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랑해! 사랑해!

묭롶 2012. 5. 17. 15:32

 

  2012년 4월 28일(토) 우리 랑구의 돌잔치가 있었어요. 

랑구는 5월 8일 어버이날에 태어났는데, 5월엔 행사가 많은 관계로 5월을 피해서 4월말에 하게 됐지요.

돌잔치는 역시 어렵더군요.  힘들 것 같아서 엄마표는 과감히 생략하고 성장동영상도 업체에 맡기고 여러 블로거들의 도움을 받아 답례품, 이벤트, 한복 등을 준비했는데 거의 한달 동안은 정신이 없었어요.

 

돌잔치의 관건은 아가의 컨디션이라는데, 우리 랑구는 그렇게 신경써서 돌잔치 전에 미리 재우려고 해도 안자고 안 먹고 돌잔치 내내 울고 짜증을 냈지요.  (비싸게 불러 찍은 스냅사진 중 울지 않고 찍은게 거의 없을 정도네요)

 

돌잔치가 다가오자 작년 이맘때가 떠오르네요.

랑구를 낳고 모유수유한다고 난리치던 그때, 날이면 날마다 거의 20일은 비가 온 것 같은데 아가 때문에 습도 맞춘다고 하필 습한데 가습기까지 틀어서 후덥덥해서 땀은 날마다 한바가지씩 흘리고 얼굴을 땀 때문에 땀띠가 나서 온통 쓰라리고 틀어진 허리를 부여잡고 밤낮으로 수유를 했지요.  그때의 답답함과 우울함을 다시 떠올리니 산후우울증이 어떤건지 실감했네요.

어렵게 그것도 뒤늦게 가진 아이였고, 태어날때 몸무게도 평균에 못 미쳐서 가슴이 아팠는데 일년동안 커가며 크게 아프지 않고 자라줘서 어찌나 대견하고 고마운지요.  물론 다른 애들보다 성정이 예민하고 낯을 많이 가리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잠도 안자지만 그래도 '내새끼'라는 말이 가진 의미를 깨닫게된 일년이었지요.

아마 '내새끼'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설령 가족일지라도) 나에게 그 정도로 희생과 봉사를 요구했다면 벌써 도망을 가도 수백번을 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오죽했으면 애를 봐주시는 친정엄마는 쌍둥이 키우는거보다 힘들다고 저 귀한줄 아는 애라고 하실까요.ㅎㅎ)

부모자식간은 전생에 원수가 만나는 거라는데, '내새끼'가 만약 전생에 원수였다면 애초에 원수가 되지도 않았을뿐더러 가서 안고 뽀뽀라도 해줬을 것 같은데요.  물론 주변인들은 이런 저를 보면 거의 '홀릭'수준이라고 어지간히 하라고 말리지요.

 

그래도.  주변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랑구만 생각하면 가슴이 뛰어요.

이렇게 벅차고 가슴 뻐근하게 묵직한 사랑을 랑구가 아니라면 어떻게 경험할 수 있었을까요. 

누군가를 이토록 사무치게 사랑하는 경험을 랑구가 아니라면 어찌 할 수 있었을까요.

나의 삶은, 랑구가 태어나기 전과 태어난 후로 나뉘었어요. 

나에게 완벽하게 생존을 의지한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나의 삶에 부여하는 의미가 그전까지 내가 누구인지 헤매며 살던 내 생에 정체성을 부여해주는 계기가 되었지요.

사람이 사랑을 하면 변한다고 하죠.  그전 같으면 크게 싸울 일들도 랑구 덕에 한숨 한번 푹 쉬고 포기가 되어지네요.  내 입술이 다 닳도록 입을 맞춰도 내 사랑을 다 드러내지 못할 랑구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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