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파울로 코엘료>

내 인생의 <마법의 순간>

묭롶 2014. 9. 3. 23:00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나에게 '너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한다'고 말했다.

그가 그 말을 건넨 그 순간 나는 재투성이 신데렐라에서 마법에 걸린

공주님이 되었다. 

 

 버스에 서서 차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볼 때마다 난 내 외피가 맘에 들지

않았다.  내가 걸치고 있던 내 가난과 내 외모와 불행까지 벗어던질 수

있다면 벗어버리고 싶었다.  날마다 어떻게 하면 쉽고 빠르게 내 자신을

말소할 수 있을지 매일같이 머릿속으로 많은 방법을 상상했다. 

 

  병든 마음과 삐뚤어진 자아로 세상을 바라보던 내게 한 남자가 보였다.

그 사람은 지금 당장 산에 올라가서 목을 맨다고 해도 누구든 수긍할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 남자가 내게 말했다.  "너 자신을 먼저 사랑

해야돼."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나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상처를 봐야 그 부위를 고칠 수가 있는데, 난 상처를 보지도 않고 고통만을

느껴왔음을 깨달았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상처를 마주 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p187

 

  동변상련이란 말이 있다.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난 나 자신을 스스로 부정

함으로써 나를 이해하는 것을 포기한 채 분노하고 자학해왔던 것이다.  그 남자의 말을 듣고 난 어떻게 하면 나를

사랑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라는 인간을 스스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나는 자학으로 보냈던 나의 과거를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과거를 인정하고 나니 자학이 남긴 모든 상처들도 덤덤하게

볼 수 있었다.  힘든 일이 닥칠 때마다 아물었던 상처 하나하나가 지퍼가 열리듯 벌어져 붉은 피를 흘리는 것처럼

아팠는데, 인정한 후에는 새로운 시련이 닥쳐와도 그 상처들이 고통을 더하는 일이 없어졌다.

 

당신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과감히 작별을 고하고 뒤돌아설 줄 아는

용기를 내세요.

 

그러면 삶이 새로운 만남으로

당신의 아픔을 보상해줄 것입니다.」p30

 

  더러운 몸에 깨끗한 옷을 걸치면 더러운 몸은 가려지겠지만 냄새는 감출 수가 없다.  내 외피의 누더기를 벗어버리기

위해서는 나의 내면부터 돌봐야했다.  난 나를 사랑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봉인된 사람이었다. 

스스로를 고립하여 갇혀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나는 그 남자의 말을 듣고서야 스스로 봉인을 풀 수 있었다.  마녀의

저주를 받은 개구리가 공주님의 키스를 받고 다시 왕자로 변하는 동화처럼 나를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순간 나에게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한 남자의 말이 내 인생에 펼친 '마법의 순간'처럼 파울로 코엘료의 말들이 담긴 이 책이 누군가에게 스스로 봉인을

해제하는 마법이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성공한 삶, 바람직한 삶을 위한 조언을 담은 무수한 책들이 실제의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반면, 파울로 코엘료의 짧은 글들은 마음에 큰 여운을 남긴다.  어떠한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노작가의 촌철살인이 주는 마법같은 힐링이 바로  이 책『마법의 순간』이다.

 

 늦은 퇴근 길 비는 옴팡지게 쏟아져내리고 사무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1층까지 내려오고서야 버스 안에서 읽으려고

둔 이 책을 사무실에 놓고 왔음을 알았다.  다시 사무실로 올라가서 책을 가지고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는데 내가 타려던

버스가 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한참을 걸려 다시 탄 버스는 우천으로 인해 길이 몽땅 막히는 바람에 나는 버스 안에서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지나왔던 나의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내 인생의 

'마법의 순간'을 떠올리는 순간 내가 살아갈 앞으로의 삶을 상상하게 되었다.  내게 마법을 선사한 그 남자와 그 남자를

너무도 닮은 내 아이와 함께 할 모든 시간들........ 나는 이제 내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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