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오토바이를 타다!

묭롶 2013. 7. 10. 10:12

 

<오토바이를 타다!>

 

환갑 넘은 어매가 모는

삼륜오토바이를 탔다.

 

박여사의 본업은 우유배달원

학교가기 싫은 날이면

박여사는 우유 대신 나를 실어날랐다.

 

마흔 살인 박여사가 실어나른

딸이 박여사 나이가 되어

오토바이 화물칸에 실렸다.

 

열여덟엔 쭈쭈바를 물고 탔었는데......

소주 한 잔 마신 마흔 앞둔 딸이

어매 등을 잡고 화물칸에 앉았다.

 

낡은 삼륜 오토바이의 덜컹거림이

가슴에 박혔다.

 

  환갑되어 우유배달을 그만 둔 이후로 낡은 삼발이는 박여사의 자가용이 되었다.  일년 보험료 25,070..... 오토바이 고장나면 내다버린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면서도 집 앞을 나갈 일만 생기면 오토바이 키를 들고 나가셨다.  말려도 소용없이......

 

  우유배달만 그만두면 사방팔방 놀러다니실거라는 포부와는 달리 딸년이 낳은

손녀에 메인 몸이 되셨다. 

 

  오랜만에 시내에서 영화를 보자고 박여사를 꼬신 어제, 어매는 시내 한복판에

낡은 삼발이를 몰고 오셨다.  슬리퍼를 신은 채로......

왜 슬리퍼냔 물음에 집에서 옷자락에 발가락이 걸려 넘어지셨는데, 발가락이

편치 않다고 하셨다.  이미 붓고 멍이 올라오기 시작한 발가락....

그래도 기어이 영화는 보신다니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삼발이 화물칸에 올라앉으니... 내 나이였던 어매의 예전이 떠올랐다.

쭈쭈바를 물고 화물칸에 타서 어매랑 만화책이랑 비디오를 빌리러 가던 날이며

늦은밤 삼발이를 타고 귀가하는 박여사를 애타게 기다렸던 날들...

 

  삼발이 화물칸에 실려 주행의 충격이 그대로 전해지는 덜컹거림 속에

어매와의 야간 삼발이 주행이 참으로 오래오래 마음에 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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