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펀치에 입덕 후 주변사람들이 저에게 가장 많이 한 질문은, "왜 로맨틱펀치 보컬은 복면가왕에 안나와?"
였어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기다리면 나와서 모두 깜짝 놀라게 될거라고 호언장담했지요. 마음속으로 빨리
복가 출연했음 좋겠다며 계속 기다렸어요. 4월 2일 복면가왕에 양치기소년이 나오자마자 여기저기서 전화가 왔어요.
지금 복가에 나오는 양치기소년이 네가 좋아하는 밴드 보컬 같다는 제보전화였죠. 막상 TV를 보지 않는 저는
마침 시어머님 생신 저녁을 먹던 중이라 방송을 보지 못했어요.
뒤늦게 방송을 보면서 눈물이 났어요. 이렇게 잘하는데 왜 이제야 복면가왕에 나왔을까! 이렇게 잘하는 사람이
왜 그리 대중에 더 많이 알려지지 못했을까! 공중파 화면으로 보니 이렇게 더 멋진데 왜 공중파에 자주 나오지
못할까! 마음이 너무 아프기도 하고 너무 대견하기도 해서 돌심장인 제가 울컥울컥 눈물이 나오더군요.
물론 가왕이 되진 못했지만 대중에게 로맨틱펀치가 얼마나 실력있고 멋진 밴드인지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으니
이번을 도움닫기로 로맨틱펀치 앞으로 대박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2017.04.08 대전 KAIST에서 KAMF 2017이 열렸어요. 8일 공연보러가면서 이미 양치기소년이 누군지
알고 있었지만 9일 방영예정인 복면가왕 방송전이라 내색은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배인혁보컬을 어떻게 봐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왠지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라는 걸 알아버린 이발사의 심정같았죠. 동네방네 확성기로
미친 고음에 끝내주는 가창력을 지닌 양치기소년이 배인혁보컬이라고 광고라도 하고 싶었어요. 실은 회사에서 우리
직원들에게 양치기소년이 내가 좋아하는 밴드 보컬이라고 진짜 노래 잘하지 않냐고 말했더니 다들 하현우가
다시 나온줄 알았데요. 시어머니께도 어머니 며느리가 반할만하지 않냐고 친정엄마께도 우리보컬 최고지
않냐고 난리를 쳤죠. 우리 보컬 자랑하면서 덩달아 제 어깨도 으쓱해서 이것 보라고, 내가 좋아하는 밴드
보컬이 얼마나 최고고 얼마나 멋진지 다들 보시라고, 지금 나의 상태는 당연한 거라고 당당하게 말했어요.
8일 공연보러 가는길 집안일을 미친듯이 해놓고 가왕님 뵈러 다녀오겠다고 말한 후 대전으로 출발했지요.
차가 어마어마하게 밀리더군요. 미친 초보운전으로 지그재그로 몰아서 유성IC까지 한시간 반만에 주파했는데
유성IC에서 공연장까지 한시간이 걸렸어요. 3킬로 거리를 사십분 넘게 가다서다 하는데 만개한 벚꽃이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려 꽃비가 내리더군요. 너무 아름다웠지만 로펀보러 가는길 마음이 급한 저는 똥줄이
타더군요.
우여곡절 끝에 대충 차를 던지듯이 버리고 공연장으로 가니 벌써 펜스쪽 일열은 자리가 없어요. 그와중에
언제나 반가운 로펀팬분들 만나 인사 나눴죠. 모두 복면가왕 얘기하며 자긍심에 어깨가 으쓱해선 흥분을
감추지 못했어요. 이날도 저는 우주최강마력밴드 로펀 찍어보겠다고 그나마 남아있는 오른쪽 사이드 뷰를
잡고 대기했는데, 하필 저무는 해가 제 캠코더에 제대로 내리꽂히는 역광이어서 시작부터 개망이 예상됐어요.
(개망한 영상은 유튜브 https://youtu.be/OFufVya4_Qg 에 있어요.)
매번 공연 올때마다 이번에는 잘 찍어야지 라는 큰 포부를 품어보는데 항상 상황이 허락지를 않네요.
