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펀치에 빠지다>

로맨틱펀치와의 스물두번째 만남(77th 로맨틱파티:17.04.22 웨스트브릿지)

묭롶 2017. 4. 25. 15:30


  지난 4월 22일 홍대 웨스트브릿지에서 77번째 로맨틱파티가 열렸어요.  77번째라는 숫자만큼이나

그 어느때보다 뜨겁고 감동적인 무대였죠.  물론 콘치님은 멘트로 77번째 로파를 맞이하여 특별한 것은

준비하지 않고 평소처럼 준비했다고 말했지만 이날 공연의 감동은 단언컨데 로파의 계보 중 레전드에

꼽힐 것 같아요.  먼저 이날의 셋리스트에요.  (똥손이 찍은 영상은 유튜브 https://youtu.be/fizU7NYqVWk 에

있어요.)


 77th로파 셋리스트


  1. 글램슬램
  2. 몽유병
  3. 미드나잇 신데렐라
  4. 파이트클럽
  5. 치명적 치료
  6. 이밤이 지나면
  7. I Belong To You
  8. 마멀레이드
  9. (신곡)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10. 눈치채줄래요
11. 메이데이 메이데이
12. 사랑에 빠진 날
13. Still Alive
14. 로맨틱4중창펀치( 안녕 잘가)
15. 로맨틱4중창펀치(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16. 로맨틱4중창펀치(Zzz)
17. 담배가게 아가씨
18. 야미볼
19. 토요일 밤이 좋아
20. 좋은 날이 올거야.


  로파를 시작할때 '글램슬램'은 언제나 정답이죠.  미칠듯한 기대감 속에 무대가림막이 올라갈때 '글램슬램' 전주가

흐르며 어두운 조명 아래 자욱한 스모그 사이로 아스라이 멤버를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 심장이 터질것만 같아요.

로파를 여러번 봐왔지만 '글램슬램'으로 시작하는 인트로는 언제나 시작부터 저를 죽입니다. 

  글램슬램으로 시작된 공연은 몽유병으로 고조되기 시작해서 미씬(미드나잇신데렐라)에 이르러서는 단체로 미치는

지경에 이르죠.  미씬 가사처럼 '우린 미쳤어요.'를 단체 군무와 폭발적인 관객반응으로 몸소 보여주는 단계에

이르게 되요.  이미 관객호응도가 최고조에 올랐기 때문에 그 다음곡 파이트클럽 '건배'부분에서는 관객들이

로펀멤버인것처럼 로펀과 함께 노래하고 그들의 공연에 저절로 반응하게 되지요.

  파이트클럽이 끝나고 배인혁보컬은 원래 공연전 뮤직비디오에서 신곡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가 나오면

모두 따라 부를줄 알았는데 아무도 안따라불렀다며 매주 만나고 매달 단공을 하다보니 가족같아져서

신비감이 없어졌다고 단공을 줄여야겠다고 말했죠.  그러면서 요즘 공기가 안좋아서 보컬들간에 단톡방에서

어디 이비인후과가 좋냐고 서로 얘길 한다며 보컬의 어려움을 콘치는 모른다고 콘치님에게 핀잔을 줬어요. 

그러자 콘치님은 자신은 정형외과에 다녀왔는데 환자가 많았다며 기타리스트가 팔을 다쳐서도 기타를 치는데

보컬은 그 어려움을 알기나 하냐고 바로 맞받아 응수를 했지요.  보컬과 콘치님간에 하는 티격태격 장난을

보는것도 공연의 큰 재미에요.

  배보컬은 지난 가평 공연갔을때 사람들이 특히 어르신들이 공연은 안보시고 콘치님 다친팔을 보면서 '아이구.

