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어요

<귀향> 시사회에 다녀왔어요!

묭롶 2015. 12. 14. 22:30

 

   2015년 12월 14일 광주극장에서<귀향> 시사회가 열렸어요.  근무처가 지방인지라 비내리는 퇴근 길을

바삐 서둘러서 겨우 영화가 시작할 즈음 착석할 수 있었죠.  인터넷에서 제작후원 기사를 읽고 1, 2차

뉴스펀딩을 참여했을 때조차도 과연 이 영화 개봉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나 썩어버린

정치권과 다르게 대한민국의 네티즌은 아직도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여러차례 제작이

무산됐던 영화 <26년>을 개봉시켰던 힘도 결국은 한 명, 두 명이 모여 이뤄낸 힘이지요. 영화를 보는

내내 울부을 참을 수 없었고 엔딩에 올라가는 52,000 명이 넘는 명단들을 보면서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영화를 보고 비는 내리고 날은 춥고 마음도 착잡해서 쏘주 한 잔 안 마실 수가 없더군요. 일본의

사죄를 받지 못한 채 한을 품고 저 세상으로 가신 위안부 할머님들과 진정한 사죄를 바라며 남은 생을

치열하게 견디고 계신 할머님들을 생각하며 아픈 마음 쏘주 한 잔 들이켰습니다. 

 

 

  조지오웰의 책 『1984』에서 과거의 역사는 빅브라더(통치권자)에 의해 날마다 지워지고 다시 쓰입

니다. 필요에 의해 지우고 다시 쓰는 역사는 사실 역사가 아니라 소설입니다.  우리나라의 현 상황이

꼭 조지오웰의 『1984』와도 같아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어요.  역사를 배우고 자라야 할 우리의 후대가

소설책을 읽고 자란다면 과연 이 나라에 진정성이 존재하기나 할까요.

 

 

  위안부 할머님들은 일본이라는 전범국가에 의해 일차적 피해를 입었는데, 그 사실조차 후대에

전하지 않는다면 할머니들은 대한민국이라는 자국에 의해 이차 피해를 당하게 되겠지요.

비단 일제 통치와 독립운동의 역사 뿐만 아니라 5.18 민주화 항쟁, 4.3 제주 학살사건 등 정치논리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모든 역사적 사실들이 가위질 당한다면 그 참혹함을 어찌 감당할지 암담하기만

합니다.

 

  생떼같은 목숨들이 산 채로 수장당할 때도 침묵했던 정치권이 왜 역사에 대해서는 그렇게도 기를 쓰고

손을 대려고 하는지, 아마도 지우고 싶은 무언가가 있을거란 의혹만 커져갑니다.  조선시대 절대자인 

왕조차도 역사는 손을 대지 못한다 했는데, 대한민국이라는 민족의 공유물인 역사를 무슨 권한으로

수정한다는 걸까요.   

 

 

  영화에서 일본군에 의해 잔인하게 죽임당한 위안부 소녀들의 넋을 불러들여 고향으로 보내는 '귀향'

굿 장면이 눈에 자꾸만 떠오르네요. 오늘도 일본 대사관 앞에서 사죄를 바라며 수요집회를 하고 계실

할머님들의 모습이 귀향 굿 장면과 겹쳐져 보여요.  국가적 범죄를 인정하기 보다는 대사관 앞 소녀상부터

철거하라고 정부를 압박하는 일본 정부와 언제나 친일청산에 관해서라면 뒷짐을 지고보는 정부와

정치권을 생각하면 정말 지금의 대한민국 사람들은 아비없는 자식이요.   나라없는 자식이나 진배없어요.

나라가 버린 소녀들이 서로 의지하며 고향으로 돌아갈 길을 약속했듯이 우리도 서로를 의지하며

포기하지 않는다면 희망이 있을거라 믿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