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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문학의 방법론적 독해>

묭롶 2016. 12. 1. 23:30

 

<※ 책의 인용부분의 한자는 저의 이해를 위해 한글로 변경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온라인 매체 여러 곳을 검색을 해봤지만『이상 문학의 방법론적 독해』에 관한

덧붙임 글이나 리뷰를 찾을 수가 없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 책이 담고 있는

광범위한 분야의 방법론(논문)을 통한 이상 문학의 독해는 이상 문학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가

없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부가 짧은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은 건 이상이라는 인물에 대해 가지게 된

호기심 때문이다.   중학교 1학년 어느 봄날 우연히 읽게된 『날개』이후 나는 이상이라는

불가해함을 내 주관적 해석으로나마 이해 가능한 세계로 영입해보고 싶은 희망을 꿈꾸고 있다. 

 

  지금까지의 이상연구는 크게 세단계로 구분된다.  첫 단계에서는 이어령, 임종국 등에 의한

이상작품에 대한 텍스트적 분석과 알레고리 해석이 이뤄졌고, 두번째 단계에서는 김윤식에 의한

이상의 삶과 작품과의 연관성을 통한 전기적 분석과 인물 및 심리 탐구가 주를 이루었다. 

세번째 단계는 기존의 1, 2단계의 연구 결과물을 바탕으로 이상 작품의 작품 간 관련성 및 이상 작품의 구조적 차원의 독해를

통해 이상문학에 대한 다양한 접근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이상 문학의 방법론적 독해』는 이상 연구의 세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책이다.  기존 연구와의 차이점을 저자인 방민호교수는

서문에서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다.

 

「 분명한 것은 이상 문학은 그 한계보다는 가능성을 중심으로 탐구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는 한계를 설정하지 않는 연구에 의해서 한국 현대문학의 ‘도약’을 알리는 징표로 제시되어야 한다.

멋지지 않은가, 1910년 9월 14일에 와서 1937년 4월 17일에 떠난,

이 요절한 천재가 들어갈수록 만만찮은 존재라는 사실이?

후인들에게 끊임없는 재독해를 요구하는 문학인은 결코 간단치도,

만만치도 않은 존재임에 틀림없다.

바로 그러하기 때문에 필자는 이상을 무엇인가가 결핍되었거나 미성숙한 존재로 간주하지 않으려 했다.

이것이 이상을 청년문학으로 이해했던 필자의 과거와 그렇지 않은 현재 사이의 결정적 차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비록 요절과 함께 막을 내린 안타까운 문학세계지만 필자는 이를 하나의 자족적 전체로 보고

그가 말하고자 한 것, 드러내고자 한 것을 포착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를 그 시대 문학인이라면 누구나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문제들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반응이자 치열한 응답으로 읽어내려 했다. 」  -저자 서문 中

 

   저자의 서문이 이 책의 모든 것을 요약해서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기존 1, 2세대 이상 연구를 계승하면서도 기존 연구가

갖는 한계(현해탄 콤플렉스, 식민지 지식인의 한계론, 이상 문학의 불완전성)를 뛰어넘어 이상문학을 세계문학의 보편성 위에

올려놓고 다양한 방법론(예를 들어 도스토엡스키의 「지하생활자의 수기」와 「날개」의 관련성 등)을 통한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으로 나아가고자한다. 

 

「이것은 바로 "근대건축의 위용"에서 "철근철골, 세멘트 와 석유"를 발견하는 시선이며,

"삼림" 속에서 "한나무의 인상"을 훔쳐올 수 있는 시선이다. 

그리고 이처럼 육체 속에서 골격을 보는 것,

현상들을 그 표면적 질서의 심부에서작용하는 본질적 맥락 안에서 다시 읽는 것,

그럼으로써 그 육체의 골격을 파악하는 방법이 바로 알레고리다. 

~그것은 육체가 보여주는 유기체적 상관관계 대신에

그 이면에서 작동하고 있는 '골격'의 메커니즘을 드러낸다.」p228

 

  내 거친 해석에 의하면 1, 2세대의 이상 연구가 이상의 삶과 작품에 대한 주석과 해석을 더하는 과정이었다면

3세대의 연구는 이상의 작품을 구조적 해체(빼기)를 통해 그 중심적 뼈대('철근철골', '세멘트', '석유')에 다양한

방법론을 대입함으로써 새로운 해석('골격'의 메커니즘)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과정이다. 

