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로맨틱펀치 공연이 있다고 하면 공연 가서 만날 로펀팬분들 생각에 더 많이 설래요.
분명 시작은 로맨틱펀치였는데 로펀으로 인해 이어진 생면부지들이 만나 가족보다 끈끈한 정을 느끼고
있으니 사회경험 오래한 입장에서 참 신기할 노릇이죠. 나이차가 크게는 스무살까지 나는 동생도
있고 몇살 위인 언니들도 있지만 한 밴드를 좋아하는 이 만남 속에 세대차이나 나이는 의미가 없어요.
그저 같은 밴드를 사랑하고 그 밴드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똘똘 뭉친 공동체일 뿐이죠. 이 모임에는
방향을 지시하고 이를 감독하는 리더도 없고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는 사람도 다른 이를 소외시키려는
사람도 없어요.
누군가는 로맨틱펀치 공연을 보겠다고 통영, 부산, 창원, 대구, 김해, 광주 등 전국각지에서 모여드는
로펀팬들을 보며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흔들겠지만, 전국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우리를 모이게하는
구심점은 로펀이지만 어떻게든 오고야말게 만드는 에너지는 만나면 반갑고 소중한 팬들 서로간의
만남에서 발생하지요.
제 자신부터도 오랜 사회생활의 인간관계로 인해 사람에 대한 믿음이 거의 없었는데, 로펀팬분들의
순수함에 저도 덩달아 밝아짐을 느껴요. 세상이 그래도 살만하고 인간이 아름다운 존재라는 점을
한참 어린 동생들을 통해 역으로 배우게 되니까요.
그렇게 뜨거운 로펀팬들이 민주화의 성지 광주 금남로에 17.05.14 모였답니다. 광주MBC난장 팀에서
주관하는 '오월의 난장'에 로맨틱펀치는 마지막 순서로 출연했어요. '오월의 난장'은 5.18 민주화 운동
기념공연으로 총 여섯개의 팀이 출연해서 5.18 관련 의미있는 노래들을 부르는 행사였죠. 올해는 그간
10년의 시간동안 왜곡당하고 무시당했던 굴종기간의 5.18과는 분위기가 달랐어요. 행사를 위해
차량통제된 금남로에 가득 걸린 5.18민주영령들을 기리는 현수막들마저도 당당해보였지요.
간만에 미세먼지 없는 쾌청한 파란 하늘 아래 햇빛이 찬란했고 시원한 바람마저 살랑살랑 부는
기분 좋은 날씨마저 새로운 세상을 반기는 듯했어요.
어딜가든 자랑스러운 민주화의 성지 광주시민으로서의 긍지를 가지고 있는 저는 내 고장에 제가
좋아하는 밴드와 제가 사랑하는 로펀팬분들이 찾아온다는 사실이 더 많이 기뻤어요. 공연무대가 설치된
금남로가 어떤 곳이며 구 도청에서 민주화를 위해 산화해가신 열사들의 이야기를 도착하는 팬분들께
이야기해 드렸죠.
MBC난장 공연은 오후 4시 30분 예정됐었는데, 5.18관련 행사가 지연되서 공연이 이십분 넘게 지연됐어요.
타카피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락 버전으로 불러서 가슴이 뻥 뚫리게 시원했고, 화접몽밴드는 5월 23일 타계하신
노무현 대통령을 기리는 자작곡으로 좌중을 숙연하게 만들었죠. 차가운 체리의 감성돋는 멜로디도 너무 좋았고,
해쉬는 멋진 무대보여줬구요. 위플레이는 '타는 목마름으로' 금남로를 감동으로 가득 채웠지요.
이날 공연은 촬영이 가능하다는 사전 확인 내용이 있어서 저는 촬영을 위해 모노포드에 캠코더를 장착하고
대기하고 있었는데 촬영감독님이 다가오셔서 못 찍게 하려나 싶어 완전 긴장했는데, 캠 기종이 AX-100이 맞냐고
물어보셨어요. 이 기종으로 케이블TV 유명한 채널들 다 찍었다고 말씀해주셔서 이제 캠코더 초보인 저는 완전
기분이 좋아졌어요. 이날 촬영환경은 조명이 없는 상태에서 해가 로펀 공연중에 저버려서 갑자기 어두워지는
바람에 노출에 문제가 있었고, 배보컬이 한시도 멈추지 않고 무대 위를 날아다닌 덕분에 초점이 대다수 안 맞았죠.
모두 이날 건진 사진이 별로 없다고 얘기할 정도였어요.
