일년 전까지만 해도 제 삶과 일도 관련이 없던 이런 일들을 고민하게 되다니 놀랍고 신기하지만 현재로선

로맨틱펀치가 흥하고 대박나길 응원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마음만으로 이룰 수 있는걸 아무것도 없다는 제 스스로의

깨달음처럼 저는 제몫의 한 걸음을 내딛으려 합니다.  음악에 대한 로펀의 열정과 로펀을 사랑하는 다수의 사람들의

행동이 모인다면 어제보다는 나은 내일이 올거라 믿습니다. 

로맨틱펀치!!! 새로나올 음원들도 흥해라!~~~대박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