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엄마의 새 오토바이>

묭롶 2015. 11. 12. 23:30

 

  나의 엄마는 올해 예순다섯이시다.  마흔도 못되서 과부가 된 울 엄마는 네 명의 자식을 우유배달로

키우셨다.  과부가 되고 생계가 막막했던 엄마는 자전거도 탈 줄 모르면서 어떻게 우유배달을 할 생각을

하셨을까.  우유배달을 하기로 결심한 후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배웠던 엄마.... 얼마나 많이 넘어졌을까.

자전거로 하던 우유배달을 오토바이로 바꿔서 하면서 엄마는 참 여러번도 사고가 났었다.

 

  새벽에 오는 전화가 두려울 정도로 새벽에 걸려오는 엄마의 사고전화에 지금도 난 잠귀가 밝다.

매번 부러지고 다치는 오토바이 사고 탓에 난 오토바이를 삼발이로 개조했다.  삼발이 오토바이는

확실히 넘어지지 않으니 좋았고, 한번씩 엄마가 태워주는 재미가 있었다.

내가 딸을 낳고 내 아이를 봐주시게 되면서 엄마의 우유배달은 끝이 났지만 그 후로도 엄마의

교통수단은 오토바이였다.

 

  오토바이 사고로 기브스를 감았을 때도 꿈 속에서 오토바이를 씽씽 몰았다는 엄마는 오토바이

한 대면 못 갈 곳이 없었다.  친정집에서 너무 먼 동네로 이사를 한 후 오토바이는 주말에만 사용했는데

너무 오래된 탓에 마지막에 내가 뒷자리에 탔을 땐 엄마의 안전이 걱정될 정도로 상태가 나빴다.

 

  친정집과 가까운 동네로 다시 이사를 오면서 신랑과 나는 고민했다.  동생들은 엄마 연세엔 인지능력도

떨어지고 위험하니 새 오토바이를 사지 말자고 했고 엄마는 갖고 싶어하시고 참 난감했다.

우리가 고민하는 사이 엄마는 기존 오토바이가 수리 불가능해서 새로 사셨다는 통보를 하셨다.

고민이고 뭐고 오토바이를 이미 사셔버렸다는 말씀에 우린 군말없이 돈을 내드렸다.  동생들은

오토바이 구입에 대해 한 마디씩 고시랑댔다.

 

  새 오토바이를 산 후 엄마에게 다섯살 딸램은 뒤에 태우지 말라고 말씀드렸다.  며칠 후 딸램을

씻기는데 할머니 오토바이를 탔는데 완전 신이 났다고  딸램이 말했다.  어쩐다고 애를 태웠냐는

내 힐난에 쎄게도 아니고 아파트 단지에서 가만가만히 탔다고 엄마는 변명하셨다.

 

  며칠전 사무실에서 일하는 나에게 신랑이 전화를 해왔다.  엄마의 오토바이가 대물이 들어있는지

금액이 얼만지 묻는 신랑의 전화에 나는 엄마의 사고를 예감했다.  다치셨냐고 물었더니 안 다치셨다고

하는데 엄마가 받아버린 차가 BMW란다.ㅜ.ㅡ

머리는 복잡하지만 일단 보험회사에 사고접수를 했고 그 사이 신랑은 사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다행이도 엄마가 BMW로고로 봤던 차량은 옵티마 리갈이었고 신호대기중인 차량을 뒤에서 엄마가

오토바이를 탄 채 한 손으로 눈을 비빈다는 것이 다른 손으로 오토바이 엑셀을 잡아당긴 모양이었다.

집으로 퇴근해서 엄마에게 괜찮으신지 물으니 손가락 한개도 안 다쳤다고 하시는데 사고 소식을 접한

동생들은 오토바이 그만 타야 한다고 난리다.

 

  오토바이 사고에 동생이 엄마에게 카톡을 보내니, 엄마는 격하게 반응하신다.  엄마의 오토바이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단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도 시장으로 교회로 엄마는 씽씽이를 타고 달리신다. 

젊은 나이에 혼자된 아픔도 네 명이나 되는 쇄꽹이에 대한 부양의 두려움도 삶의 고단함도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동안 불어대는 바람에 다 날려보내시는 건지 엄마의 안전한 오토바이 운행이 오래도록

가능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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