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에 경기도 가평에서 광주까지 일곱시간을 운전한 이후로 내 이 동네는 오지 않으리라 결심을 했더랬죠.
왠걸 로맨틱펀치가 가평 에덴벚꽃길에서 공연을 한다는 공지가 뙇 하고 뜬거에요. 허참! 바로 최단거리 검색하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죠. 손이 자동으로 길을 검색하고 있더라는.......
17.04.16 경기도 가평을 향해 아침 일곱시에 광주에서 출발했어요. 다행히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로펀팬분
집에 차를 주차하고 용인에서 가평까지는 운전을 안해도 되서 그나마 제가 지금 살아있어요. 아마 작년 9월
입덕 이후 갔던 공연중 가장 장거리지 싶어요. 오전 열시까지 용인을 도착하기로 했는데 왠걸 경부고속도로 들어서자
마자 어마어마하게 막혀서 속도가 안나요. 마음은 타들어가고 차는 막히고 거의 구렁이 담넘어가듯 눈치작전으로
4차선에서 2차선(1차선은 버스 전용차선)을 넘나들어 겨우 10시 15분경에 도착할 수 있었죠. 용인에서 바로
출발했는데도 외곽순환도로에서 가평까지가 또 엄청 밀렸어요.
열두시가 넘어 가평 공연장 에덴벚꽃길에 도착하니 광주에선 이미 져서 이파리가 난 벚꽃이 이곳 가평은 만개
해서 꽃비가 내리더군요. 작렬하는 태양아래 반가운 로펀팬분들 만났어요. 모두 저마다 먹거리에 굿즈까지 잔뜩
준비해오셔서 나눔해주셨죠. 장거리 이동의 수고로움과 준비하는 번거로움이 컸을텐데 모두 밝은 표정으로 반겨주시고
나눔해주시는 모습 보면서 로펀과 로펀팬 모두 사랑꾼들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벚꽃뮤직페스티벌(인디뮤직페스타)는 오후 1시부터 공연을 시작해서 오후 4시 로맨틱펀치가 마지막 공연이었죠.
뜨겁게 내리쬐던 햇빛이 오후 세시가 넘어가면서 구름이 끼더니 바람이 불기 시작했어요. 작년의 로펀 징크스에
대한 기억이 스멀스멀 피어올랐죠. 로펀 공연때면 빠지지 않고 비가 그것도 폭우가 내렸고 비가 안올때(아산 온양온천)
는 온천수를 마구 뿜어대서 로펀공연 대부분이 훔뻑 젖는 물쇼였다는 징크스가 떠올랐어요. 이러다 설마 비가 오는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날씨가 심상치 않았어요. 결론적으로 다행이 비는 오지 않았다는..... ㅎ
콘치님도 중간에 자신들이 출연하면 안오던 비도 내리는 기우제밴드라고 멘트할 정도니 올 여름 락페가
걱정이 됩니다. 아무래도 제 추측으론 토요일 밤이 좋아 전주 부분에서 배인혁보컬이 하는 물쇼 퍼포먼스가
비를 부르는 기우제의 성격을 가져서일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날 로펀 공연전 작렬하는 햇볕에 대지가
바싹 말라서 먼지가 날 정도였는데 이날도 어김없이 보컬님 토밤 분수쇼로 마른 대지에 촉촉한 단비를
내리셨죠.
오후 네시가 되어 드디어 사회자의 소개로 복면가왕에 출연한 양치기소년(배인혁보컬)이 무대 위로 올랐죠.
로펀 등장과 동시에 간이의자에 앉아있던 로펀팬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어요. 공연 즐길 준비는 이미
집에서 출발할때부터 되어 있었기에 기다렸다는 듯이 모두 일어났죠. 방송출연 이후 미모가 더 빛을 발하는
배인혁보컬과 야구를 하다 팔을 다쳐지만 부상투혼을 보여준 콘치님, 이날 흰옷과 뒷배경이 참 잘어울려
사진이 멋지게 나온 트리키님, 그리고 회색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레이지님의 회식티와 반팔에 청바지 산뜻하게
차려입은 재인님까지 밝은 태양광 아래서 보니 더 멋지고 더 좋았죠.
