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파울로 코엘료>

<불륜>불륜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하다.

묭롶 2014. 9. 16. 23:30

 

  결론부터 얘길하자면 이 책은 '불륜'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불륜』은

린다의 불륜행위를 통해 새롭게 발견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난 예전부터

'불륜'과 '사랑'의 연관관계가 궁금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처럼

언제나 '불륜'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내 머릿속에는 '불륜'이라는 행위를

일으킨 원인이 욕정이 먼저인지 사랑이 먼저였는지가 궁금했다.  통상적인

개념으로 접근하는 '불륜'은 일상에서의 일탈로 인한 충동적 욕정의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내겐 불륜이라는 결과물의 출발이 욕정이 아닌 '사랑'이

먼저였다면 이를 사회적 잣대를 들이대어 지탄할 행동인지가 판단이 되질 않는다.

 

 살다보니 순도100%의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게 되었다.  물론 종교인들은

신의 사랑은 완전무결하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사랑은 언제나

일방통행이 아닌 서로라는 대상을 지닌 행위라고 생각한다.  (종교의 경우 신의

사랑이 완전무결하다는 믿음은 그걸 믿는 사람에게 한정되며, 신이 정말 인간에게

어떠한 감정인지는 오직 신만이 아시니 확인이 불가능하다)  짝사랑일지라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투영하는 대상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랑을 느끼게 만든

행위자로서의 대상이 존재한다.  사랑에서 순도의 문제는 그 감정을

느끼는 당사자에게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적으로 생각을 한다.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무의식 속에서

생각은 계속된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사랑의 대상을 한시도 마음에서 떨치지 못한다고 느끼지만 그렇게 각성하고

있을 뿐, 사랑을 하면서도 사람은 자신의 필수불가결한 문제 뿐 아니라 생활의 전반 모두를 생각하고 판단하고

처리한다.  내가 느끼는 '사랑'은 흔히 말하는 삶의 전부 내지는 내 인생의 모든 것이 아니라 삶의 일부분이다.

 

   우리가 보기에 호강에 초를 쳐서 오강차는 소리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작중인물 린다에게 '불륜'은 겨울동안 며칠에

걸쳐 불어오는 미스트랄(바람)과 같다.  매년 겨울이면 불어와 유리창을 덜컹이게 했지만 의식하지 못했던 미스트랄처럼

일상에서 인식하지 못했던 무언가(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에 매혹되는 행위는 인간의 삶에서 보편적인 다반사이다.

물론 그 매혹의 행위가 대상이 없는 상태였다면 '사랑'이 되겠지만 대상이 있는 삶의 과정 중에 일어난다면 그 행위는

'불륜'이 되는 것이다.  린다는 남편과 야코프를 향한 자신의 감정의 실체가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남편을 지금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감정은 이미 한 번 활활 타올라버린 모닥불의 잔해를 지켜보는 것과 같다.

야코프는 학창시절의 풋사랑의 대상이었지만 현재 린다가 느끼는 감정이 일탈인지 사랑인지 알 수가 없다. 또한

린다는 자기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도 혼란스럽다.  작중에서 겨울의 며칠동안 유리창을 덜컹이게 하는 미스트랄은

평온했던 린다의 삶과 그녀 자신을 흔들어놓는다.

 

「그런데 어느 날-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족들을 위해 아침식사를 차리고 있는데 문득 의문이 들었다.

'고작 이게 다야?'」p10~11

 

「이전의 무감각이 두려움으로 바뀌면서 인생이 다시 재미있어지기 시작한다. 

 기회를 놓칠까봐 두려운 이 느낌,

정말이지 근사하다.」p58

 

  흔히 익숙한 무언가를 벗어난 행위를 일탈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딛고 있는 땅이 단단하다는 믿음이 어느 순간 

의심스러워지면 그 순간부터 발을 어디에 디뎌야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겉보기에 너무나 이상적인 삶을 사는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 그 순간부터 린다의 불면증은 시작된다.  그녀는 자신을 둘러싼 좋은 환경적

요소를 제외한 자기자신이 빈껍데기로 느껴지는 순간 껍데기를 알맹이로 채우기 위한 방법들을 찾게 된다. 

린다의 경우 뿐만 아니라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보통 찾게 되는 방법들이 대부분 '일탈'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작중 인물(『연금술사』,『오 자히르』,『브리다』)들처럼 린다는 자신의 감정의 본질을 찾기

위해 자신을 일탈의 길 위에 세운다.  파울로 코엘료의 인물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길 위의(일상의 삶을 벗어난)

삶을 통해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함으로써 스스로 깨닫게 될 거에요. 

아까 말했듯이 기자님 영혼의 빛은 어둠보다 더 강해요. 

그렇지만 깨닫기 위해서는 끝까지 가봐야 합니다."」p212

 

「우리는 시간을 멈출 수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우리를 변하게 하는 것은 지혜와 경험이 아니다.  시간도 아니다. 

우리를 변하게 하는 것은 오직 사랑이다. 

하늘은 날고 있을 때 나는 삶에 대한,

우주에 대한 내 사랑이 그 무엇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p353

 

  『불륜』을 통해 파울로 코엘료가 하고 싶은 얘기도 삶의 과정으로서의 '불륜'과 '사랑'이다.  린다에게 길은 끝까지

가봐야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한 주술가처럼 노작가는 인간의 삶이 다양성이라는 직물로 짜여져

있어서 그 안에 어떤 무늬를 새기더라도 그걸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파울로 코엘료에게 인간의 삶은

길을 걷는 과정과 같다.  다져진 등산로를 걷다가 문득 주위를 둘러봤을 때, 길을 잃고 혼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

을 때 그 자리에 주저앉아 좌절하는 행위는 자기자신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길을 찾기 위해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이고 내가 취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과정이 우선이다.

  린다가 불륜을 통해 '사랑'이 자신의 인생에 갖는 (전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의미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노작가는 인간의 삶의 보편성이 아닌 개별적 인간의 다양화된 삶과 그 다양한 방법까지를 격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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