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처음 로맨틱파티를 갔던 때가 떠올라요. 작년 10월 30일 퀸라이브홀에서 있었던 72th로맨틱파티였죠.
이때 저는 티켓팅이 뭔지도 몰랐어요. 그때는 그냥 로맨틱펀치를 본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그땐 혼자 서울을 그것도 가본적이 없는 곳을 대중교통으로 간다는 걱정도 혼자서 공연을 본다는 것에 대한 걱정도,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도 이걸 글로 적어 남겨야겠다는 그 모든 것은 일도 생각치 않았었죠.
그냥 무조건 그들을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였어요. 그렇게 무모하게 퀸라이브홀 문 닫는 자리인 268번으로 티켓팅
해서 들어갔죠. 지금 기준으로 봤을때는 어떻게 그 자리에서 볼 생각을 했을까? 하다못해 맨 뒤에서 찍을래도
좋은 자리는 못 잡을 번호인데 어떻게 그런자리를 잡아놓고 하루하루 손꼽아 로파를 기다렸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암튼. 첫 로파 이후로 시간이 흘러 저는 취겟팅이 무엇이고 양도가 뭔지도 알게됐지만 아직까진
한번도 제 손으로 100번 안쪽으로 잡아보지 못했어요. 원조 똥손임을 매번 실감했죠.
사실 저는 입덕 초기에는 배인혁 보컬을 감정적인 사람이라고 판단했어요. 그런데, 계속 지켜보면서 제가
오판을 했음을 알게 되었죠. 지켜보니 배보컬이 했던 말 중 그냥 장난처럼 지나가는 식으로 하는
말도 그냥 하는 말이 없더라구요. 2월 연덤공연때 배보컬이 다른 밴드들 봄노래 내는데, 우리는 "봄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로 곡이나 낼까?라고 지나가듯이 말했는데,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로 음반이 나와 깜짝
놀랐구요. 3월 경 공연때 음반을 매달 한곡씩 발매해서 8월경엔 시디를 발매하겠다고 했을때도 솔직히
반신반의했는데 벌써 3월에 "Zzz"가 4월에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가 5월에 "판타지 익스프레스"가
발매됐으니 이제 배보컬 얘기가 허투루 들리질 않는 거에요.
그런 배보컬이 4월 30일 연덤공연때 78th 로맨틱파티는 78회 기념으로 딱 78명만 초대하면 어떨까?란
얘길했을때 단 한번도 100번대 안쪽 티켓팅을 해본적 없는 저는 등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러면서도
5월 스케줄이 얼마나 빡빡한데 설마 단공을 잡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죠.
결론은 78th로맨틱파티가 공지되고 정말 티켓팅을 하는데 진짜 몇초만에 전좌석이 하얗게 눈썰매장이
되버린거에요. 전 뭐 잡는 자리마다 '이선좌(이미 선택한 좌석)'여서 티켓팅 실패했죠. 하지만 제 주변엔
금손님이 계셔서 금손님께서 제게 58번 자리를 선물해주셨어요. 제 손으로 기필코 티켓팅을 성공해보리라
다짐에 다짐을 거듭하고 그날은 손 떨릴까봐 술도 안마셨는데, 제 똥손에 대비책을 세운 제 자신이 참 대견
했죠.
그렇게 티켓팅부터 처절했던 78th 로맨틱파티가 2017.05.28 홍대 롤링스톤스 공연장에서 열렸답니다.
78th로파에 오는 금손님들이 과연 누구일까 궁금했는데, 가서 뵈니 대부분 어떻게든 꼭 오시고야말 분들이
계시더군요. 물론 저 포함해서요. 그렇게 반가운 로펀팬들은 모여 서로 금번 피켓팅의 모험담과 준비해오신
굿즈 나눔하며 공연을 기다렸어요.
사실 신촌 퀸라이브홀 공연장을 처음 갔을때의 문화충격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롤링스톤스 공연장은
협소하더군요. 빽빽하게 채우면 150명도 들어간다며 오늘은 78명 정도만 있으니 쾌적하게 공연할 수
있을거란 배보컬의 멘트가 무색하게 공연장은 공연 시작과 동시에 뜨거운 불가마 사우나로 변했죠.
두둥!!! 한증막 사우나 78th로파가 시작됐어요.
먼저 78th로파 셋리스트에요.
1. Right Now
2. 미드나잇 신데렐라
3. 몽유병
4. 파이트클럽
5. 치명적치료
6. 퍼플레인
7. 드라이브 미스티
8. 판타지익스프레스
9.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10. 굿모닝 블루
11. 눈치채줄래요
12. 사랑에 빠진 날
13. Zzz
14. Still Alive
15. 마멀레이드
16. 안녕 잘가
17. Appointment
18. 야미볼
19. 토요일밤이 좋아
20. 어메이징
이날도 저는 공연영상 FULL VER을 담아보겠다는 굳은 각오로 맨뒤에 자리를 잡았죠. 무대가 높지 않아서
시야가 좋지 않겠다는 걱정이 앞섰지만, 꾸역꾸역 어두운 실내에 맞춰 영상기를 셋팅했죠.
