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펀치에 빠지다>

로맨틱펀치와의 스물네번째 만남 (JUSTROCK 홍대 롤링홀:17.05.03)

묭롶 2017. 5. 3. 23:30

 

  제가 11월초 캠코더를 구입한 후, 로펀공연을 뛰며 즐기는 건 포기를 해야했죠. 그러다 JUSTROCK은

촬영금지라는 얘길 듣고 오랜만에 짐도 없이 가뿐하게 서울길에 올랐어요.

   역시 촬영금지였던 1월 난장 창동공연때 저는 그동안 못논걸 몰아서 논 결과 미치광이로 공중파에

출연했죠.   이번 공연은 내가 미친듯이 놀아도 찍을 카메라도 없으니 더 신이 났어요.  물론 영상기를

가져와서 상황을 판단해볼 수는 있었지만 굳이 촬영금지를 들은 상황에서 혹여나 찍다가 우리 밴드에게

폐가 될까 싶어 아에 가져오질 않았지요.  저는 항상 우리밴드 욕먹지 않게 로맨틱펀치 앞 순서 공연팀들

무대에도 누구보다 더 열심히 호응하고 박수치고 있어요.  다들 뻔히 누구팬인지 아는데 밴드 욕먹일

일은 안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요. 

  매번 로펀공연 전날 과음으로 컨디션이 안좋았던 저는 역시 이날도 숙취에 쩔어 있었죠. 그 상태로

도착하자마자 배보컬님이 팬케이크를 드셨다는 식당 성지순례 다녀온 후, 언제나 반가운 로펀팬분들과

함께 홍대 롤링홀 공연장에 갔어요.  지난번 연덤공연때 연트럴파크에 사람이 많아 연덤을 오는게 힘들었다는

배보컬 얘기처럼 이날 햇빛 쨍쨍한 여름 날씨에 많은 인파와 꽃가루, 미세먼지가 범벅인 날이었지요.

  이날 팬들끼리는 로펀이 마지막 순서인 YB 전에 출연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는데 왠걸 정준영밴드

 다음 순서에 나와서 다들 놀랐어요. 다들 놀라서인지 배보컬은 나이순으로 출연해서 그렇다고 말했죠.

  저는 공연중 무대 가림막 뒤로 멤버들의 모습이 보이고 가림막이 올라갈때가 가장 좋아요.  공연에 대한 기대감으로

심장이 찢어질 것만 같은 순간이죠.

   배보컬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뮤비와 같은 흰셔츠에 검은바지 입고 나와서 등장부터 저는 코피 쏟았죠.

레이지님 반바지 입어서 예쁜 발목이 보였구요. 지금까지 제가 봐온 공연중 가장 가까운 자리 60번이었지만

앞에 키크신 분들이 계셔서 전 거의 파묻힌 상태라 시야도 확보 안된 구덩이 속에서 저는 미친듯이 공연 즐겼죠.

  분명히 공연전 문의시 촬영금지라고 했는데, 지난 신한FAN스퀘어 때처럼 적극적으로 저지하는 진행 요원도

없었고 공연전 주의도 없어서 여기저기서 DSLR 연사소리 촤라라락~ 한 50장 찍는듯한 소리가 여러번 났어요.

사실 이날 촬영이 공개적으로 허락됐다 하더라도 그동안 너무 놀고 싶었던 저는 못 찍은 것에 대해 후회는

없어요.  매번 모니터로 공연을 보다보니 미친듯이 같이 뛰는 마음과 다르게 혹시라도 화면 떨릴까봐 숨도

크게 못 쉬고 공연을 봐왔거든요. 

  안 찍길 잘한 공연이었어요.  어차피 시야 확보도 안되는데 음향으로라도 듣고 놀자 싶었죠.  블로그용으로

핸드폰 사진이라도 찍고 싶었지만 사람들에 가려 그나마 찍은 것도 다 엉망이에요.  지난번 공연때 배보컬님이

콜드플레이때 늑골 압박을 경험하셨다는데, 제가 이날 공연에서 몸싸움을 몸소 체험했네요.  첫 순서 정준영

밴드가 내려가자마자 제 앞에 있다 밴드 퇴근길 보겠다는 정준영밴드 팬분들이 빠진 자리를 맨 뒷자리부터

탐내서 앞으로 밀고 들어오신 분들이 다수 있어서 먼저 앞줄에서 자리하고 있던 관객들이 위험한 상황이

다수 발생했어요.  저는 아직 락페의 펜스 다툼을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아마 이런 상황이지 않을까 싶었죠.

