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펀치에 빠지다>

로맨틱펀치와의 일곱번째 만남: 16.11.05 밀양세계국수페스티벌

묭롶 2016. 11. 7. 22:18

 

  전날 서울 공연 끝나고 집에 돌아오니 새벽 세시가 조금 못 되었네요.  조금이라도 잠을 자야

운전해서 밀양을 가는데, 애를 써도 자꾸만 서울 공연 장면만 떠오르고 귓가에 노래가 끊임없이

맴돌아서 자는 둥 마는 둥 아침에 일어나 서둘러 세탁기 빨래 돌리고 밥 챙겨 먹이고 치우고

점심때 밀양으로 출발했어요.

 

 

  마흔 살에 운전 시작한 초보인데, 로펀을 알게된 후 저는 이제 못 갈 곳이 없네요. 

로펀 노래가 담긴 USB만 있으면 초행길인 밀양이 아니라 강원도, 땅끝까지라도 갈 수 있어요.

로펀 음악은 제 삶의 충전기와도 같지요.  삶이 피로로 방전될려고 불이 깜빡거릴 때 무선헤드셋

이어폰 끼고 거리로 나서면 그 순간 제 배터리는 충전 불이 들어와요.

 

  내 비장의 무기 로펀 USB 인트로를 들으며 네비 검색을 하니 밀양까지 3시간 16분이 나오네요.

그것도 초보운전이 잘하는 200킬로는 직진.... 룰루랄라.  출발했죠.  ㅎㅎㅎㅎ 그런데 밀양길이

단속 카메라도 많고 구간 단속도 있더라구요.  과속딱지 안 날아오려는지......

 

 

  오후 세시 조금 넘어 공연장 맞은편인 영남루 주차장에 도착했어요.  전날 서울 공연 때 너무

추워서 따뜻하게 입었던 저는 오는 내내 차 안에서 연기나게 익어버렸지요.  얼굴 벌겋게 달아올라서

밀양교를 건너는데 밀양강변을 굽어보는 영남루의 정취가 기가 막히네요.  시간만 여유가 됐어도

한번 올라가보고 싶을 정도였어요. 

 

  밀양강변에 위치한 공연 무대 앞에 자리를 잡으니 따사로운 햇살 아래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오고

이름모를 철새들이 군락을 지어 어딘가로 날아올랐죠.  한가로이 주변을 살피며 반가운 분들

(통영 미라언니, 부산 은주언니, 용인 수현씨, 주희씨) 기다렸죠.  같이 로펀을 좋아해서 만나기만

하면 이야기꽃이 피어나는 팬심 충만한 분들과 함께하는 공연은 두배세배 더 즐거워요.

 

 

  박슬기의 진행으로 박준우 쉐프의 국수 이야기와 시식까지 마치고 신나고 카리스마 넘치는

여우별 밴드의 공연 뒤에 연남동 덤앤더머 공연이 있었어요.  줄여서 연덤 공연을 보며 너무 웃어서

앞줄에 있던 일행들 모두 눈물이 나와서 티슈로 닦아야했죠.  로펀을 먹이겠다는 일념으로 통영 맛집에서

충무김밥과 꿀빵을 사오신 미라언니가 로펀에게 공연전 전해주려고 기다렸는데 차가 밀려 너무 늦게

도착한 바람에 공연 끝나고 전했네요.

 

 

  사실 전일 서울 공연이 늦게 끝났고 바로 장거리 이동해서 밀양 공연이라 로펀 멤버들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제가 갔던 공연 중 무대 아래 관객석까지 안내려온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었죠.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영상 녹화한 분이 편집하는데 배보컬 목 상태가 많이 안 좋았다고

하더라구요.  멤버들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던거죠.  공연 끝나고 이번에 득남하신 트리키님께 선물

전해주려고 쫓아갔는데 트리키님도 많이 피곤해보였어요.  전 그날 그것도 모르고 바꾼 핸드폰에

싸인받겠다고 줄까지서서 힘들게 했으니 할 말도 없어요.  그 와중에도 배보컬은 10.5인치 탭을 가져와서

같이 사진찍자는 체격 좋은 남자 어린이에게 "이걸로 찍으면 수염나오는데 헡헡헡" 하고 웃으며 찍어달라는대로

포즈 다 취해주네요. ㅜ.ㅡ

 

 

  10월부터 공연일정이 너무 많아서 좋은거 많이 먹어야 할 것 같다고 용인후기에도 올렸었는데,

정말 가까이 있으면 고기라도 사 먹이고 싶네요.  내 가족 만큼이나 소중한 나의 밴드 멤버들이 아픈 건

너무 가슴아프니까요.  그러면서도 이기적으로 공연은 또 기다려져요.  

배보컬이 그전에 앞으로도 십년, 이십년, 삼십년 같이 하자고 팬들에게 말했다죠.  오래오래 아프지 말고

제 환갑 잔치에 로펀 부르는 그날까지 우리 함께해요^^(환갑 잔치는 좀 심한가요?)   

 

<장거리 운전한 누님 팬, 밤 열한시 도착해서 뒷풀이는 치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