드디어 무대가림막이 올라가고 공연이 시작되면서.............으잉?????
설정값에 잡힌 모니터 화면에 멤버들 얼굴이 다 날아가고 곧 우주로 소환될 것 같은 괴기스런 화면이
뜨는거에요. 헉!!! 뜨앗!!! 눈이 튀어나올것 같더군요. 그때부터 약 칠분정도 미친듯이 설정값을 다시 전부
셋팅했어요. 결론부터 얘길하자면 롤링스톤스의 조명과 스모그는 캠코더 초보인 제게 넘사벽이었습니다.
치만 최선을 다한 제 영상은 유튜브 https://youtu.be/oRQjbGEEx9Q 에 있습니다.
공연초반 세곡 정도를 달리자 멤버들은 물론이고 관객들 대부분이 땀과 이산화탄소를 과다분출하여
실내는 물 없이 바짝 마른 한증막 사우나실 같아졌어요. 배보컬 공연전에 실내가 서늘해서 트리키님께
오늘은 땀 한방울 안흘리고 공연할 것 같다고 얘기했는데, 지금은 여름을 미리 체험하는 것 같다고 말했죠.
그러면서 락페 섭외가 된 달에는 일정관객수 이상으로 공연을 잡을 수 없는 제약사항이 있어서 78th로파가
소수인원만 티켓팅이 가능했다며 다음번 로파때는 79번째니까 밀도감 있게 79명만 티켓팅 하는건
어떻겠냐는 멘트를 해서 관객들의 아우성과 항의가 쏟아졌어요.
그러면서 배보컬, 오늘 오고 싶었는데 못 온 사람은 없지 않냐며, 오늘 오신 분들을 보니 꼭 오실분들이 오셨다며
지난번 큰 공연장에서 공연할때 빨리 매진이 안되서 맘고생을 했는데 이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말을
더해서 관객들 엄지 아래척하고 또 한바탕 술렁였지요. 그 모습을 본 배보컬, 티켓팅이 피켓팅이 되니
남자관객분들이 오시질 못한다며 오늘 오신 남자분들은 분명히 여자분들이 대신 티켓팅을 해줬을거란
얘길 했죠.
신곡 판타지익스프레스 부르고선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때보다 홍보를 못했다며, 실은 합주 맞춰볼
시간도 없었다며 판타지익스프레스는 콘치님이 전에 써둔 곡인데 좋아서 그전부터 앨범 작업을 하려고
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는 얘기도 했어요. 다음달에 나올 곡은 레이지님이 작업했는데 대중적이진
않지만 잘될거라고 말해서 콘치님이 우린 무조건 잘될거라고 맞장구도 쳤지요.
판타지익스프레스 홍보를 위한 방법으로 여러가지를 생각했는데, 멤버들 둘둘씩 짝을 이뤄 카트라이더
대항전을 해서 이긴 사람 소원들어주기를 한다거나 아니면 익스프레스라는 단어가 배달이란 뜻도
있으니 NO LOOK PASS(요즘 SNS에 김무성의원이 자신의 캐리어를 수행비서에서 절묘하게 전달한
패스가 화제임)처럼 뭔가를 컬링경기처럼 던져서 멀리던진 사람이 이기는 경기를 하든지 '판타지익스프레스'
홍보할 방법을 궁리중이란 말도 했지요.
더불어 담달에 나올 신곡을 포함해서 다섯곡을 엮어 시디를 발매할 계획이라며 신곡이 멜론차트
100위 안에 들면 자신은 수학여행도 안갈 정도로 캠핑을 싫어하지만 다함께 캠핑을 가자고 말했어요.
배보컬은 2002년도에 학교에서 가는 캠핑에 콘치님이 억지로 끌고가서 갔던 적이 있었다고 말하자
콘치님 그 당시에 강호동의 천생연분이 유행이어서 그때 '강호윤의 천생연분' 짝짓기 게임했는데
배보컬 제일 열심히 했다는 폭로를 해서 다함께 많이 웃었죠.
허언은 하지 않는 배보컬이기에 정말 캠핑을 가기 위해서라도 어떻게 무슨짓이든 해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로펀과 함께하는 캠핑 상상만으로도 흐뭇해요. 삼겹살 굽고 삼겹살을 넣은 김치찌개를 보글보글 끓여
두부 썰어 넣고 파 송송 썰어 넣어서 흰 쌀밥에 쌈을 싸고 국물을 후루룩, 호루룩 떠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누군가를 행복하고 기분좋게 만들 수 있다면 큰 선물과 같을텐데 로펀은 제게 너무 큰 행복이고
선물이네요.
잠시 로펀과 떠날 캠핑 생각에 '판타지익스프레스'를 타고 여행을 떠났던 나의 정신은 다시
영상을 찍어야한다는 사명감과 함께 스모그와 조명과의 사투로 이어졌답니다.