 

  이렇듯 1, 2세대의 연구가 이상연구를 연속성에 기초한 반면 방민호는 이상 문학의 골격(알레고리)의 틀을 독해의 중심에

둠으로써 개별 작품들이 갖는 각자의 '틀'의 개별적 완성도를 주장하고 있다.  실례로 2세대 김윤식의 연구가 연속성에

중심을 두고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날개』의 반대편에 상대적으로 수사학적 시도의 실패물로서『종생기』둔 반면,

방민호는 『날개』와 『실화』를 읽는 열쇠로서 『종생기』를 둠으로써 이상이 그리고자 했던 큰 그림에 다가가고자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아우라』에 실린  '아우라'의 저작에 관한 글 중 다음 구절이 떠올랐다.

 

「이 세상에 아비 없는 책, 고아인 책이 있는가?  어떤 책의 후손이 아닌 책이? 

인류의 문학적 상상력이 이룬 거대한 가계도에서 벗어난 단 한 페이지라도 있는가? 

전통이 없는 창조가 가당키나 한 일인가? 

하지만 거꾸로 말해 재생, 새로운 창조, 즉 끝없는 이야기 속에서도 새로 돋는

푸른 잎사귀 없이 전통이 생존할 수 있겠는가?」 『아우라 』p77

 

-> 이상이 안회남에게 보낸 마지막 서신 中

 

「그러나 저는 지식의 기인은 아닙니다. 칠개국어 운운도 원래가 허풍이었읍니다. 

살아야겠어서, 다시 살아야겠어서 저는 여기를 왔읍니다 

당분간은 모든 제 죄와 악을 의식적으로 묵살하는 도리외에는 길이 없읍니다. 

~저는 당분간 어떤 고난과라도 싸우면서 생각하는 생활을 하는 수밖에 없읍니다.

한 편의 작품을 못쓰는 한이 있드라도, 아니, 말라비뜨러져서 아사하는 한이 있드라도

저는 지금의 자세를 포기하지 않겠읍니다. 

 도저히 '커피' 한 잔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p296

 

  1960년대를 살았던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창작에 대한 고민과 1930년대의 이상의 고민의 뿌리는 같다.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문단(물론 일제시대 강제 개화된 우리에겐 문학이라는 뿌리도 없지만)이라는 오래된

집을 개축할 것인가 신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자신이 고집해 온 "조화" 곧 인공의 꽃으로서의

문학적 방법론을 거두어들이고 새로운 방법을

가진 새로운 언어를 구축해야 한다는 문제 앞에서 이상은 고통스러웠다.」P173

 

  여기에서 쌓아올리는 건축공법이 문학적 수사학이 될터인데 이상은 자신이 기존에 쌓아올린

건축물(윗트와 패러독스(알레고리)가 포석처럼 늘어놓은 바둑판)을 허물고 그 폐허 위에 새로운 창조를 다짐하지만

그 구체적 방법론으로 나아가는 과정 중에 이상을 사상범으로 의심한 일제의 강제구금으로 인한 건강악화로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마지막까지도 병문안 온 김기림을 향해 '다녀오오.  내 아직 죽지는 않소'라고 말했던 이상이 마지막에 외쳤던

레몬(동해의 나쓰미깡-처음 여인이 칼로 깎아준 나쓰미깡이 이상의 이전 작품들의 수사학이라면, 마지막에

그 스스로 깎는 나쓰미깡은 새로운 수사학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레몬은 나쓰미깡을 의미한다)이 무엇인지를

이 책을 읽으며 조금이나마 짐작해본다.

 

  (사실 이 책이 가진 방대한 자료와 해석을 하나의 해석된 결과물로 길어올릴 능력이 내게는 없다.  하지만

다른 이상 연구물들을 읽는데 이 책은 앞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상에 대한 독서는 앞으로 내게 주어진 과제이자,

나의 희망에 다가가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