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들어 로펀은 공연일정이 많았죠. 10월 1일 21st yu rock festival을 시작으로 10월 5일 서울대 공연,
10월 7일 무안남악중앙공원: 전대美문 페스티벌,10월 8일: 아산 함께해U페스티벌, 10월 9일 춘천 상상실현 페스티벌,
10월 14일 제주도 노이즈페스티벌, 10월 15일 용인거리축제 까지 어떻게 그 일정을 다 소화해내는지 신기할 정도였어요.
그냥 반주에 맞춰 가만히 서서 부르는 노래도 아니고 치키치키 차카차카 초코초코 촉하는 슈퍼보드 손오공처럼
무대를 근두운은 없지만 종횡무진 날아다니는 배보컬과 몸 바쳐 기타, 드럼과 혼연일체되어 사람이 악기로 보이기까지
하는 신공을 보이는 콘치, 레이지, 트리키님까지 아참 객원 베이스 유재인님도 좋은 걸 많이 드셔야 할 것 같아요.
좋아하는 밴드가 공연일정이 많다는 건 팬의 입장에서는 좋기도 하지만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는 입장에서 한편으론
슬픈 일이에요. 전부 다 가지도 못하지만 못 간 공연도 너무 가고 싶어 맘이 쓰인다는게 문제죠.
10월 7일 무안을 다녀와서 주말은 제가 아이를 돌보기로 선약을 했기에 8일, 9일 공연을 갈 수 없었지만 마음은
공연장에 있어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으로 마음을 달랬지요. 대신 10월 15일 용인은 어떻게든 가보려고 맘 먹었는데
로펀 출연 시간은 밤 8시 예정이고 버스 막차는 8시 20분이어서 도저히 대중교통으론 갈 방법이 없었어요.
네이버 최단거리 검색을 해도 밀리면 왕복 8시간 거리..... 혼자 어떻게 가야하나 많이 고민했고, 주변에서도
무리라고 만류했지만, 회사 체육대회도 핑계대고 빠지고 같은 사내에 근무하는 신랑한테 애 딸려서 체육대회 보내고
저는 아침 10시에 광주에서 용인으로 출발했죠. 천안까지 거침 없던 길이 북천안부터 목적지 용인까지 가다서다를
반복했지만 생각보다 빠른 오후 1시 20분에 용인 포은아트홀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지요. 문제는 포은아트홀
주차장 입구를 못 찾아서 출구에 차를 대고 차단기를 왜 안 열어주나 한참을 기다리고서야 출구임을 확인하고
빙빙 돌아서 입구를 찾는 빙구 짓을 했다는 점이죠.
포은아트홀 주차장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니 아직 무대설치도 안 된 상태였지만 로펀 사진이 실린 대형 걸개를
보는 순간 정말 잘 왔다는 마음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제가 갔던 세번의 공연 내내 비와 함께였는데, 용인 공연날은
날씨도 따뜻하고 파란 하늘에 햇빛도 찬란했지요.
아무래도 밥은 먹어야할 것 같아서 신세계백화점 지하로 내려갔는데 먹을만한게 없어서 김밥을 샀는데, 먹으면서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왜 이리 속이 안 좋고 목이 메이나 했더니 그제서야 어젯밤 애정을 다 바쳐
마셨던 한라산 소주가 떠오르는 거에요. 14일 제주도에서 공연하고 있을 로펀을 생각하며 공연 못 간 대신 제주
흑돼지에 한라산 소주를 몽땅 말아먹었거든요. 국물을 먹었어야 했는데, 용인 공연 생각에 온 정신이 팔려서
해장은 생각도 못했던거죠. 그래도 꾸역꾸역 안 넘어가는 김밥을 먹었어요. 밤 8시까지 버텨야하니까요.
다시 포은 아트홀로 돌아가서 공연 시간 전까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데려간 친구(밀란 쿤데라의 『만남』)와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냈죠. 책 한 권을 다 읽었는데도 오후 4시, 인스타그램에서 로펀을 검색하니 이미 공연장에
선배팬들이 도착한 것 같아서 저도 공연장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어요.
공연장 앞자리를 사수하며 로펀 입덕 선배들의 얘기를 들었는데, 14일 제주도를 따라다녀 온 분들도 여러분 이셨어요.
정말, 로펀은 팬들도 보통 분들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지요. 이쯤 되면 로펀은 매력적 밴드가 아니라 마력적 밴드가
아닐까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로펀의 공연시간은 8시에서 9시로 변경되었고, 딱딱한 아스팔트가 제 꼬리뼈를
뚫고 올라오는게 아닐까 싶을 때쯤 겨우 로펀이 무대에 올랐죠.
이날 용인거리축제는 로펀 앞 순서인 어반자카파 까지는 앉아서 공연을 봤는데, 로펀이 등장하자마자 사람들이
전부 일어섰어요. 관객들이 작년에 이어 두번째 용인거리축제 출연하는 로펀의 매력에 빠질 준비가 된거죠.
몽유병, 파이트클럽, 굿모닝블루, 안녕 잘가, 토밤, 여행을 떠나요. 한 곡은 기억이 안 나네요. 한 곡 또 한 곡을
부를 때마다 사람들은 공연에 몰입해서 힘들었던 일상의 피로도 잊고 로펀음악이 주는 즐거운 기쁨을 만끽했어요.
저도 바닥에 내려놓은 제 겉옷을 밟고 있는 것도 모른 채 마구 뛰었으니까요. 저도 뛰는 동안 장거리 운전의
피곤도 다섯시간 넘게 중력에 눌려 아스팔트와 싸워야 했던 저의 꼬리뼈도 시린 무릎도 다 잊어버렸죠.
공연이 주는 행복감에 취한 사람들이 계속 앵콜을 연호했지만 야간 공연에 따른 민원제기를 우려해서 아쉬움 속에
로펀은 안녕을 고했죠. 저는 다시 몇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시간을 내려가야 했기에 배보컬 얼굴이라도 보고 힘받아서
내려가자는 맘에 다른 선배팬들을 따라간 결과, 원하는 바를 이루고 행복해하며 집에 가려고 제 차를 찾는데 차가
없네요. 지하 2층에 있는 차를 지하 1층에서 찾으니 당연히 없죠. 한참을 찾다보니 지하1층인거에요.
네비를 집으로 셋팅하고 출구를 찾는데 이번에는 출구가 어딘지 몰라서 헤매다 겨우 지상으로 올라왔는데
바로 앞에 연결된 통로처럼 보이는 곳이 보여서 그곳으로 들어가다 생각해보니 암만 봐도 이상해서 다시
후진으로(아무래도 공사중인 지하 주차장 연결 통로였는데 아마 끝까지 들어갔으면 집에 못 왔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드네요.) 나와서 우회전하니 그제서야 주차요금 정산소가 보이네요. 요금 정산소가 그리 반가웠던 건
또 첨이네요. 이렇게 좌충우돌 빙구운전이지만 초보운전의 특징인 직진만 굉장히 잘하는 운전실력으로
광주까지 2시간 50분만에 내려왔어요. 올라갈때 USB에 담긴 50여 곡의 로펀 곡을 두번 듣고, 내려올때
두번 조금 못 듣고, 실제 공연도 보고 힘들었지만 너무너무 행복한 하루였어요.
많은 사람들이 발복을 기원하며 다양한 선행과 베품을 실천하지요. 로펀은 공연으로 듣고 보는 사람들에게 크나큰
기쁨과 행복을 주기에 그들의 앞 날에도 좋은 일들만 가득하기를 바라는 맘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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