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펀치에 빠지다>

로맨틱펀치와의 세번째 만남: 16.10.07 전대미문 축제

묭롶 2016. 10. 17. 22:00

 

 9월 30일 충장축제 때는 그나마 제가 사는 동네여서 차를 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10월 7일 무안남악중앙공원에 로펀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쁘기도 했지만 한 편으론

걱정이 됐어요.  제가 나이는 마흔 하나인데 운전을 마흔부터 시작해서 외지를 혼자 운전하고

가 본 경험이 없는데다가 9월 12일에 진로변경 위반으로 1차선 뛰어든 차량에 제 차가 견적 350만원이

나오는 사고를 당해서 차가 수리해서 나온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었죠.

 

  더불어 또 비까지 내렸어요.   내심 걱정도 되고 고민도 많이 했지만 가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공연날도 근무를 마치고 일찍 출발을 해야해서 또 미친듯이 마감을 하고 출발하려고 네비로 중앙공원을

치는데 검색이 안되요.  마음은 급한데 검색은 안되지 비는 내리지.....ㅜ.ㅡ 그냥 다음 로드뷰로 공연장

인근에 있는 시장을 검색해서 출발했어요.  비 내리는 국도라 엄청 캄캄하고 빗길이라 조심스러웠죠. 

한 시간 가량 달려서 공연장으로 보이는 곳 인근에 주차를 하고 공연장에 가보니 비도 많이 오고 추운데다가

사람도 없어서 이래서 공연을 할 수 있겠나 걱정이 앞섰죠.

 

  7시가 넘어 고고보이스가 공연을 시작하자 저는 준비해 온 비옷을 입고 앞줄에 섰죠.  사람이 너무 없어서

전대미문 행사 자원봉사자들이 관객의 대부분이었어요.  고고보이스의 무대가 끝나고 슈퍼키드가 노래를

할 때쯤은 사람이 삼 사십명 정도 되었구요.  슈퍼키드 무대가 끝나고 공연장 무대 왼편 아랫쪽에 담배를

태우는 배보컬이 보이더군요.  담배는 어릴 적 할머니가 맛있게 태우시는게 궁금해서 한 번 몰래 피웠다가

매워서 혼난 이후로는 싫어했는데, 태어나서 담배를 그렇게 멋있게 태우는 사람은 첨봤습니다. 

분무하는 빗줄기 사이로 담배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데, 꼭 배보컬을 감싸는 아우라 같아서 말이죠.

 

  콘치님이 기타와 연결하는 발판을 들고 올라오고 나머지 멤버들이 자리를 잡고나서 스탠딩 마이크를 든

배보컬이 무대에 올랐어요.  그때 관객이 어림잡아 백명이 못 됬을거에요.  또 비는 내리지 쳐놓은 천막은

높이가 낮지 무대는 좁지, 날은 춥지....정말 여러가지로 힘든 상황이었죠.

 

<영상 공유 허락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역시 로펀은 그래도 개의치 않더라구요.  오히려 무대에서 즐거워 보이는 로펀의 모습을 보며 로펀에 대한

애정이 급상승했죠.  아무래도 로펀 공연 멤버는 베이스까지 다섯명이지만 관중마저 공연 멤버로 흡수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로펀의 공연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관중이라는 사실을 자꾸 잊게 되니까요. 

배보컬을 공연 중에 앞 줄에 있는 태권도복 입은 여자아이를 안아올려서 들고 노래를 하기도 했고( 아이가

삼십킬로 좀 못나가 보이던데 배보컬 운동 많이 하나봐요) 관객의 우산으로 천막을 쳐서 빗물을 튕겨내는 등

정말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독특한 퍼포먼스를 보여줬어요.  모르긴 몰라도 이날 공연보고 입덕한

사람들도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공연이 끝나고 또 사람들이 몰려가는 쪽으로 가서 핸드폰 케이스에

싸인 받으려고 기다렸어요.  잠시 후 옷을 갈아입고 나온 배보컬이 기다렸던 사람들과 셀카도 찍어주고

싸인도 해줘서 저도 이번에는 이름을 또박또박 얘기해서 원하던 싸인을 받을 수 있었어요.

 

  얼굴도 보고 싸인도 받아서 흡족해진 저는 차를 다시 한 시간 정도 몰아 집에 도착했죠. 집에 돌아와서

용기내서 다녀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에 제 자신이 장해서 혼자 뒷풀이도 했어요.  건배는 다음날

아산 공연을 위해 올라가고 있을 로펀을 향해서요......!!!

 

<시간이 너무 늦어서 식구들이 다 잠들어서 혼자 몰래몰래 주워모은 안주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