물론 좋아하는 밴드 앞에서 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무작정 밀고 들어와서 앞서 있던 사람들이 휘청이고

밀침을 당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암튼. 제 앞에 관객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전 밀리지 않고

제 자리를 지켰답니다.

말 그대로 엄청났던 JUSTROCK 셋리스트에요.


  1. 몽유병

  2. 미드나잇 신데렐라

  3. 치명적 치료

  4.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5. 파이트클럽

  6. 토요일밤이 좋아

  JUSTROCK 공연 전날 인스타라이브에서 배보컬은 본인의 목 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했죠.  아픈 목으로

어떻게 공연을 소화할까 싶어 걱정이 많이 됐구요. 하지만 막상 공연 시작되자마자 고음으로 내지르고

무대 날아다니는 배보컬 보면서 정준영밴드때까지 제자리를 유지하며 공연 관람하던 관객들이 단체로

뛰어오르기 시작했죠.  배보컬이 뛰어오를때마다 다 같이 푸쳐핸섭(정준영 보컬이 푸쳐핸섭은=부처 핸섬:

부처님 잘생겼다 라는 재밌는 멘트를 했어요)해서 노래 따라부르고 미씬 군무 할때는 여기가 공연장이

아니라 광란의 도가니같단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어제와 같은 공연에서 멀쩡한 평정심을 유지한다는건

아마 부처님이라도 힘들 것 같아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부르기 전에 배보컬은 서브컬처가 인정받는 사회가 선진국이라며 우리나라도

인디와 언더 문화에 대한 관심과 수요의 확대가 늘어나야한다며 로맨틱펀치의 신곡을 센스있게 홍보했죠.

날은 화창하지만 이 음침한 곳에 들어와서 음악을 하는 본인들과 그 음악을 즐기는 관객들의 취향을

존중한다며 별빛 위를 걷는 기분으로 음정에 관계없이 따라 부르면 된다고 얘기했어요.  배보컬의 음정에

관계없이라는 격려에 힘입어 저는 있는 힘껏 저의 성량과 음역대의 최대치를 초과해가며 노래를 따라

불렀지요.  아마 제 주변에 계신 분들 동영상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을게 분명해요. 

  저뿐만 아니라 다들 '걸어요. 이 별빛 위를~~후렴구 신나게 따라 불렀고 관객을 공연의 한 부분으로 만드는

로맨틱펀치만의 장점은 발표된 신곡 Zzz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가 잘 드러내고 있지요.


이날 얼마나 흥이 났던지 콘치님이 기타를 들고 관객석 아래로 뛰어내려와서 한참을 퍼포먼스와 연주 보여줬을

정도였죠. 미씬 우린 미쳤어요가 무언지 보여주는 공연이었어요.  한곡 한곡 끝날때마다 관객들 미친듯이

환호했어요.  공연 중 배보컬은 5월 그린플러그드가 있어서 협상을 해봐야겠지만 로파 일정이 불투명하다며

만약 하게 된다면 딱 78명만 초대하는 작은 콘서트를 하겠다는 멘트를 해서 항상 200번대 넘는 티켓팅을

하는 저를 긴장시켰죠.  이날 로맨틱펀치 이후로도 게스트는 갤럭시 익스프레스, 디아블로, 크라잉넛(크라잉넛

공연때 공연장 뒤편에서 관객들이 기차놀이를 하듯 뱅뱅돌며 군무를 추는 장관이 벌어졌다는데, 먼저

나온 저는 인스타 영상으로만 확인했습니다), YB 등 쟁쟁했지만 언제나 막차 시간에 쫓기는 저는 이후

공연을 포기해야 해서 퇴근길이라도 볼까 싶어 기다렸는데 배보컬은 급하게 차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만 보고,

콘치님은 못 보고 레이지님과 재인님, 트리키님만 봤네요.

이동했던 배보컬은 나중에 다시 돌아와서 이날 공연 출연자 단체샷을 찍었기에 남아있는 팬분들은 배보컬과

셀카도 찍었더라구요.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앞으로 로맨틱펀치가 더 유명해져서 퇴근길이 허용되지 않더라도 저는 로펀이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

입덕 후 만난 횟수는 벌써 스물네번째지만 매 공연 끝나고 나면 정말로 공연을 본건지 현실감이 없어요.

묵직한 근육통만이 어제의 미친 기억을 떠올리게 할 뿐이죠.  그나마 5월 14일에 로펀이 광주MBC 난장팀이

주관하는 행사에 온다니 큰 위안이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