※ 17.05.14 MBC난장 로맨틱펀치 공연 영상은 유튜브 https://youtu.be/bMGi8ps_1ZE 에 있어요.
MBC난장 '오월의 난장' 셋리스트에요.
1. 몽유병
2. 파이트클럽
3.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4. Zzz
5. 토요일밤이좋아
앵콜곡을 두곡중 한곡 고민중이라는 밴혁님 멘트에
관객분이 반반을 요구하셔서 앵콜곡은
6. 여행을 떠나요+그대에게 입니다.
로맨틱펀치가 무대 위로 올라오고 배보컬 흐압이라는 기합소리로 몽유병 시작했죠. 원래 공중파에서 더 멋지고
큰 무대에 강한 로맨틱펀치지만 화려한 LED 조명이 비추는 무대 위에서 날아다니는 배보컬을 보고 있자니
눈으로도 따라잡기가 힘들더군요. 어쩜 노래를 하면서 그렇게 붕붕 뛰고 날기까지 할 수 있는지 볼때마다
신기해요. 다른 밴드 공연때 정자세로 촬영하시던 촬영감독님들이 로펀 등장하자마다 시동을 거시더니
카메라를 메고 종횡무진 뛰어다니셨어요. 그 무거운 카메라를 얼마나 역동적으로 돌리고 세우고 비틀면서
찍으시는지 로펀공연은 돌부처도 뛰게 한다는 제 평소 생각이 맞다 싶었죠. (그래서 부득이 제 캠코더
영상에 종횡무진 누비시는 촬영감독님들이 불가피하게 자주 등장하셨다는.)
하지만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고 조명이 없는 관계로 공연을 빨리 마무리를 해야할 상황이라 평소 앵콜
많이 해주는 로펀도 어쩔 수 없었는데요. 딱 한곡 허락된 앵콜곡을 고민할때 관객석에서 반반이요. 라고
외쳐서 다들 한참 웃었어요. 배보컬! 웃으며 양념반 후라이드 반이냐며 앵콜곡 '여행을 떠나요'와 '그대에게'
절반씩 불러줬는데, 앵콜곡 부르면서 무대 아래 관객석에 막음용 펜스 위에 올라가서 팬들 손 다 잡아주고
노래 불러주는 고공 라이브를 펼쳤죠. 공연중간 무대 옆 설치된 스피커 지지대를 잡고 위로 올라갈까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몰라요. 워낙 가볍고 지상보다 높은 곳에 잘 어울리는 분이지만 매번 오를때마다
제 심장이 걱정으로 미친듯이 뛰어서 말이죠. 그렇게 삼초처럼 짧았던 공연은 순식간에 끝이 났죠.
복면가왕 출연이후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배보컬과 사진을 찍겠다는 사람이 더 많아졌어요. 젋은
남성분은 처음인데 너무 멋지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배보컬과 사진 찍는 내내 흥분을 감추지 못했구요.
항상 같이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만 저라도 바쁜 사람 방해하지 말자 싶은 저는 열심히 지켜봤죠.
그렇게 어둠이 짙게 깔리고 나의 밴드는 떠나고 사랑하는 팬분들도 저마다 헤어지기 싫은 아쉬움을
한보퉁이씩 짊어지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어요.
로펀은 연예인이라고 생각하니 빠이빠이 안녕할 수 있는데, 팬분들과의 시간은 왜 그리도 빨리 애틋하게
지나갈까요. 서로 더 챙겨주지 못해 안달하는 마음 넓은 사람들의 따스함을 더 많이 더 오래 느끼고 싶은
욕심이 갈수록 커져가네요. 이날 헤어지기 전 우린 교통통제된 금남로 도로 위에서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크게 한목소리로 불렀어요.(노래 부르는 도중, 노랫소리를 들은 경찰차가 저 멀리서 다가오며 인도로
올라가라고 방송해서 냉큼 인도로 올라갔다는.-도로교통통제중이었지만 행사 종료 예정이라 위험하다는
방송 추가됨요.켁!) 차량이 다니던 길 위에서 밤거리를 좋은 사람들과 함께 노래했던 이 기억은
잊지 못할 거에요. 지금도 손잡고 함께 노래 부르며 걸었던 길 위에 있는 것만 같아서 배시시 웃음이 나네요.
제게 너무 사랑스러운 지인들을 만들어준 로맨틱펀치 정말 사랑합니다. 5월 20일에 나올 신곡도
잘되서 우리 밴드 승승장구하길 응원하고 기원합니다!!! 흥해라~~~로펀!!!! 대박나라~~~로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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