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펀치에 빠지다>

로맨틱펀치와의 여섯번째 만남: 16.11.04 올림픽공원 88호수 APMF

묭롶 2016. 11. 7. 21:16

 

 

 늦바람이 나면 무섭다더니 제가 딱 그 짝이에요.  게임말고 이렇게 미쳐본 건 또 첨이네요.  사생팬이니

덕후니 팬질이니 저와는 관계없는 남의 나라 일인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보니 제가 그 상태에요.

이제 공연을 한다고 하면 무슨 수를 내서라도 가고 싶으니 로펀 노래 Holic 가사처럼 로펀에 중독이 된거겠죠.

 

  11월 4일 서울, 11월 5일 밀양 공연 소식 듣자마자 신랑 졸랐어요.  생일 선물 대신 공연가게 해달라고요.

아무것도 필요없다고 보내달라니 신랑은 가면 팬미팅하고 그런거 아니냐며 난색을 표하네요.  정말 사심없이

이 밴드를 좋아하는 거라고 시치미를 뚝 뗐죠.  사실 로맨틱펀치 멤버들 모두 멋지지만 배보컬 비주얼이

바람직한 건 사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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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4일 공연가려고 월차를 썼다가 사정상 오전근무를 하고 한시 버스 시간에 맞추려고 한시간 거리를

사십분 만에 난폭운전으로 신고 당하기 딱 좋게 운전해서 겨우 주차하고 김밥 한줄 사서 버스를 탔어요.

 

          <올라가는 길 저의 동무가 되어 줄 친구에요.  전화 받느라 막상 읽지도 못했네요. 

그래도 친구가 있어 가는 길 외롭지 않아요.>

 

  그 조용한 버스안에서 한 시간 동안 업무관련 전화가 어찌나 오는지 차는 막히고 사고 나고 길도 답답,

맘도 답답, 몸은 지치고 힘들었죠.  금요일 가는 길이 밀려서 오후 다섯시 삼십분 경에야 공연장에

도착했어요.

 

 

  APMF는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음향제작과 학생들이 주최하는 공연인데요.  로펀은 2012년 APMF 시작부터

인연을 맺어서 계속 출연해왔데요.  무대 주변에 은행나무가 많아서 떨어진 은행에서 모락모락 스멀스멀

스멜이 풍겨왔죠.  앞줄은 사진 찍어야 하는 분들께 양보하고 저는 두번째 줄에 자리 잡았어요. 

같이 로펀을 좋아하는 안면있는 팬분들과 인사도 하고(요즘은 로펀 보는 것도 좋지만 같이 좋아하는 팬분들

만나는 재미도 쏠쏠해요) 동아방송대 학생들이 무대 설치하는 것도 구경했죠.

 

 

  무대는 나름 잘 셋팅했는데, 출연팀들이 나올때마다 악기 튜닝하고 새로 셋팅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술탄 오브 디스코 다음으로 출연하는 로펀은 거의 밤 9시가 다 되어서 나왔어요.  배보컬은 술탄 공연 때

잠깐 나와서 공연장 보고 좋아하는 구름과자를 드시고 있었죠. 

 

 

  드디어 기다리던 로펀이 등장!!!  배보컬 핑크 후드 티를 입었는데 하얀얼굴에 금발머리, 핑크 후드티는

정말 완벽한 인생 코디였죠.  콘치는 단정하고 귀엽게 머리를 다듬어서 훨씬 영해 보였구요.  이날 레이지님은

관객석 앞까지 나와서 멋진 기타 솔로 보여주셨죠.

 

 

  몽유병을 시작으로 파이트클럽, 굿모닝 블루, 여행을 떠나요.  일탈로 곡이 이어지는 동안 배보컬은 관객석으로

들어가서 노래를 부르며 돌아다닌 통에 배보컬이 지나갈때마다 관객들이 어쩔줄 몰라했어요.  노래를 부를 때

배보컬은 너무 커보여요.  제 눈에만 크게 보일까요?  상대적으로 저는 작아지기만 하죠. 평소 저를 아는 사람들이

보면 놀라 쓰러지거나 주먹 쥐겠죠. 

 

  이 날도 배보컬은 붕붕 날아다녔어요.  사람이 어떻게 그리 높이 그리고 가볍게 뛸 수 있는지 스케이트만

신기면 김연아의 트리플 악셀도 시도해봄직해요.  무거운 제 몸 탓에 중력에 순응하며 살아온 제 눈에 배보컬의

공중부양은 언제나 신기할 뿐이죠.  왕의 남자에서 줄타는 예쁜 미남자 공길(이준기)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배보컬의 강점이 고음이지만 공연 중간 멘트를 할 때나 노래 시작 전 원, 투, 쓰리 를 할때의 낮은 저음은

정말 매력있어요.  공연때 자주 부르는 셋 리스트가 아닌 <이밤이 지나면>, <I belong to you>, <마멀레이드>

같은 곡을 듣고 있으면 갑자기 주변이 모두 하얗게 지워지고 내 귓가에 목소리만 남는 것 같아요. 

노래를 듣고 있으면 목소리에 취하는 것 같아요.  이쯤되면 정말 중증의 길로 들어선거겠죠?

  이번 공연은 핑크 후드티의 극강 귀여움을 시작으로 공중 부양에 찾아가는 극강 팬서비스까지 정말

흥분의 도가니였죠.  그 도가니 탕에서 배보컬을 따라 중력을 이겨 보자고 날돈(날으는 돈까스)이 된

저는 공연이 끝나자마자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죠.

밤 열 한시 버스를 타도 광주 도착하면 새벽 세시 가까이 되는데 다음날 밀양을 자가운전으로 가야

하니까요.  왕복 9시간 버스 이동으로 꼬리뼈는 바스라질 것 같지만 로펀만 생각하면 힘이 나요.

로펀이 제 인생의 2막을 연 것 같아요.  가보지 못한 길을 찾아 떠나는 모험처럼 로맨틱펀치라는

모험이 제 앞에 펼쳐진거죠. 그 길을 기꺼이 가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