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어요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2 : 절대성에 대한 부정.

묭롶 2017. 5. 7. 11:42

  정말 오랜만에 영화리뷰를 쓴다.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1을 너무 재밌게 봐서 블로그 후기를

남겼던게 기억(http://blog.daum.net/oo2000/7851819)이 나서 어렵게 시간을 냈다.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를 떠올릴때 드는 첫번째 감정은 유쾌함이다.  원래 자신이 최고임을 아는 영웅들이

나오는 영화의 불편함이 아닌 부족하고 허당인 캐릭터들이 모여 그 합이 이뤄내는 이야기가 서사의

주를 이루는 것이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가 주는 유쾌함의 본질일 것이다.

  가오갤2(줄여서) 는 1편의 즐거움에 감동(휴머니티)을 더해서 돌아왔다. 

※ 이제부터는 스포가 될 수도 있으니 영화 관람전이신분은 참고 바랍니다.

  내가 가오갤2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바로 절대선과 절대악에 대한 부정이었다.

사연없는 무덤이 없고 누구나 다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간 영화들이 보여준 극명한

선악의 대결구도는 절대선과 절대악의 개념을 애초에 규정지음으로써 관객에게 은연중에

이를 강요해왔다.

  그래서 그런 영화를 일상적으로 보고 큰 사람들은 저놈은 나쁜놈이니까 죽어 마땅하고

맞아도 당연하고 필멸해야 한다는걸 선입견으로 갖게 된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우리는

절대적 악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된다.  그저 나에게 나쁜 사람이 있을 뿐이다.

  또는 필요에 의해 악인이 되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자신들만의 절대 신앙을 위해

테러를 성전(聖戰)으로 받아들이는 IS와 종교갈등으로 인해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며 싸우고

있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등 과연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이라고 규정지어 말할 수 있을까?

서로 자신의 목적(절대선)앞에 인간을 수단으로 삼을때 그걸 더이상 선이라 명명할 수 있을까?

  영화로 돌아가보자.

언제나 좌충우돌 사건 속에 있는 가오갤 멤버들이 행성의 요구에 대한 보상으로 가모라의 동생

네뷸라를 넘겨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가모라의 동생 네뷸라는 언니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나있다. 언니를 죽이려는 동생은 흔한 기준에서 보면 용서할 수 없는 악인이다.  그런데 최고만을

위한 적자생존을 앞세운 아버지 타노스의 양육환경에서 언니와의 대결에서 질때마다 눈과 뇌가

순서대로 뽑혀서 기계가 되었으니 자신을 그렇게 만든 아버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지만 자신을

단 한번도 져주지 않고 기어이 이겨먹은 언니에 대한 증오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단순히 외양만으로 악인으로 규정되던 인물의 사연 앞에 네뷸라를 미워하기보다는 츤데레가

앞선다.

  퀼을 향한 욘두의 감정도 마찬가지다.  쉰목소리로 이권을 위해 별 추잡한 짓도 마다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이 생부의 공격 앞에 죽음에 놓인 퀼을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지키는 모습은 우리네 삶이

단순히 선악으로 구분지을 수 없는 복잡미묘한 세계임을 드러낸다. 

  가오갤2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인간 비단 인간관계가 아닌 모든 생존체들과의 관계 속에

절대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이건 내가 가오갤 1편에서 마블의

다른 영웅주의 영화와의 대별점에서도 이미 얘기한바 있다.  어쩌면 가모라가 자신을 향한 퀼의

애정공세에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없는 이유도 변해가는 감정 속에 사랑이라는 감정만으로 100%가

될 수는 없기에 그 다른 감정과도 섞인 '사랑'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데 어려움이 있어서가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누군가를 미친듯이 사랑해도 그 안에 사랑이 아닌 미움, 서운함이 섞일 수도

있고 누군가를 죽일듯이 미워한다 해도 그 감정의 저층에는 그 대상에 대한 일말의 정과 미련이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편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가오갤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행복한 인물을 꼽자면 그건 그루트일 것이다.

세상 복잡할 것 하나 없이 모든 상황에 응... 그래 난 그루트야. 라고 말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단순명료한

행복인가.  자신만의 확고한 정체성(I am 그루트)을 지니고 있으니 친부의 존재에 갈등(퀼)을 느낄 필요도

언니에 대한 양가감정(네뷸라)에 시달릴 필요도 동생과 아버지 때문에 골 아플(가모라) 필요도 없으니

말이다. 

  중요한건 이런 잡소리 다 집어치우고 이 영화가 재밌다는 점이다.  영화가 주는 재미를 즐기면 그뿐,

이 안에는 복잡한 사상도 작가주의도 없다.  하지만 어쩌면 헐거워보이는 이 영화가 전체 서사를 통해 전해주는

감동이 주는 무게는 가볍지 않다는 점에서 앞으로 제작될 이 영화의 후편들을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