공연 중반부가 지나 배보컬의 상의가 땀으로 흠뻑 젖고, 관객들의 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듯한
환시가 보일때쯤 배보컬은 이렇게 힘든 공연은 처음이라고 말했어요. 공연하다가 관객석에 관객이
들고 있던 미니선풍기를 받아들고 그걸 옷 안으로 들이넣어 바람을 쐬기도 했는데 일도 시원하지 않다고
말해 다들 웃었죠. 이날 공연때 모니터가 보컬 머리 윗부분에 있었는데 배보컬 셋리가 위에 있으니
우러러보게 되서 대충 뭉개고 안할 수도 없으니 난처하다고 했죠.
실내가 찌는 듯한 열기와 습기가 가득해서 촬영을 위해 고정자세로 서 있는 저도 후끈거릴 지경인데
앞에서 공연하는 멤버들도 문제였지만 관객들 중에도 아픈 사람이 생길까봐 걱정이 됐어요.
나중엔 배보컬 너무 힘이 들어서 거의 천정 구조물에 팔을 얹고 상체를 지탱한채로 공연을 진행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관객들 앵콜 외치자 그걸 끝까지 해줘서 너무 감동이었어요. 사람이 너무 힘들면
화가 나고 욕이 나올텐데 그 힘든데 웃으면서 그 높은 고음을 소화해내는 배보컬 보면서 또 감탄했지요.
배보컬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도 웃는 모습으로 폭풍 드러밍하는 트리키님도 마이크가 본인 앞에
없어도 코러스 뿐만 아니라 노래 다 따라부르며 기타 퍼포먼스까지 해내는 콘치님도 막둥이지만 가장
멋진 기타연주로 카리스마 뽐내는 레이지님도 안경에 습기가 맺혀 뿌애질 정도로 베이스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유재인님 그 모두가 있어서 로맨틱펀치는 우주최강이죠.
마지막 곡을 부르고 무대가림막이 내려오자 관객들은 가림막을 손으로 추켜올리며 앵콜을 외쳤어요.
콘치님은 현재 78명이기 때문에 나 하나쯤이야 싶은 마음으로 앵콜을 외치지 않으면 이건 앵콜을
해달라는 건지 아닌지 알수가 없다고 말해서 다들 한목소리고 뜨겁게 앵콜을 외쳤죠.
콘치님 말을 듣고 밴혁님 레이지님 열심히 싸인해주기로 마음 먹었는데, 싸인해달라고 말을 해야지
그냥 옆에 서 있기만 하면 굉장히 난감하다며 떳떳하게 싸인요구하라고 말했죠. 싸인도 티켓값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본인은 짐 나르다가도 싸인해달라고 하면 네에~하고 달려간다고 얘기할때
너무 귀여웠어요. 그러면서 뒤이어 어떻게 하면 레이지님이 예뻐보일까 고민이라며 서양 예수님처럼
J.C로 바꿀까 생각중이라고 말하자 레이지님은 MB라고 놀리지나 말라고 해서 다들 폭소가 터졌어요.
앵콜하면서 밴혁님 마라톤주자도 결승전 통과 전에 잠시라도 쉬어버리면 다시 뛰지 못한다며 자신은
공연을 계속 하겠다고 굳은 의지를 밝혔지만, 앵콜을 하고 다시 앵콜을 외치는 관객들을 보면서 그럴리가
없다며 경악하는 모습도 보여줘서 안쓰럽기도 하고 그 귀여움에 예쁘기도 했지요.
공연 중간에 콘치님은 높은 단상 때문에 허리가 아프다는 밴혁님 말에 당장 기타를 내려놓고 조금
낮은 단상을 손수 들고와서 앞에 놓아주는 훈훈한 모습 보여줬어요. 밴혁님은 자신이 키가 180만 됐어도
노래를 안불렀을거라고 말했는데, 팬으로서는 지금 밴혁님의 신체 사이즈가 최적이고 최상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 예쁜 얼굴로 키까지 컸으면 노래는 안불렀을것 같고 그럼 제가 로펀을 못만났을테니까요.
공연 끝나고 멤버들 땀에 목욕한 모습으로 그 어느때보다 뜨겁게 관객들과 악수를 나눴어요. 지난달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배 걷기대회 했을때 배보컬 노래를 홍보하려는 팬들의 마음이 곧 자신들의
마음과 같다는 말을 한적이 있었죠. 이날 공연 함께한 우리는 이심전심을 경험했어요. 그 어느때보다
환경면에서 열악했지만 가슴이 뻐근할 정도로 차오르는 감동을 준 78th로파였어요. 매번 로펀 공연을
볼때마다 그들의 매력에 한층 더 빠져들게 되요.
보면볼수록 더 빠져드는 개미지옥 같은 로펀에 빠진 저는 꿀 속에 빠진 개미처럼 행복해요.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이 행복한 여행을 시작하게 해준 로맨틱펀치가 너무 고맙고, 그 여행길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 뻐근하게 기쁩니다. 제게 큰 행복 주는 로맨틱펀치!
이달에 나올 신곡도 차트순위 상위 랭킹 입성을 기원합니다.
흥해라~~~로펀!!! 대박나라~~~로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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