어떡하냐고, 팔을 다쳐서 저렇게 기타를 치네.'라고 얘기했다고 말했죠.  그러면서 사석에서 콘치님이

자기 팬이 많다고 자랑했다며 레이지는 그런걸 의식 안하는 줄 알았는데 신경을 많이 쓴다며 팬들이 레이지님도

챙겨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러자 레이지님은 공연 끝나면 트리키님과 같은 차로 이동하는데 트리키님 옆에는

팬들이 따라다니며 트리키님 연호하는데 자신은 찾는 팬이 없다고 말하자 배보컬이 그건 레이지가 공연 끝나고

싸인도 안해주고 곧바로 집으로 가버리기 때문이라고 말해서 레이지님이 앞으론 공연 끝나고 싸인과 인증 사진

잘 찍어주겠다고 약속을 했어요.(약속대로 레이지님 이날 공연 끝나고 최선을 다해서 인증과 싸인에 참여하셨죠.

물론 매번 표정은 다 똑같았지만요.ㅎ)

  배보컬은 뒤이어 자신은 티켓값에 싸인이랑 인증사진 값도 다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연장 와서

관객들이 자신의 다리를 만지는 것도 전부 티켓값에 포함된 샵 인클루시브이고 토밤 분수쇼때 관객들에게

떨어지는 물도 다 포함된거라고 장난스럽게 말했어요.  그러면서 팬들이 티켓값을 올리라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본인들은 지금도 맥스라고 생각한다며 사장님은 상황이 되면 가격을 올릴지 고민해보자고 말씀하셨

다고 말했죠.  본인들은 행사에서는 돈을 벌어오고 단공때 벌어온 돈을 쓰자고 생각하는데 요즘 대관비가

안나와서 문제라고 얘기해서 매달하는 로파가 얼마나 힘든 상황에서 진행되는지 짐작할 수 있었죠.

  이번 신곡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뮤직비디오도 감독님이 본인 퀄리티에 비하면 말도 안되는

가격에 뮤비를 찍어주셨다며 오늘 뮤비 감독과 주연배우들도 공연에 왔다면서, 지금 올라오면 로펀 멤버들이

덜 멋있게 보일수도 있어 공연 보는 재미가 떨어지니 본인들이 멋있게 공연을 한 후 앵콜 때쯤 무대에

모시겠다고 했어요. 공연 말미쯤에 뮤비 남주와 여주가 무대 올라왔는데 배보컬 허리가 아파서 구부리고 있어서

키가 작아보이는거지 절대 본인들이 작은키가 아니라고 얘기하는데 너무 귀여웠어요.

  이날 복면가왕 얘기를 안할 수가 없네요.  우린 그냥 왜 복가에 안나오는지 모르겠다고 쉽게 자주

얘기했는데, 실상은 엄청 오랜시간을 복가출연에 기울였데요.  오죽하면 배보컬은 자신이 퀸엔터의 명운을

짊어진 희생자 예수 그리스도가 된 심정이었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면서 배보컬은 레이지가 참

고맙다며 본인 복가 연습할때마다 와서 지켜봐주고 경연날은 커피 쿠폰까지 보내서 힘내라고 격려해줬다고

고마움을 표했죠. 

  배보컬 복가 준비 때문에 나머지 멤버들은 거의 일이 없었데요.  콘치님은 그동안 여행사진 올리고

트리키님은 아가를 돌봤다며 배보컬 '잘하는 짓이다'라는 생각 들었데요.  실상 매년 2월에 있었던 클럽투어도

복가 때문에 못한 거래요.  복가 준비할때 보컬지도를 퀸엔터 문식사장님이 직접 하셨데요.  알고보니

퀸엔터 문식사장님 김경호님 밴드에서 활동하던 보컬 출신이셨다니 그동안 제가 뵐때마다 평범한

분은 아니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마 사장님을 채운 롹 스피릿 때문이었나봐요.


  배보컬 겉보기에는 본인 하고 싶은건 다 하고 살것 같은데, 의외로 생각이 깊고 삶에 대한 설계가 뚜렷한 것

같아요.  지금 돌이켜보니 배보컬이 했던 말 중 그냥 했던 말이 없고 모두 의미가 있었다는...

이렇게 사색이 깊은 사람이 그렇게 오랜시간동안 복면가왕의 부담감을 가슴에 품었으니 그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어요. 

