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파울로 코엘료>

슈퍼클래스는 무엇으로 사는가!

묭롶 2010. 1. 17. 18:51

 

파울로 코엘료의 09년 신작 <승자는 혼자다>를 읽으며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떠올리게 되었다.  보통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돈, 명예, 권력을 얻기 위해 자신의 일생을 바친다.  학부모들이 자녀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는 이유도 결국은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돈과 명예를 얻으며 잘 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반인들이 갖지 못한 것들을 얻기 위해 아득바득 현재를 살아가는 반면,

이와는 다르게 경제활동의 삼각피라미드의 상층을 차지하는 1%의 슈퍼클래스는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것일까?  아마도 이런 의문의 출발점에서 이 책은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이고르는 처음에는 아무것도 가진것이 없는 남자였다.  그에게는 그저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는 동반자인 에바가 있을 뿐이었다.  러시아의 공산체계가 무너진 후 보잘것 없이 시작했던 그의 사업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해서 현재는 초국적이동통신기업이 되었다.  이고르는 그렇게 돈, 명예, 권력을 얻었지만 그 대신 자신이 사랑하는 동반자인 에바를 잃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잃어버린 블럭 한 조각과도 같은 에바를 찾기 위해 칸 영화제가 열리는 파리로 출발한다. 

 

  그는 에바에게 그녀를 향한 자신의 사랑이 얼마만큼 큰 것인가를 입증해보이기 위해 살인을 계획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사랑을 입증하기에만 급급했지, 그는 에바가 왜 자신을 떠났는지를 그녀를 죽이고 나서도 끝까지 알 수가 없었다.  사랑은 오직 그가 그녀에게 주입했던 그 감정 자체였을뿐, 그녀가 그를 향해 갖고 있는 생각과 감정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갖고 있던 사랑의 대상(에바)이 그럴만한 가치가 없다는 판단을 하게되자 준비해간 권총으로 그녀르 쏘아죽이게 된다. 

 

  처음에 이고르는 자신의 사랑이 다른 사람의 목숨(타인의 한 세계 전체)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절대적인 가치를 갖는다고 믿었다.  그래서 에바에게 자신의 큰 사랑을 증명하고 그녀가 그것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다시 그녀를 찾을 수 있을것이라 판단했다.  자신이 찾고자 하는 사랑 앞에 타인의 생명은 하나의 목적을 위한 대상일뿐 그에게는 그 이상의 가치를 갖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는 정작 그녀가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는 묻지 않았다.  그녀가 바랐던 것은 대화였지만, 그는 모든 것을 자신의 잣대로 판단해서 그녀를 재단했고 그녀는 이를 가장 못견뎌했던 것이다. 

 

  가진 것이 없었을 때, 서로를 향했던 사랑은 그 나름으로 두 사람이 하나된 세계로서 존재했으나, 모든 것을 갖게 된 그들에게 그 세계는 더 이상 하나일 수 없는 세계로 변해버렸다.  이고르와 에바의 서로를 향한 마음은 결국 <파랑새>를 찾기 위해 온갖 모험을 겪고서 찾을 수 없었던 '파랑새'가 황당하게도 자신의 집에 있었음을 깨닫게 된 동화속 주인공과도 닮아 있다.  그들의 사랑은 그들 각자가 갖고 있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그들의 방식(시각)에 의해 그 사랑은 '증오', '배신', '혐오', '불안', '공포' 등의 다른 감정으로 변질되었던 것이다. 

 

  <승자는 혼자다>는 이렇게 가진자들이 갖는 끊임없는 허기와 갈증은 우리에게 보여주며, 우리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드는 사람도 자기 자신이요, 자신의 삶을 지옥으로 만드는 사람도 자기 자신임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승자는 혼자일 수 밖에 없다.'  사람이 사는 삶 그 자체가 하나의 우주를 형성하는 것이기에 그 우주의 중심 즉 세계를 인식하는 자아는 자기자신 혼자일 뿐 그 누구도 그 우주를 대신할 수는 없다.  나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세계 속에서 자신만의 승리를 일궈낼 수 있다면 그는 다른 사람의 기준과는 상관없이 '승자'다.

슈퍼 클래스는 객관적인 기준에서는 '승자'이지만, 그들 자신들의 기준으로 살펴볼 때는 자신이 '승자'임을

자신할 수 없을 것이다.  인생에 정답이 없다지만 정답을 만들어가는 것도 자신의 몫이요, 자신의 삶을 책임지며, 그 속에서 만족을 느끼는 것 또한 자신의 몫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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