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펀치에 빠지다>

로맨틱펀치와의 첫만남: 16.09.04 광주 난장페스티벌

묭롶 2016. 10. 16. 20:30

  

  2016년 9월 4일 국카스텐을 좋아하는 팀장님이 난장 페스티벌 표를 두장 예매해서 같이 보러 갔어요.

사실 난장 분위기는 거의 국카스텐 단독공연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국텐뿐이었죠.

오죽하면 라인업 중간부에 무대에 올라온 가수 한 분은 오늘 공연은 국텐 단독공연이고 자신들은 들러리란

말을 할 정도였지요.

 

  저는, 가요 쪽은 별 관심이 없었지만 복면가왕을 보면서 노래를 잘하는 하현우 보컬에 대한 호기심에

난장을 따라갔는데 저녁이 되어 가면서 날씨가 심상치 않았어요.  해가 저물어서 어두워지는 날씨가 아니라

구름이 두텁게 모여들고 있어서 달빛도 없는 무거운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죠.

 

                                                                     <로펀의 상징 조형물: RP>

 

  그때, 무대  위에 RP라고 쓰인 조형물이 설치가 되고 스탠딩 마이크에는 무슨 천 조각을 주렁주렁 메단

노랑머리 보컬 배인혁님과 콘치(기타), 레이지(기타), 트리키(드럼)-그때 당시 베이스 멤버는 기억이 안나요-

이 등장했어요. 

 

 

  으잉? 이건 뭐지? 비주얼로 봐선 전혀 저의 스타일이 아니어서 신기한 마음도 들었고 이 밴드 무대가 끝나면

기다리던 국텐이 나온다는 기대감에 계속 무대를 지켜봤어요. 

 

 

  헉!!! 노래 시작과 동시에 비가 그냥 내리는 비도 아니고 조명에 비친 빗줄기가 레이저처럼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더군요.  눈도 뜨기가 힘든 정도였는데, 저는 이제껏 살면서 그렇게 투혼을 불사르는 무대를 본 적이 없어요.

예수가 앉은뱅이를 일으켜 세웠던 기적처럼, 긴 공연에 지친 관객들이 심지어 국텐 팬들까지도 로맨틱펀치의

노래가 한곡한곡 진행됨에따라 더 열정적으로 호응하고 더 신나게 뛰게 되었죠.  락페 경험이 전혀 없는

저도 어느 순간 미친듯이 뛰고 있더군요.

 

 

  들이붓듯이 쏟아지는 비로 무대는 물이 흥건했고 열정적으로 뛰어다니며 노래하는 배보컬은 미끄러져

넘어졌지만 그마저 멋진 퍼포먼스로 승화시켰어요.  몸바쳐 노래부르는 보컬을 지원하기 위해 기타리스들이

감전의 위험을 무릅쓰고 천막 밖 관객들 앞으로 나와 연주를 하는 모습은 정말 위험천만했지만 감동이었죠.

 

  어찌보면 그 늦은 시간까지 남아있던 대부분의 관객이 국텐 팬이라고 봐도 무방한 상황에서 비도 그냥 비가

아닌 레이져 비가 내리는데 최선을 다하는 로맨틱펀치라는 밴드의 모습이 제 머릿속에 그리고 가슴에

선명히 각인되었어요.

 

  로맨틱펀치의 배보컬이 노래 중간 멘트로 자신들 공연이 끝나고 국텐이 공연할 때는 비가 그칠 거라고

말하면서 오랜만에 공중파 출연이라 머리 정말 예쁘게 하고 왔는데 속상하단 멘트를 했는데, 정말 국텐

공연때는 빗줄기가 잦아들어서 하필 비가 제일 많이 올 때 공연한 로맨틱펀치(줄여서 로펀)가 안쓰럽기까지

까지 하더군요.

 

  국텐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머릿 속은 온통 로펀 공연만 떠오르고 노래 가사가 맴을 도네요.

얼마 남지도 않은 배터리로 로펀 검색하며 집으로 귀가했는데, 바로 이날이 제가 로펀에 입덕한 기념비적인

날이 된거죠.  9월 4일 이후로 과거 집과 회사라는 음계 속에서 정해진 음표만 연주하던 저의 삶에 변주가

시작됐어요.  기존과 다른 소리를 내는 저를 보며 가족과 직장동료들은 마냥 신기해하죠.  사실 저도 저의

모습이 어디에까지 이르게 될지 궁금해요.  어느날 문득 바람 한 점 없는 여름에 갑자기 찾아 온 태풍과도

같은 로펀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 글로 남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