이날 특히 좋았던 건 야미볼 중간 트리키님의 신나고 멋진 드러밍과 여행을 떠나요때 변신로봇 합체를
연상시키는 멤버분들의 합주장면때 보컬이 마이크를 사물놀이 상쇠 상모 돌리듯이 돌릴때 정말 멋졌어요.
이날 셋리스트에요.
(제 졸작인 이날 공연 FULL VER 영상은 유튜브 https://youtu.be/57J3hAqXZaI 에 있어요.)
1. 몽유병
2. 야미볼
3. 눈치채줄래요
4. 안녕 잘가
5.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신곡)
6. 토요일 밤이 좋아
7. 여행을 떠나요
8. 그대에게
사실 이날 공연에 보컬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았어요. 갑자기 늘어난 스케줄과 계속된 신곡준비,
로파준비까지 연일 강행군인 일정이라 멤버들 건강이 걱정됐었는데, 보컬 목에 무리가 있었던 것
같았어요. 그래도 언제나 그랬듯 배인혁보컬은 무대를 종횡무진 누볐지만요. 항상 본인 컨디션보다
관객들 만족을 먼저 생각해서 큰일이에요. 이날 공연 끝나고 신곡<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배
걷기대회 사전홍보 브이앱 방송에서 배인혁 보컬은 가평공연때 컨디션이 난조였는데 사회자가
양치기소년으로 소개를 하는순간 어느새 무리해서 노래를 하고 있었노라는 말을 했었죠.
매 공연이 보는 재미, 듣는 재미에 함께하는 감동까지 맥스로 선사하는 로맨틱펀치니 팬들이 걱정한다고
될일도 아니고 그저 건강 상하지 않기만 바라는 맘이 커요.
배인혁보컬은 공연 중간 멘트에서 본인이 예전 한때 육개월 정도 가평에서 살았다면서 현재 공연하는
무대에서 15킬로미터 위로 올라가면(홍천쯤일까요?) 살던 집이 있는데 슈퍼 가려면 10킬로를 거슬러
와야했다며 안좋았던 기억이라는 말을 했죠. 그런데 저는 그런 외진 곳에 왜 살았을까라는 궁금증이
컸어요.
무튼, 이날 38분 가량 공연이 진행됐는데요. 가평 공연을 위해 오전 일곱시 출발해서 집에 도착하니
밤 12시가 다 되어가더군요. 남들 아니 가족들도 미쳤다고해요. 그 짧은 시간 보려고 그 먼길을 가냐고
하지만 어쩌겠어요. 저에겐 공연을 보는 그 순간순간 매 일초이초가 너무 소중한걸요. 아마 단 한곡을
부른다고 해도 제가 못갈 곳은 없을거에요. 이제 로맨틱펀치를 만난지 스물한번째인데요. 갈수록 더
빠져드는 느낌이에요. 입덕하고 정신없이 로펀에 빠지기 시작했을때 아마 내가 접해보지 못한 신세계
여서일거야라는 생각을 했는데 왠걸 갈수록 더 빠져드니 이젠 갈때까지 가보는 수밖에는 없지 싶어요.
갈때까지 가는 그 길의 끝이 어딘지 알수는 없지만 로펀과 함께라면 저는 행복할거에요. 그래서 더
열심히 가볼래요.
항상 저의 바램이지만 제게 큰 기쁨과 행복 주는 우주최강마력밴드 로맨틱펀치가 언제가 흥하고
더 대박나길 기원합니다! (울 보컬님이 꽃길 지겹다고 저승길이 더 좋다고 하셔서 사실 평소에도 천국은
심심하니 지옥가겠다고 자청해서 말하는 저와 동류같아 완전 동질감 느끼고 반가웠어요. 같이 저승길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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