물론 제가 재능이 없는게 가장 큰 이유지만요. 그래도 무식해서 포기가 없는 저는 시시각각 저물어 광도가
변하는 저무는 해에 맞서 촬영을 했어요. (이날 배보컬님이 왼쪽 콘치님 쪽에 있는 비중이 커서 오른쪽
사이드를 잡은 저는 부득이 레이지님과 트리키님을 거의 담을 수가 없어서 너무 슬펐어요.)
KAMF2017에서 로맨틱펀치는 언제나 최고지만 그중에서도 더 최고의 무대를 보여줬어요.
이날 셋리스트에요.
1. 몽유병
2. 미드나잇 신데렐라
3. 파이트클럽
4. Zzz
5. 굿모닝블루
6. 얀녕, 잘가
7. 야미볼
8. 토요일 밤이 좋아
9. 일탈
KAMF2017 첫번째 라인업으로 녹스가 출연했고 로맨틱펀치는 두번째 순서였어요. 공연을 보는 관객들중 다수가
배인혁보컬이 복가 양치기소년이란 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이라 모두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때보다 높았죠.
로펀 등장할때 환호성이 그전에 있었던 공연 때보다 월등히 컸어요. 배인혁보컬이 등장해서 몽유병 시작부문
전주때 미친 고음을 내지르기 시작하자 관객들의 흥분도는 공연시작부터 최고조였지요. 이날 배인혁보컬은 말 그대로
무대를 잡아먹었어요. 종횡무진 어찌나 누비는지 캠코더가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어요. 무대장치 위로 올라가서
관객들에게 손흔들고 무대 아래로 내려가 관객들 손잡아주고 날아다녔다는 표현이 정확할거에요. 이날 공연때
콘치님 기타 퍼포먼스도 최고였어요. 제가 부득이 오른쪽 사이드여서 콘치님과 배보컬님, 재인님 이렇게 세분이
함께 있는 장면이 많이 잡혔는데요. 똥손이 잡은 영상이지만 그들의 브로맨스가 보기에 훈훈했지요. 관객들 호응이
너무 뜨거워서 그대로 날을 샐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뒤 순서인 넬의 공연시간을 위해 아쉬운 앵콜곡 일탈을
마지막으로 이날 공연이 끝났어요.
공연중 배인혁보컬은 공연시작과 동시에 시야를 가린다는 이유로 내려졌던 팬깃발을 다시 들라고 말했어요.
본인이 모든 걸 책임지겠다고 어차피 뒷쪽 피크닉 존은 누워서 보는 곳이니 시야를 굳이 신경쓰지 않는다면서요.
그런데 내려졌다가 다시 올려진 깃발이 로맨틱펀치 깃발인걸 알아채고는 본인은 넬 깃발인줄 알았다며
시야가 방해되면 내려달라고 말했죠. 그러면서 부모님에 의해 윗쪽에 올려진 아이들을 보고는 저 나이때는
주목받는 걸 상당히 꺼려하는 나이라고 하자 콘치님이 아직은 그런거 신경쓸 나이는 아닌것 같다고 말하자
장난스러운 저음으로 롹~앤~롤! 이라고 하며 세상 귀여운 잔망을 다 떨었죠.
이날 공연은 어쩜 그리도 다들 그렇게 많이 웃고 달리고 뛸 수 있었을까요? 토요일 밤이 좋아가 끝나고 관객들이
앵콜을 외칠때 배인혁보컬은 자신의 에너지를 다 써버렸다고 말했지만 일탈 부르며 무대 아래로 뛰어 내려가서
저는 보컬을 찾느라 멘붕이었죠. 이날 공연에선 특히 안녕시리즈 굿모닝 블루, 안녕 잘가 불러주시며 굿모닝 블루의
안녕은 반가운 안녕이고 안녕 잘가의 안녕은 이별의 안녕이라고 부연설명 해주셨어요.
공연이 끝나고 로펀이 돌아가는 길, 싸인을 받기 위해 배인혁보컬을 둘러싼 인파가 그 어느때보다 많았죠.
로펀팬끼리 우리 밴드 인기 엄청 많아져서 이제 퇴근길로 못보게 되는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어요.
저는 로맨틱펀치가 어마어마하게 인기가 많아져서 공연표를 암표로 가게 될 정도로 대박났으면 좋겠어요.
항상 흥하고 항상 대박나길 응원했던 나의 밴드이기에 저는 퇴근길을 못보게 되고 저라는 사람의 존재 자체를
몰라도 괜찮으니 부디 우리 밴드 잘되기를 기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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