  77th로파에서도 배보컬은 웃으며 본인이 복가 3라운드에서 떨어지고 대기실로

돌아왔을때 사장님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며, 온몸에서 피가 다 빠져나간 표정이었다고 말했죠. 

  하지만 정작 사장님이 그런 표정을 지었을때 그런 마음을 표현조차 할 수 없었을 밴혁님의 마음은

얼마나 참담했을까요.  어디 한군데 말하지도 못하고 혼자 아팠을 그마음이 너무 아파서 전 뒤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그동안 혼자 앓았던 가슴앓이를 팬들에게 얘기해서일까요. 매번 로파때마다 고맙다는 말 자주하는

배보컬이지만 이날 공연때는 유독 많이했죠.  로파전 20일에 있었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배

걷기 대회때 사람들이 로파에 오신분들보다 더 많아서 놀랐다며 그 많은 사람들이 로펀을 위해 일면식

없는 사람들에게 로펀 노래 들어달라고 부탁하고, 심지어는 외국인에게도 메이 아이 헬프유라며 전단지

나눠주는데 배보컬은 웃을 수가 없었데요. 트위터에도 팬들이 힘을 합쳐서 실시간 트윗에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가 순위에 올랐다며 고마움을 표현했죠.

  배보컬 그날 굉장히 센티멘털했다고 와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를 전했죠.  배보컬 여러가지 감정이

북받쳐서 일까요. 사랑에 빠진 날 부를때 팬들이 손하트 보내고 모션할때

북받쳐서 울먹이는 배보컬을 보면서 너무 가슴 아팠어요.  실력있는 인디밴드의 보컬 자리가 이렇게나

무겁고 힘든 자리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로펀에게 복가 출연이 어떤 의미였을지 짐작이 되서

지금도 많이 안타까워요.  그래도 복가 보고 이번 로파 처음 왔다는 팬들이 다수 있어 반가웠어요.

  저는 이날 공연을 맨뒤에서 캠코더 모니터로 봤어요.  영상을 찍을때 되도록 멤버들 전체를 위주로

잡고 싶어서 로파 때면 항상 맨뒤로 가는데, 뒷자리라 관객호응도가 한눈에 보이지요.  77th로파는

관객호응도가 그 어느때보다 최고였어요.  로펀과 혼연일체되어 공연의 한부분처럼 보였죠. 

  저는 그 모습에 또 감동받고, 배보컬의 새로운 모습에 또 반하고, 다정스럽게 서로를 챙기는

멤버들의 모습에 가슴이 훈훈했어요.  어쩌면 매 공연 때마다 이토록 새로운 기쁨을 줄 수가 있을까요. 

아마도 이건 로맨틱펀치만이 갖는 큰 장점이겠지요. 

  복가는 생각할수록 안타깝지만 앞으로 나올 신곡들(갤럭시 익스프레스, 화성에서 만나요)도 열심히

응원할래요.

지난달에 발표된 Zzz도 이달에 발표된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도 곡이 너무 좋아서 홍보만 된다면

대박날 것 같아요. 우주최강마력밴드 로맨틱펀치, 흥해라~! 대박나라~! 


※ 이날 공연 중간에 배보컬이 기타 연주하는 레이지님을 번쩍 들어올려서 한참 동안 든채로 계셨는데

    우리 보컬님은 무슨 힘이 이렇게도 셀까요.  그 놀라운 점프력도 매번 놀랍지만 그 놀라운 힘이라니

    깜짝 놀랐어요.

※ 공연 중간에 배보컬이 2017 최고의 히트곡 굿모닝 블루를 들려주겠다고 말하고 곧바로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부르는 장난을 했죠.  세상 귀여워 죽음요.

※ 뮤비 주인공들 무대로 모신다고 하고선 트리키님이 유유히 손 흔들며 올라오셔서 다들 한참 웃었어요.

※ 로파에서 들려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더 달콤했고, 로맨틱4중창펀치가 들려준 '안녕 잘가'에서

     트리키님의 독창 부분 음색은 너무 예뻐서 눈과 귀에서 꿀 떨어지는 듯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